실적 반토막에 인원 감축까지… 중소형 증권사 CEO 운명은

◆기사 게재 순서
①증시 불황에 실적 부진, 연임·교체 갈림길
②실적 반토막에 인원 감축까지… 중소형 증권사 CEO 운명은
③ '연봉 6억' 금투협회장 선거, 376개 회원사 표심은 어디로
연말 인사 시즌을 앞두고 여의도 증권가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다수의 최고경영자(CEO)가 임기만료를 앞둔 가운데 이들의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등에 업고 대부분의 CEO가 무난하게 재신임을 얻었던 것과 달리 올해는 실적 악화뿐만 아니라 증권사 유동성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증권사 전략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업계 분위기 뒤숭숭한데… 중·소형 증권사 8곳 내년 3월 임기 만료
실적 반토막에 인원 감축까지… 중소형 증권사 CEO 운명은
내년 3월 대표이사 임기 만료를 앞둔 중·소형 증권사는 총 8곳이다. 구체적으로 ▲교보증권(이석기) ▲다올투자증권(이창근) ▲한화투자증권(권희백) ▲현대차증권(최병철) ▲BNK투자증권(김병영) ▲DB금융투자(고원종) ▲IBK투자증권(서병기) ▲SK증권(김신) 등이다.
업계에서는 뒤숭숭한 금융시장 분위기 탓에 올해는 이들 대표의 연임이 지난해처럼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증권사 임원 평가의 주요 잣대 중 하나인 올해 3분기 실적이 지난해 대비 크게 부진하기 때문이다. CEO 연임 여부는 해당 증권사의 실적이 좌우하는데 지난해 증권사 대다수가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면서 너도나도 연임에 성공한 것과 달리 올해는 업황 악화에 따른 부진한 실적으로 상황이 달라졌다는 설명이다.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12월 결산법인 2022년 3분기 결산실적' 자료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중 금융업 43개사의 3분기 누적 연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5.39%, 5.37% 감소했다.

그중 증권업의 감소 폭이 가장 두드러졌다. 코스피에 상장된 증권사 총 16개사의 올 3분기까지 누적 연결 영업이익은 3조831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7조1669억원) 46.54% 줄었다. 순이익도 같은 기간 47.09% 감소한 2조8632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중·소형 증권사는 더욱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자기자본이 적어 비교적 위험 노출이 큰 브릿지론(대출), 후순위 PF(부동산 파이낸싱) 등에서 발생한 이익 및 수수료가 전체 수익의 대다수를 차지하는데 올해는 공모시장이 위축되면서 전년대비 반토막 난 실적을 기록했다. 주식 위탁매매 등 리테일(소매금융) 비중이 낮은 편이지만 보유 주식과 채권 평가손익 악화 등으로 실적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실제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교보증권(879억원, 전년동기대비 -48.0%) ▲다올투자증권(878억원, 2.0%) ▲한화투자증권(521억원, -62.6%) ▲현대차증권(1104억원, -21.5%) ▲BNK투자증권(846억원, -24.1%) ▲DB금융투자(209억원, -81.7%) ▲IBK투자증권(509억원, -50.4%) ▲SK증권(79억원, -82.5%) 등으로 부진했다.

올해 실적이 반토막 나면서 일부 증권사들은 고정비용이 많이 드는 조직을 폐쇄하거나 인원 감축에 나서고 있다. 앞서 케이프투자증권은 지난 1일 직원들에게 법인·리서치조직 폐쇄를 결정했다고 사내공지했다. 다올투자증권 역시 이달 28일까지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이외에도 중·소형 증권사들은 본부 일부를 폐쇄하거나 계약 만료 후 재계약하지 않는 방식으로 인력 감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실적 악화는 불가피… 변화보다 안정에 무게?

연말을 앞두고 감원 칼바람까지 불고 있는 가운데 업계의 시선은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CEO들의 연임 여부에 쏠린다. 일부 증권사들이 인원 감축 카드까지 꺼내며 덩치를 줄이고 있어 CEO들의 향후 거취에도 관심이 더욱 집중되는 분위기다.

통상 중소형 증권사는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나 대형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안정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일각에서는 거래대금 감소에 자금시장 경색 등의 악재로 실적 눈높이가 낮아진 올해는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묻기보다는 향후 리스크 관리 역량에 초점을 둔 인사를 낼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내년까지 업계 불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변화보단 안정에 무게를 둘 수 있다는 얘기다.

먼저 금융계 장수 CEO 중 한 명인 고원종 DB금융투자 대표는 내년 초 7연임을 앞두고 있다. 올해로 13년째 DB금융투자를 이끄는 고 대표는 지난해까지 증권업 호황에 힘입어 호실적을 달성했다.

김신 SK증권 대표 역시 올해로 9년째 대표직을 수행하고 있는 장수 CEO다. 업계 최초 채권 브로커 출신으로 사장직에 오르며 채권 전문가로 평가받는 김 대표는 취임 첫해인 2014년 흑자전환을 시작으로 꾸준히 순이익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3월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된 이창근 다올투자증권 사장은 이병철 대표이사 회장과 투톱 체제를 구축, 연임을 통해 올해도 다올투자증권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왔다. 올해도 타 증권사 대비 양호한 실적 감소 폭을 보이며 나름대로 실적 방어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계열 증권사에서는 BNK투자증권의 김병영 대표가 내년 3월 말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 김 대표는 2019년 대표로 선임된 뒤 2021년에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다만 최근 촉발된 레고랜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발행 관련 사법 리스크는 김 대표의 극복 과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CEO 임기는 실적과 직결되지만 올해는 대내외적으로 비우호적인 시장 환경이었다는 점이 고려될 수 있을 것"이라며 "변화보다는 리스크 관리 등 안정을 고려해 연임하는 CEO가 많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