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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FTX의 몰락, '빛 좋은 개살구' 가상자산의 현주소

송은정 기자VIEW 9,0642022.11.21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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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FTX의 몰락, '빛 좋은 개살구' 가상자산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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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거래소 FTX의 파산사태로 가상자산 시장이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FTX사태 피해규모는 피해자가 28만명, 피해금액이 77조원에 달했던 테라·루나사태 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

FTX는 2019년 설립 후 가상자산 시장 성장에 따라 몸집을 키웠다. 혁신적인 기술과 뛰어난 사용자 환경(UI)으로 투자자들을 대거 끌어모았고 올초 기업가치는 320억달러(약 44조원)를 인정받았다. 외형성장과 달리 기업의 자산 건전성은 부실했다. FTX의 핵심 관계사인 알라메다의 대차대조표를 들여다보면 자산(146억달러) 대부분이 FTX 거래소가 발행한 자체 코인(FTT)으로 채워졌다. FTT 코인 가격이 무너지면 알라메다와 FTX가 연쇄 부도나는 수익 구조인 셈이다.

1992년생 샘 뱅크먼-프리드 FTX 최고경영자(CEO)도 투자 유치금으로 가상자산 사업과 거리가 먼 홍보에 치중했다. 지난해 FTX는 미국프로농구(NBA) 마이애미 히트 홈구장에 19년간 명명권을 사용하는 데 1억3500만달러(약 1780억원)를 투입했고 구장 이름을 'FTX 아레나'로 변경했다. 올 초에는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 슈퍼볼 광고를 사들였다. 슈퍼볼 중계시 30초 광고 단가는 700만달러(약 92억원)에 달한다.

'코인계의 JP 모건', '코인계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며 유명세를 떨쳤던 CEO도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다. 평소 행사장에서 FTX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와 헐렁한 반바지 차림으로 자유롭고 소탈한 이미지를 내세웠지만 독재적 CEO의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다. 실제 뱅크먼-프리드는 FTX의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할 때 외부 조언을 듣지 않고 소수의 의견에만 귀를 기울였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당시 직원들은 FTX의 핵심 사업과 관계가 적은 영역까지 투자금을 투입하는 데 우려가 컸다고 전했다.

FTX사태로 국내 투자자들의 천문학적인 피해 규모가 우려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자산 출금이 막힌 FTX 국내 이용자 수는 1만명 이상에 달하고 FTX의 가상자산에 23억원가량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채권자도 당초 알려진 10만명의 10배인 100만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투자자의 피해 우려가 확산하자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최근 이번 FTX 사태와 관련해 "디지털자산 기본법과 공정거래법 등 국회 법안 심사 시 이용자 보호 대책이 논의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FTX의 몰락으로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국내 거래소는 해외 거래소에 비해 예치금 관리와 수익구조가 탄탄한 편이다. 하지만 외형성장에만 급급해 자산 건전성 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내실을 외면하는 순간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FTX사태의 파장은 어디까지 갈까. 하루아침에 파산한 FTX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가 투자자 보호를 위한 건전성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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