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감기약, 한분당 최대 사흘치만 드립니다"

[머니S리포트-감기약도 솥뚜껑?①] 1년째 감기약 수급 불균형… 대책 있을까

지용준 기자VIEW 9,8112023.01.2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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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추위 속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이어지는 가운데 감기약 수요가 늘고 있다. 국내서 가장 많은 감기약에 사용되는 원료의약품 아세트아미노펜 공급을 사실상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감기약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중국 내 코로나19 유행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중국 당국이 내수를 위해 아세트아미노펜 수출에 제동을 걸 지 이목이 쏠린다. 일각에선 '제2의 요소수 사태'를 우려한다. 정부의 감기약 공급 대책과 함께 아세트아미노펜을 포함한 원료의약품 자급 현황을 점검해봤다.
중국인이 600만원어치의 감기약을 구매했다는 해프닝에 감기약 가수요 현상이 나타났다. 약국가에선 정부의 감기약 관련 조치가 미흡했다고 본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약국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
중국인이 600만원어치의 감기약을 구매했다는 해프닝에 감기약 가수요 현상이 나타났다. 약국가에선 정부의 감기약 관련 조치가 미흡했다고 본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약국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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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게재 순서

①"감기약, 한분당 최대 사흘치만 드립니다"

②감기약 품귀 논란, 뭐가 문제길래

③낮은 자급률… '원료약 생산' 체질 개선의 딜레마

"처방전용 감기약을 제외하고 타이레놀과 같은 일반약 공급은 잘 되고 있습니다. 다만 1년째 감기약 수급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점은 문제죠." 지난 10일 서울 강남의 한 약국에서 약사 A씨를 만났다. A씨는 "최근 중국인의 감기약 대량 구매 의혹 사건 이후로 일부 손님들이 나서서 감기약을 사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게다가 정부에서 감기약 판매 제한 정책을 펼칠 것이란 우려에 가수요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인 감기약 대량 구매 의혹은 해프닝으로 드러났고 감기약 판매 제한 조치 예고가 오히려 소비자의 혼란을 부추겼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중국인 600만원어치 감기약 싹쓸이에 화들짝
감기약 가수요 사태는 중국인이 600만원어치의 감기약을 경기도의 한 약국에서 구매했다는 보도로 촉발됐다. 보건복지부 등이 확인한 결과 해당 사건은 사실무근으로 판명됐다. 다만 중국 내 코로나19 상황과 맞물려 감기약 수급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대란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정부도 중국 보따리상의 감기약 사재기로 인해 수급에 악영향이 미칠 것으로 판단하고 판매 수량을 제한하는 특단의 조치를 예고했다.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약국의 감기약 판매수량 제한 등의 유통개선조치를, 관세청은 감기약 수출검사를 강화해 위반 시 관세법에 따라 밀수출로 규정하겠다고 각각 발표했다. 대한약사회는 감기약 수급 불안정 해소 목표로 '인당 최대 3~5일치 구매' 캠페인을 전개했다.

이 같은 조치는 감기약 가수요를 부추겼다. 감기약 품귀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에 일부 소비자들이 잇따라 감기약을 쟁여놓으려는 사례가 속출했다. A씨는 "600만원어치의 감기약을 한 번에 판매할 수 있는 약국은 흔치 않다"며 "감기약 대량 구매 사례에 대한 실체를 파악하기 전에 구매제한 조치 운운이 가수요를 부추긴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감기약 수급 불균형은 지속되고 있다"며 "처방약 수요는 꾸준한데 공급은 부족하고 일부 약국에서 독점하다시피 주문하는 점도 문제다"고 꼬집었다.

감기약 수급 불균형 사태가 한해를 넘겼지만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서울 중구의 한 약국에 감기약 수급 안정을 위한 판매수량 제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스1
감기약 수급 불균형 사태가 한해를 넘겼지만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서울 중구의 한 약국에 감기약 수급 안정을 위한 판매수량 제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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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약 수급 불균형 1년째… 악순환 반복
감기약 수급 불균형 사태는 한해를 넘겼다. 지난해 1월 오미크론 변이의 등장으로 코로나19 환자가 폭발하면서 감기약 수요가 급증했다. 정부가 경증의 재택치료 코로나19 환자에게 감기약 사용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약국 현장에선 이때부터 감기약 수급이 원활하지 않았다고 본다.

식약처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 재유행 대비 감기약 수급 대응방안을 통해 생산·수입량을 보고했다. 조사 결과 감기약 생산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특정 품목 또는 일부 지역·약국에서의 수급 불안정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식약처는 같은 해 7월 그동안 운영했던 감기약 수급 현황 모니터링을 중단했다. 그 사이 감기약 수급 불균형 현상은 심각해졌고 다음 달인 8월 새로운 대책을 내놓았다. 일부 지역의 불균형 수급 해소를 위해 '감기약 신속 대응 시스템'을 의약계 단체와 공조해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일부 약사들은 감기약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려면 정부의 대국민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타이레놀. /사진=한국얀센
일부 약사들은 감기약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려면 정부의 대국민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타이레놀. /사진=한국얀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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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하다는데… 여전히 불안한 감기약 수급
약사들은 감기약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가 국민들을 설득하려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공급이 충분하다는 발표보다 대국민 차원의 홍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울 종로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B씨는 "일반 감기약의 경우 공급이 충분하니 쟁여놓지 않아도 된다고 손님들에게 말한다"며 "자정 노력 차원에서 손님들에게 사재기는 피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정부의 대국민 홍보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일선 약사들은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공중보건위기상황에서 감기약 같은 필수의약품의 경우 성분명 처방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의사의 성분명 처방을 통해 약의 선택권을 환자에게 이양해 제네릭(복제약) 등 특정 제품의 수요를 해결하자는 취지다. 처방약의 경우 의사가 특정 제품을 정하는 만큼 수급 불균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 중구에서 만난 또 다른 약사 C씨는 "감기약의 경우 성분명 처방이 해답이 될 수 있지만 약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의사단체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와 약국 일선에서 발생하는 수급 불균형을 해결할 정책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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