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자수첩] 없던 일 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연희진 기자VIEW 9,9192022.11.15 06:14
0

글자크기

[기자수첩] 없던 일 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AD
새 정부의 규제혁신 1호로 떠올랐던 대형마트 영업 규제가 유지될 전망이다. 10년 만에 논의됐던 의무휴업 폐지가 도마 위에서 내려갔다.

지난 7월 대통령실은 '국민제안 톱10'을 발표했다. 온라인 국민투표를 거쳐 상위 3개 우수제안을 국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추천할 계획이었다. 국민과 직접 소통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국민제안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다. 예상된 결과였다. 소비자들은 의무휴업일에 대한 불편을 꾸준히 표출해 왔다. 해당 안건은 57만여개의 '좋아요'를 얻으며 규제 개선에 속도가 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규제 개선은 사실상 무산됐다. 대통령실은 어뷰징(중복 전송) 문제로 우수 국민제안 상위 3건을 발표하지 않았다. 대형마트 영업 규제 완화 여부를 다룰 예정이었던 규제심판회의도 연기되면서 흐지부지됐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은 2012년 도입됐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의무휴업을 포함한 유통산업발전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는 일요일을 포함한 공휴일, 월 2회 쉬어야 한다. 영업을 하는 날에도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문을 닫는다.

2010년에는 전통시장 500m 이내에는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을 출점하지 못하도록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됐다. 2011년에는 전통시장 1㎞ 내에 출점을 제한하는 내용으로 한 차례 더 개정되면서 규제가 강화됐다.

해당 규제는 본래 취지인 골목상권 보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대형마트가 쉰다고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에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대형마트 등에 대한 유통규제 관련 소비자 인식 조사'를 보면, 대형마트 휴무일에 전통시장을 방문한 소비자는 8.3%에 불과하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도입 이후 전통시장 매출이 늘었다는 통계도 없다. 소비자 의견은 배제된 채 이해당사자의 의견만 수렴한 법이라는 지적이 거세다.

전통시장의 문제는 ▲불투명한 가격 ▲판매 과정에서의 미흡한 위생 상태 ▲불친절한 서비스 등이다. 대형마트를 쉬게 할 것이 아니라 이를 해결하고 경쟁력을 강화할 방안을 고안해야 한다.

정부는 유통업계와 함께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와 관련해 중소유통 역량강화 지원과 업계가 수용가능한 수준의 일부 규제개선을 포함한 상생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 간의 충분한 의견수렴과 합의를 바탕으로 상생방안을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새 정부는 규제 혁신을 강조해 왔다. 다만 윤 대통령이 취임한 지 6개월이 지난 지금 유통업계 규제는 아무것도 나아진 것이 없다. 윤 대통령은 "당장은 현행 제도를 유지하면서 소상공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했으나 진전된 게 없어 '눈치 보기'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왔다.

규제 혁신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일부 이해관계자의 반발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규제 혁신 추진은 온라인 국민 투표를 통한 '국민제안'이라는 점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비정상적인 접근을 통한 투표가 발생했다며 무효가 됐고 국민제안 홈페이지는 멈춰 있다. 정부의 준비성 부족과 '아니면 말고' 식의 추진력에 한숨을 짓는 이들이 많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가 답만은 아니다. 문제는 준비 없는 정책 추진이다. 상생 방안을 고려한 규제 혁신을 위해서라면 국민제안에 부치기 전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먼저 수렴해야 했다. 국민의 의견을 제대로 듣기 위해서라면 투표 시스템 관리에 만전을 기했어야 했다. 제 발톱으로 제 살을 뜯어야 하는 혁신에 앞서 기본에 충실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상단으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