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불패 신화를 써가던 수도권 아파트·오피스텔들이 미분양 떨이를 시작했다. 수천대 1의 경쟁률에도 알아서 찾아오던 계약자들은 이젠 없다. 모델하우스 앞 길가에서 호객 행위로 나눠주는 화장품과 물티슈 등 각종 사은품에도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유상 옵션은 무료 제공으로 바뀌고 할인분양은 흔한 수법이 됐다. 계약자에게 현금을 지급하거나 고가 명품, 차량을 경품으로 제공하는 등 말 그대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된 것. 일부 시행사는 분양에 실패해 시공사에 공사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처지가 되면서 미수금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 올해 10월 기준 누적 미분양 가구 수는 4만7217가구로 1년 전(1만4075가구)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그래픽=강지호 디자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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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양 한파에 미분양 '6만가구' 넘었다
(2) 2~3년 후 대규모 공사비 연체 사태 올 수도
(3) 6개월 전 분양받았는데… 할인 '날벼락'
#. 8월 분양을 시작한 서울 구로구 오류동 '천왕역 모아엘가 트레뷰'. 440가구 규모의 이 사업장은 최근 계약금 10%를 입금하는 계약자를 대상으로 중도금 가운데 40%(4회차)까지 무이자 대출을 제공키로 했다. 84㎡(이하 전용면적)를 기준으로 분양가격이 10억5000만~10억9000만원인 점을 감안할 때 4억원이 넘는 금액을 입주 때까지 무이자로 융자해 주는 셈이다. 해당 이자금액은 대략 6000만원 안팎이다. 여기에 더해 1개월 내 3000만원의 현금을 입금해 준다는 조건을 걸었다. 결국 9000만원 전후의 금액을 깎아주는 셈이다.
전국 아파트 미분양 수가 공식 통계만 5만가구에 육박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10월 기준 누적 미분양 가구 수는 4만7217가구로 집계됐다. 1년 전(1만4075가구)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 서울시내 미분양 물량은 같은 기간 44가구에서 855가구로 20배 가까이 급증했다. 미신고 물량까지 합하면 부동산업계가 추정하는 전국 미분양 규모는 6만가구에 달한다.
지난 5월 청약을 받은 파주시 '운정 푸르지오 파크라인'. 이 오피스텔의 면적별 분양가는 ▲84㎡ 7억5000만~8억7000만원 ▲119㎡ 16억~17억원대로 당시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다. 최근 이 사업장도 계약 기근을 못견디고 결국 분양가 인하를 단행했다.
![]() 그래픽=강지호 디자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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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분양한 서울 영등포구의 도시형생활주택 '신길AK푸르지오'는 계약자 수십 명이 시행사와 시공사를 상대로 분양대금 20% 인하와 중도금 대출 무이자를 요구하고 있다. 인근 아파트가격이 분양 당시 대비 30% 이상 하락해 분양가도 조정돼야 한다는 게 계약자들의 주장이다.
미분양 물량은 앞으로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고금리가 지속됨에 따라 10만명 이상이 청약할 것으로 예상됐던 서울 최대 재건축 '둔촌주공'(단지명 '올림픽파크 포레온')마저 1·2순위 완판 실패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어 예비 청약자의 구매심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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