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낮은 자급률… '원료약 생산' 체질 개선의 딜레마

[머니S리포트-감기약도 솥뚜껑?③] 원료 국산화는 국민 보건과 직결

최영찬 기자VIEW 4,0582023.01.25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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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추위 속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이어지는 가운데 감기약 수요가 늘고 있다. 국내서 가장 많은 감기약에 사용되는 원료의약품 아세트아미노펜 공급을 사실상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감기약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중국 내 코로나19 유행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중국 당국이 내수를 위해 아세트아미노펜 수출에 제동을 걸 지 이목이 쏠린다. 일각에선 '제2의 요소수 사태'를 우려한다. 정부의 감기약 공급 대책과 함께 아세트아미노펜을 포함한 원료의약품 자급 현황을 점검해봤다.
원료의약품의 국산화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국민 보건과 생명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고 산업적으로도 중요도가 커지고 있어서다. 하지만 채산성 등의 문제로 단기간 원료의약품 자급률을 높이기 쉽지 않아 정부와 업계의 고심이 클 것으로 보인다. /사진=뉴시스 정병혁 기자
원료의약품의 국산화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국민 보건과 생명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고 산업적으로도 중요도가 커지고 있어서다. 하지만 채산성 등의 문제로 단기간 원료의약품 자급률을 높이기 쉽지 않아 정부와 업계의 고심이 클 것으로 보인다. /사진=뉴시스 정병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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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게재 순서

①"감기약, 한분당 최대 사흘치만 드립니다"

②감기약 품귀 논란, 뭐가 문제길래

③낮은 자급률 '원료약 생산' 체질 개선 딜레마

최근 독감(인플루엔자)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에 감기약 수요가 늘어나면서 감기약 주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과 같은 원료의약품 수급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제약사 대부분은 아세트아미노펜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는데 중국 내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한 수준이어서 아세트아미노펜 수출을 제한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한 2020년 전 세계 원료의약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적이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전 세계 원료의약품 생산의 70% 이상을 담당하는 중국과 인도 원료의약품 기업이 생산공장 가동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생산한 원료의약품은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먼저 투입되면서 다른 의약품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다.

원료의약품을 확보하지 못하면 국민 보건과 생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원료의약품의 국산화 필요성은 크다.

여기에 신약 개발이 증가하고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사업이 확대되면서 글로벌 원료의약품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어 산업적으로도 원료의약품 시장을 키울 필요가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모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원료의약품 시장은 2020년 1749억달러에서 2026년 2458억달러로 40.5%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2021년도 원료의약품 수입 상위 10개국. /출처=식품의약품안전처,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2021년도 원료의약품 수입 상위 10개국. /출처=식품의약품안전처,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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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료의약품 자급률 낮은 이유는 '채산성'
하지만 국내 원료의약품 시장은 완제의약품 시장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21년 국내에서 생산된 원료의약품은 총 3조454억9000만원으로 국내 생산 완제의약품(22조4451억700만원)의 13.6%에 불과하다.

이에 보건복지부(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한국제약바이오협회(제바협회)에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이 낮은 이유와 개선할 방안에 대해 문의했다.

식약처 등 세 기관 모두 모두 '채산성'을 원료의약품의 국산화가 더딘 이유로 꼽았다. 식약처 관계자는 "기업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고가의 좋은 원료의약품은 국내에서 많이 생산하고 있지만 저가의 원료의약품에 대해서는 생산비용 문제로 인해 해외에서 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바협회 관계자는 "수익성을 고려해야 하는 기업 생리상 값싼 해외 원료의약품을 들여올 수밖에 없다"면서 "중국과 인도의 인건비는 국내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원료의약품 기업이 밀릴 수밖에 없고 산업도 크게 활성화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셀트리온 연구원이 치료제를 연구개발하고 있는 모습. /사진=장동규 기자
셀트리온 연구원이 치료제를 연구개발하고 있는 모습. /사진=장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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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아침에 원료의약품 국산화할 수 없다"
원료의약품의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업계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제바협회 관계자는 "국산 원료의약품을 사용한 완제의약품에 약가를 지원하면 산업계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세제 혜택,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R&D) 지원 등도 더해지면 좋겠다"며 정부 지원을 요청했다.

정부 지원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일부 원료의약품 기술에 대해서는 특허 등의 기술적 제약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난해부터 국가 필수의약품을 지정해 이를 자급화하기 위한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5년 동안 5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으며 사업성과에 따라서는 기간과 예산 규모를 늘릴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료 공급망을 어느 한 국가에 의존하지 않고 다변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원료의약품의 국산화를 고민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업계에서 주장하는 약가 지원과 관련해서는 보험 등 다른 분야의 협조도 필요하다"며 "현재 원료의약품의 국산화를 해결할 수 있는 종합적인 계획을 마련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부터 협회나 업계 측과 협의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도 현황. /출처=식품의약품안전처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도 현황. /출처=식품의약품안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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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식약처가 2022년 12월말 발간한 2022년 식품의약품통계연보에 따르면 최근 3개년도 원료의약품의 자급 수준은 2019년 16.2%, 2020년 36.5%, 2021년 24.4% 등 30%대 안팎에 그친다. 2020년 자급률 제고는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제조를 위해 원료의약품 생산량을 크게 늘린 영향이다.

같은 기간 완제의약품의 자급률은 74.1%, 68.8%, 60.1% 등이다. 2020년과 2021년에는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 탓에 화이자와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을 대거 수입하며 완제의약품 자급률이 60%대로 떨어졌지만 원료의약품과 비교하면 2배 수준이다.

국내에서 원료의약품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1위 국가는 중국이다. 2021년 기준 7억4022만5000달러어치를 수입했다. 전체 원료의약품 수입액 20억9285만4000달러의 35.4%를 차지한다. 이어 인도에서 약 2억2534만9000달러의 원료의약품을 수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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