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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 아저씨 회장님들"… 스포츠 지원에 진심인 재계 총수들

[머니S리포트-기업과 스포츠 경제] ④ 올림픽 주역 키우는 기업들

최유빈 기자VIEW 31,2422022.11.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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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을 계기로 새삼 기업과 스포츠의 동행이 주목받고 있다. 기업들은 축구를 비롯해 다양한 스포츠 종목의 꿈을 키우고 국내·외 각종 대회를 후원하며 전 세계 스포츠 팬들과 환희의 순간을 함께한다. 이를 통해 전 세계 스포츠 발전에 이바지하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을 상대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는 효과를 얻는다.
과거부터 이어진 재계 총수들의 스포츠 사랑이 주목된다. 사진은 시계 방향으로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각 사
과거부터 이어진 재계 총수들의 스포츠 사랑이 주목된다. 사진은 시계 방향으로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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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게재 순서

①'꿈의 무대' 10회 연속 월드컵 진출… 뒤엔 현대家의 축구사랑

②"태극전사와 함께 뛴다"… 스포츠와 동행하는 기업들

③카타르서 친환경차로 '탄소 중립 월드컵' 이끄는 현대차그룹

④"키다리 아저씨 회장님들"… 스포츠 지원에 진심인 재계 총수들

⑤스포츠 지원도 ESG… 재계, 비인기종목 꿈 키운다

⑥유럽·미국서 '큰손' 된 타이어 3사

재계 총수들의 꾸준한 스포츠 사랑은 단순 후원에만 그치지 않는다. 구단주로서 스포츠단을 지원하는가 하면 협회장으로 활동하며 해당 종목 발전을 이끌고 있다.

'올림픽 주역' 키워내는 후원자들
고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은 유명한 레슬링 마니아였다. 일본 유학 시절 한국계 프로레슬러 역도산의 활약에 매료된 그는 한국에 돌아와 고교 진학 후 부모님의 반대에도 레슬링부에 가입했다. 이후 2년간 선수로 활약하며 전국대회에서 수상할 만큼 두각을 나타냈다.

1982년 대한아마추어레슬링협회장에 취임한 이건희 선대회장은 15년 동안 직을 유지하며 레슬링 종목 저변 확대에 힘썼다. 그가 레슬링협회장이 되자 모친은 "학창 시절부터 말 안 듣고 레슬링을 하더니 이제 회장이 됐네"라고 했다는 일화도 있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협회장 취임 이후 10여년 동안 약 300억원을 투자하며 레슬링 발전에 기여했다. 그가 취임한 뒤 레슬링협회의 첫 목표는 '타도 일본'이었다. 일본으로부터 레슬링 기술을 수입할 만큼 기술 격차가 컸지만 한국인으로서 일본만은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선대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헝가리와 소련의 기술을 전수받은 한국 대표팀은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9개, 은메달 2개, 동메달 5개 등 출전선수 20명 중 16명이 메달을 따내면서 일본을 압도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1985년 정몽구 명예회장이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한 뒤부터 38년째 후원을 이어오며 양궁을 올림픽 효자 종목으로 성장시켰다. 1990년대 말 당시 전 세계 양궁 활 시장을 장악한 외국의 한 브랜드가 자국 선수에게만 신제품을 제공하겠다고 선언하자 정 명예회장은 국산 활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는 회장 집무실에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고 양궁 관계자들을 불러 국산화에 주력했고 마침내 성공했다. 인체 공학 기술을 접목한 덕분에 오늘날 국제대회에서 세계 각국의 국가대표들도 한국산 활을 쓰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2005년부터 대한양궁협회장으로 활동하며 선수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2020 도쿄올림픽 당시 여자양궁 대표팀의 안산 선수는 짧은 머리를 했다는 이유로 '페미 논란'에 휩싸여 일부 누리꾼들에게 '남성 혐오자'라는 공격을 받았다.

소식을 들은 정 회장은 경기 당일 오전 양궁 지도자 출신의 행정가 장영술 부회장을 통해 안 선수를 격려했다. 이날 경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안 선수는 "회장님께서 아침에 전화로 '믿고 있다. 잘해라' 등의 격려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며 "덕분에 가벼운 마음으로 경기장에 올 수 있었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회장님의 '취미생활'에서 시작된 지원… 스포츠 종목 발전 '톡톡'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핸드볼 사랑은 유명하다. 중학생 시절 핸드볼 선수로도 활약한 최 회장은 2007년 핸드볼 국가대표팀이 후원사를 구하지 못하고 있을 때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이듬해 대한핸드볼협회장에 취임한 그는 2011년 434억원을 들여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에 핸드볼 전용 경기장을 지어 협회에 기부했다. 최 회장은 '2030 핸드볼 중장기 발전전략'을 세우고 리그 선진화에 나섰다. 지난 6월엔 핸드볼 프로리그 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실업리그인 핸드볼코리아를 오는 2023년부터 프로로 출범, 겨울을 대표하는 실내 스포츠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야구단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 그는 1993년부터 29년째 한화이글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10대 기업 총수 중 야구단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건 김 회장이 유일하다. 1999년 한화이글스가 한국시리즈에서 첫 우승을 했을 때 그는 선수들을 끌어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김 회장은 사격에도 관심이 많아 2002년 대한사격연맹 회장직에 오른 후 그동안 100억원 이상을 후원하고 국내 5대 메이저 사격대회 중 하나인 '한화회장배 사격대회'를 운영하고 있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은 2002년 알프스산맥 650㎞ 구간을 7일간 완주하는 '트랜스 알프스 챌린지'를 동양인 최초로 완주했을 정도로 재계의 소문난 '자전거 마니아'다. 해당 챌린지는 험난한 절벽이 많아 기권자가 속출하는 레이스로 악명이 높다. 구 회장이 이 대회를 완주할 당시 아내 이현주씨는 냉수를 떠 놓고 매일 남편의 무사 완주를 위해 기도했다고 한다. 2009년부터 대한자전거연맹 회장을 지낸 구 회장은 사이클계 발전을 위해 꾸준히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8년 세계사이클연맹으로부터 공로상을 받았다.

재계의 골프 고수로 인정받아온 이웅렬 코오롱 명예회장은 자사의 기술을 접목한 골프공 개발에 나선 결과 첨단 신소재 아토메탈 분말을 활용한 골프공 '아토맥스'(Attomax)를 제작, 세계기록위원회(WRC)로부터 세계 최장 비거리 골프공 인증을 획득했다. 2018년 이후 공식 석상에 나서지 않던 이 명예회장은 지난 6월 WRC 인증식에 참석해 "앞으로도 골프 관련 행사엔 참석하겠다"고 밝히며 골프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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