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분할을 시도하는 기업이 늘면서 주주들의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인적분할은 기존 주주도 신설 회사의 주식을 보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물적분할 보다 나은 방식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인적분할이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사실이 확산되면서 기업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적분할이 악용되는 사례와 분할을 앞둔 기업, 이로 인해 파생될 문제 등 인적분할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 동국제강 부산공장 전경 / 사진=동국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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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대주주 지배력 확대' 인적분할의 비밀
② 동국제강·OCI 등 인적분할 기업 주가 하락… 주주들만 '분통'
③ 주주 눈치에 '물적분할' 철회한 기업들, '인적분할'로 작전변경?
인적분할을 추진하는 기업들에 대한 주주들의 우려 목소리가 여전하다. 인적분할은 물적분할과는 달리 기존 주주들도 신설 회사의 주식을 배정받을 수 있어 상대적으로 주주권을 보호할 수 안정적인 분할방식으로 꼽힌다. 하지만 기업 쪼개기 자체에 대한 주주들의 반감이 큰 데다 분할 목적이 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잇따르며 기업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업 쪼개기'에 주가 흔들 기업들이 분할을 추진하는 목적은 핵심 혹은 미래 성장 사업의 전문성과 경영 효율성을 제고하는 한편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다. 기업을 쪼개는 방식엔 물적분할과 인적분할이 있다. 물적분할은 분할 전 회사가 신설법인 지분 100%를 소유하고 기존 주주들은 주식을 받지 못한다. 반면 인적분할은 기존 주주들도 지분율에 따라 주식을 받을 수 있다.
최근 기업들이 택하는 방식은 인적분할이다. 과거 LG화학을 비롯한 주요기업들이 물적분할로 사업을 떼어내는 과정에서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거센 저항을 받았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물적분할을 문제 삼으며 규제 방안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금융당국도 가세해 물적분할을 반대하는 주주가 해당 기업에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매수하라고 청구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자 풍산, DB하이텍 등 물적분할을 추진하려던 기업들이 계획을 철회했다.
최근에는 인적분할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인적분할이 기업 가치를 훼손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인적분할을 발표한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9월16일 인적분할을 발표한 직후 6만600원(종가기준)이던 주가가 다음 거래일에 곧바로 5만8300원으로 3.8% 하락했고 10월12일에는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5만2400원까지 밀렸다. OCI는 지난해 11월23일 인적분할을 공시한 직후 10만4000원이던 주가가 하루 만에 9만7800원으로 5.96% 빠졌다. AJ네트웍스는 인적분할 공시 당일 7310원이던 주가가 이튿날부터 6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대한제강도 지난해 11월24일 인적분할 공시 이후 1만3200원이던 주가가 1만3150원→ 1만2800 → 1만2750원 등으로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동국제강 역시 지난해 12월9일 인적분할 계획을 발표한 이후 주가가 1주당 1만3450원에서 이튿날 1만2150원으로 9.67% 급락했고 12월19일엔 1만1900원까지 주저앉았다.
시장이 인적분할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된 이유는 분할 목적이 지배구조 개선보단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와 이익 독점에 있다고 판단해서다. 기존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를 분할존속회사에 배정하고 주식 교환 등의 작업을 거치면 총수일가의 지배력을 강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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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반 주주 입장에선 할인율이 높고 별도의 사업도 영위하지 않는 지주사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핵심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의 주식을 내놓을 이유가 없다. 반면 오너일가는 지주사 지분을 많이 확보할수록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는 이점이 있다. 사업회사 주식을 넘기고 분할비율에 따라 지주사 주식을 지급 받는 형태여서 별도의 자금도 소요되지 않는다. OCI와 현대백화점도 같은 지적을 받는다.
특히 정부는 주식을 현물출자 할 때 발생하는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지주사 주식을 처분할 때까지로 연기해주고 있다. 지배력 확보가 중요한 대주주 일가가 지주사 주식을 내다 팔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사실상 과세가 면제되는 혜택을 보게 된다. 인적분할이 대주주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선 인적분할을 발표했던 기업들의 주가가 현재는 발표 전 수준으로 회복된 점을 근거로 인적분할 우려가 과도했다거나 리스크가 해소됐다는 얘기도 한다.
하지만 비판은 여전하다. 김우찬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기업의 인적분할 결단이 해당 기업의 가치에 위험 요인이라는 점은 발표 직후의 주가 하락만 놓고 평가해야 한다"며 "이후의 주가 회복은 실적 등 다른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여러 기업들이 자사주를 활용해 인적분할을 추진하는 방식은 대주주 일가의 지배력만 높이는 반면 일반 주주들의 권리와 기업 가치를 저해하게 될 것"이라며 "(인적분할이)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를 위한 순수한 목적이라면 인적분할에 앞서 자사주를 소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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