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세대 이동통신(5G) 28기가헤르츠(㎓) 주파수 대역 할당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통신업계가 충격에 빠졌다. 28 ㎓ 인프라 구축에 소홀했다는 이유라지만 정부 역시 수요 예측을 제대로 못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통신 사업자들도 시간과 비용 문제로 해당 대역 투자에 난색을 보인 만큼 새로운 사업자를 찾겠다는 정부의 구상이 순조롭게 진행될지 미지수다. 정부의 결정이 메타버스와 자율주행 등 미래 사업에 필요한 5G 28㎓ 주파수 대역 개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인다.
![]() 정부가 통신사들에게 할당한 5세대 이동통신(5G) 주파수 28기가헤르츠(㎓) 대역을 회수하겠다고 밝혔지만 수요 예측을 잘못한 정부의 책임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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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아직도 답답한 통신사 5G… 정부, 주파수 할당 취소 '강수'
② 28㎓ 투자 무관심한 이통사, 돈 되는 3.7㎓ 두고 눈치싸움
③ 주파수 할당 취소된 5G, 앞으로 어떻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5세대 이동통신(5G) 주파수 28기가헤르츠(㎓) 대역 할당을 취소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정부 책임론 역시 대두되고 있다. 애초에 시장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5G 선도국가 타이틀에만 급급했다는 지적이다. 이번 일로 28㎓ 대역을 중심으로 구축된 지하철 와이파이 사업은 차질이 불가피하다. 정부가 새로운 사업자를 찾고 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시각이 많다.
정부, 5G 28㎓ 주파수 대역 할당 취소... 통신사만 책임지나
![]()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7월1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통신3사 CEO 간담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은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왼쪽부터), 이 장관, 구현모 KT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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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들은 고개를 숙였다. SK텔레콤은 "이번 정부 조치의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KT 역시 "현실적인 한계로 인프라 조성 수준이 정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LG유플러스는 억울해 한다. LG유플러스는 정부의 이번 결정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28㎓ 서비스 관련 국책사업에 참여하고 사업모델을 개발해왔으며 통신 3사 중 가장 많은 구축 활동을 진행해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정부 역시 주파수 수요를 제대로 계산하지 못해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장본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2018년 통신 3사에 일반 국민이 사용하는 3.5㎓와 소위 기업용으로 불리는 28㎓ 주파수를 경매로 넘겼다. 당시 통신사들은 28㎓ 주파수가 속도는 빠르지만 장애물을 피해 가는 회절성이 떨어져 관심이 적었다. 그럼에도 3.5㎓ 주파수와 함께 경매가 진행돼 할당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결정도 졸속으로 이뤄졌다. 정부는 반드시 '주파수심의위원회'를 가동해 신규 주파수를 할당해야 했지만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라는 목표에만 매몰돼 경매 절차를 초고속으로 진행한 탓이다. 통신사들은 당시 28㎓ 주파수의 타당성조차 제대로 살펴볼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하소연한다.
이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4년이 지난 지금도 28㎓에 대한 기업들의 수요는 여전히 미미하다. 통신 3사는 주파수 할당 대가로 6200억원을 냈는데 해당 문제를 전적으로 통신사에게 전가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번에 28㎓ 대역이 회수되거나 사용 기간이 줄더라도 이미 정부에 낸 비용을 회수할 수 없다.
정보통신부 차관 출신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충북 청주시청원구)은 지난 11월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전파방송진흥주간' 기념식에 참석해 "이번 5G 28㎓ 주파수 할당 취소 사태는 정부의 잘못"이라며 "6세대 이동통신(6G)으로도 28㎓를 쓰려면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도 사실상 포기했는데 불확실성도 해소해주지 않고 그냥 투자하라고 해서 여기까지 왔고 정부 역할이 미흡했다"고 꼬집었다.
주파수 할당 취소, 지하철 와이파이 '차질'... 신규 사업자 가능할까
![]() 지난 5월20일 촬영된 지하철 2호선 성수지선에 설치된 28㎓ 기반 지하철 와이파이의 모습.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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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28㎓ 활성화 전담반을 발족하고 통신 3사와 실증사업에 나서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할당이 취소되면 공공와이파이, 지하철 와이파이 등의 28㎓ 서비스에 대한 고객 피해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정
부는 할당 취소를 피한 SK텔레콤 등 사업자들과 손잡고 지하철 와이파이 구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지만 KT와 LG유플러스의 주파수 할당이 취소될 경우 이들이 담당하던 5·6·7호선 내 와이파이 서비스 상용화가 중단될 수 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11월24일 '28㎓ 신규사업자 지원 태스크포스(TF)' 킥 오프 회의에서 신규 사업자 진입 추진을 논의했다. 신규 사업자 진입을 추진하며 해당 주파수의 본 용도대로 이동통신용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 가능성에 대해선 고개가 갸우뚱한다. 수 십년 동안 망 투자를 해온 통신사들도 제대로 투자하지 못한 28㎓ 대역을 감당할 새로운 사업자가 있을지 의문시 된다는 것이다. 메타버스나 가상현실, 자율주행 같은 미래 서비스들이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는 28㎓를 활용한 수익 모델도 발굴하기 어렵다.
통신업계 전문가는 "신규사업자가 28㎓에 진입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짚었다. 다행히 이음5G 사업자가 유력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이음5G에 4.7㎓와 28㎓ 대역 주파수가 활용되기 때문이다.
이음5G는 이통사 이외의 사업자가 특정 구역 단위로 주파수를 받아 5G 융합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특화망이다. 과기정통부는 통신 시장 경쟁 활성화와 5G 산업 육성을 위해 해당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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