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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X-은마 사태] "내 집 앞만 아니면"… '4.3조' 국책사업 막는 님비

김노향 기자VIEW 5,5882022.12.01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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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바깥벽에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 노선 공사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김노향 기자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바깥벽에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 노선 공사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김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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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정 사업비 4조3857억원의 국책사업이자 제3차 국가철도망 계획(2016~2025년)의 일환인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 노선 건설공사가 강남 재건축 아파트 일부 주민의 반대로 사업을 진행시키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지난 10월19일 서울시의 도시계획위원회의 재건축 심의를 통과했다. 은마아파트는 1979년 준공된 4424가구 대단지로 2003년 재건축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올해로 19년째 사업을 진행 중인 상황이다.

그동안 주민간 각종 이해관계의 대립으로 사업 진행이 어려웠던 은마아파트 재건축은 현정부의 규제 완화로 사업에 물꼬를 트는 듯 했으나 다시 GTX 때문에 발목을 잡히게 됐다.

1일 은마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이하 '은마 재건축추진위')와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은마 재건축추진위는 안전성 문제를 이유로 GTX 착공에 반대해 지속해서 설계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GTX는 현재까지 3개 노선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해 A(파주 운정-화성 동탄역) B(인천 송도-경기 마석역) C(경기 양주-경기 수원역) 노선의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GTX는 최고시속 200㎞, 평균시속 100㎞로 주행해 경기·인천에서 서울 도심까지 기존에 2~3시간 소요되던 출·퇴근시간을 20~30분대로 단축시킬 수 있다. 수도권 교통난 해소와 도심 집중화 완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마 재건축추진위는 이중 GTX-C 노선이 아파트 단지 아래 지하를 통과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지 노후화와 재건축 사업 추진으로 안전성이 우려된다는 이유다.

문제는 일부 주민이 노선 변경의 협의 주체인 정부나 시공사 대신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 인근으로 몰려가 연일 단체집회를 하면서 사회적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은마 재건축추진위는 지난 11월 초에 10·29 참사를 빗대 '이태원 참사 사고 은마에서 또 터진다'는 문구의 현수막을 아파트 바깥벽에 내걸어 논란이 되자 철거했다. 현재는 '현대그룹 정의선의 대형사고. 이번에는 은마에서?'라는 자극적 문구의 현수막이 아파트 바깥벽에 걸려 있다.

연일 지속된 단체집회에 이어 주민 공금인 장기수선충담금이 부당사용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이달에 은마 재건축추진위와 입주자대표회의에 대한 정부 합동조사를 예고한 상태다. 집회에 참여한 은마아파트 주민은 최대 370여명으로 추산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시위 참가자 수를 늘리기 위해 아파트 내부에 현금 지급을 약속하는 전단지가 붙어있는 정황도 드러나 내부에서조차 자제하자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73.4%는 '목적 달성을 위한 과격한 방식의 집회가 필요하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500명 대상 1대1 전화면접조사 유선 21%·무선 79%)

경찰청에 따르면 올 1~8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을 위반한 불법시위 적발 건수는 251건으로 지난 4년 평균인 246건을 넘어섰다. 지난해 집시법 위반으로 검거된 사건 수와 인원은 297건, 549명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일부 주민이 국책사업인 GTX-C 사업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일반 시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주택가의 무리한 시위를 강행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비판받을 만하다"면서 "과거에 집값 하락을 우려하는 주민들이 자기 집 앞에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반대해 지역이기주의(님비)라는 논란이 있었는데 성숙한 시민의식이 요구되는 때"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집회 소음 관련 112 민원건수는 2만2854건으로 하루평균 62건을 상회했다. 민주주의 집회가 시민의 목소리를 통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타인의 기본권과 공익을 침해해선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한병도 의원(더불어민주당·전북 익산을)은 기준 이하 소음이라도 악의적 표현으로 신체?정신 장애를 유발할 정도라면 집회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같은 당 법제사법위원회 박광온 의원(경기 수원정)도 소음과 모욕으로 사생활을 해치거나 공포심을 유발하는 음향·영상을 반복 재생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상 경찰의 소음 기준 유지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6개월 이하 징역 또는 5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최근 6년 동안 형이 확정된 건은 19건에 불과하다. 이중 대부분은 벌금 20만~50만원에 그치고 있다. 해외 선진국들은 개인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집회를 강하게 규제하고 있다. 프랑스는 집회 소음이 주변 배경소음보다 주간 5데시벨(dB), 야간 3데시벨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제한다. 미국은 소음 유발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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