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여간 이어진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의 종점이 보이면서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추세적으론 장기간의 재택근무를 중단하고 사무실 출근제를 시행하려는 분위기다. 혁신적 근무제로 평가받던 '주4일제'도 운명의 기로에 섰다. 경영진들은 생산성 악화와 소통 문제를 이유로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를 반기고 있지만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이 최우선인 MZ세대(1981~1995년 출생한 밀레니얼(M) 세대와 1996~2010년 출생한 Z세대를 통칭)에겐 부담과 함께 거부감이 크다. 일종의 복지로까지 여겨지던 재택근무와 주4일제 등을 둘러싸고 노사 간 갈등 양상마저 나타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기업마다 엔데믹(풍토병화) 시대에 요구되는 새로운 근무 방식 찾기에 나선 가운데 대안을 살펴본다.
![]() 출근과 재택근무를 사이에 둔 기업들의 고민이 깊다. 사진은 심상정 당시 정의당 대선 후보가 지난 2021년 11월23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스타광장에서 열린 주4일제 근무 도입 캠페인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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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집에서 일하는 복지는 끝"… 사무실로 복귀하는 IT
② 직장인들에겐 최고의 복지 '주4일제'… 고민하는 기업들
③ 출근 vs 재택… 근무시간·장소 선택권 주는 기업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후 방역 지침 등의 영향으로 대면 근무가 제한되면서 기업들의 근무 방식이 다변화됐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시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재택근무와 출근 방침의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 주에 3일은 사무실로 출근하고 2일은 재택근무를 하는 '하이브리드 근무제'나 근무 시간과 장소 등을 직원이 직접 선택하고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유연근무제'가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많은 기업들이 각 사의 상황에 맞게 효율을 극대화한 근무제를 만들어 도입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코로나19 엔데믹 시대 직장인들은 하이브리드 근무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잡코리아가 지난해 직장인 398명을 대상으로 희망 근무 형태를 조사한 결과 '하이브리드형 근무'가 1위(67.3%)를 차지했다. 해당 근무 형태를 선택한 응답자들이 선호하는 출근 일수는 주3일(47.4%) 주2일(25.7%) 순이었다. 하이브리드형 근무를 선호한다는 30대 직장인 A씨는 "재택근무와 사무실 출근의 장점을 상황에 맞게 할 수 있어 업무 효율성이 높다고 본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다양한 근무제를 경험했고 '일하는 시간'으로 한정치 않으면서 '일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계기가 됐다"며 "생산성보다 창의성을 더 중시 여기는 기업은 창의성 제고를 더욱 꾀할 수 있는 근무제를 선택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향후 다양한 형태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근무지·시간 선택권 주는 기업들
![]() 사진은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서울 송파구 방문자 센터.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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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입사자의 적응, 협업을 위한 대면 미팅 등 오프라인 만남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을 위한 가이드를 마련하는 등 업무 효율성을 높이면서 사내 문화를 공유하고 팀워크를 확대해 나갈 수 있는 방안도 지원할 방침이다.
네이버 한 관계자는 "이전부터 근무시간을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배분하는 책임근무제를 운영했는데 업무 공간까지 효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며 "개인이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 집중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핀테크 기업 핀다는 지난해 6월 '커스텀워크(개인 맞춤형 근무)' 제도를 도입했다. 직원들은 각각의 업무 스타일에 따라 주2일 혹은 주3일 사무실 출근을 선택할 수 있다.
자율과 책임이란 원칙 하에 자유로운 근무 환경을 조성해가고 있다. 오전 7시~11시 자유롭게 출근, 하루 최소 6시간에서 최대 12시간 근무할 수 있다. 주 40시간 근무를 충족하면 금요일 오후엔 자율적으로 퇴근할 수 있다. 반반차(2시간 단위 휴가)를 사용해 병원 등 급한 개인 업무를 처리할 수도 있다.
직원 자율성 극대화… 해외 근무도 OK
![]() 사진은 KT넥스알 서울 송파구 잠실 신사옥 라운지. /사진제공=시드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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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 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주 32시간' 자율 근무제를 운영해 온 것에 더해 올해부터 ▲근무지 자율선택제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각각 시행키로 했다. 월 단위 근무 시간만 충족하면 근무 장소·시간을 직원이 자율적으로 선택·분배할 수 있는 것이다.
KT 자회사인 데이터 토털 서비스 전문 기업 KT넥스알도 직원들의 업무환경을 유연하게 조성하고 자율과 책임 문화 활성을 위해 힘쓰고 있다. 부서별 업무 특성과 상황별로 직원이 원하는 업무시간, 재택근무 여부 등 근무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근무 시간과 장소를 모두 직원의 자율·책임에 맡기는 것이다.
KT넥스알 관계자는 "직원들이 더 자유로운 환경에서 다양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속초·해남 등에 사는 직원들도 원격으로 활발히 소통하며 재택근무를 하면서도 성과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타버스를 활용해 전면 원격근무제를 시행하는 기업도 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직방은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라 2020년 3월 처음으로 비대면·디지털 기반의 원격근무제를 도입한 후 100% 원격근무 체제를 유지, 업무에 대한 물리적인 제약을 없앴다.
2021년 6월 자체 개발한 가상의 업무공간인 '메타폴리스'를 통해 온라인에 사무실을 구현하기도 했다. '메타폴리스'는 지난해 5월 'soma' 브랜드로 업그레이드 공개됐다. 직방 관계자는 "전면 원격근무제 시행 후 제주 등 서울 외 지역으로 이사간 직원도 있다"며 "최근엔 미국 거주 지원자를 채용했을 정도로 물리적 거리와 상관없이 글로벌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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