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저출산 예산 400조 썼지만… "3세대 지나면 망한다"

[머니S리포트-인구절벽 대한민국②] 국민연금 고갈 불 보듯… 정부 대책은 오리무중

김윤섭 기자VIEW 7,2702022.09.28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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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인구감소가 현실화했다. 지난해 한국의 총인구는 1949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정부는 2006년 이후 400조에 육박하는 저출산 관련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은 매년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합계출산율은 0.8명마저 위태롭다. 인구는 국가 경제의 기초 체력이다. 인구는 국가 경제 성장률과 직결되는데 인구감소는 경제 전반의 침체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이제 단순히 예산만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한민국이 마주한 인구절벽의 현실과 대안을 살펴봤다.
한국의 인구감소 시점이 정부 예상보다 빠르게 다가오면서 인구 절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한 어르신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사진=뉴스1
한국의 인구감소 시점이 정부 예상보다 빠르게 다가오면서 인구 절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한 어르신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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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게재 순서

① "한국은 출산 파업"… 신생아 울음소리? 산모 없는 산부인과

② 저출산 예산 400조 썼지만… "3세대 지나면 망한다"

③ [인터뷰] 해법 없는 저출산, 이대로 망하나

지난해 한국의 총인구는 1949년 집계 이후 72년 만에 감소했다. 사실상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인구가 줄어든 것으로 통계청이 2019년 예측한 2029년보다 감소 시점이 8년 빨라졌다.

지난 5월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한국의 저출산과 인구 감소에 대해 경고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머스크는 "한국이 홍콩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 붕괴를 겪고 있다"며 "한국의 출산율이 변하지 않는다면 3세대 후 인구는 현재의 6%가 된다. 인구 대부분은 60대 이상이 차지하게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머스크가 한국의 인구 붕괴를 경고한 이유는 한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81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최하위다.

한국의 출산율이 더 뼈아픈 것은 지난 10여년 간 400조원에 육박하는 예산을 투입하고도 출산율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감사원이 지난해 발표한 '저출산·고령화 대책 성과분석 및 인구구조 변화 대응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사상 처음 저출산 예산이 편성된 2006년 이후 2020년까지 15년간 저출산 대책에 투입된 예산은 380조2000억원이다. 이 기간 태어난 출생아 수는 626만1467명이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아이 한 명당 6000만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된 셈이다.

국내 생산연령인구 전망./그래픽=강지호 기자
국내 생산연령인구 전망./그래픽=강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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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연령인구 감소·고령인구 증가… 국민연금 고갈 문제도
출산율 하락으로 인한 인구감소가 가져올 영향은 매우 크다. 경제의 핵심 주체인 생산연령인구(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15~64세 인구)가 줄고 고령인구(피부양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국가의 경제 시스템이 붕괴할 위험이 커진다.

통계청이 9월5일 발표한 장래인구 추계에 따르면 전국 생산연령인구는 2020년 3738만명(총인구의 72.1%)으로 정점을 기록한 뒤 매년 감소하기 시작해 2050년에는 2419만명(51.1%)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5~49세로 범위를 좁혀도 생산연령인구 비중은 같은 기간 36.8%에서 23.1%로 줄어든다. 반면 피부양인구인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20년 815만명에서 2024년 1000만명, 2050년에는 190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따른 부양 부담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 분석결과 생산연령인구 100명이 부양하는 인구인 총부양비(생산연령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하는 유소년과 고령인구)는 2022년 40.8명에서 2070년 116.8명까지 늘어난다. 2070년부터는 생산연령인구 10명이 아이나 노인 11명 이상을 부양해야 한다는 의미다.

인구감소의 위험성은 국민연금 문제와도 직결된다. 수급자가 급증하면서 국민연금의 고갈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국민연금 수급자는 489만4000명으로 2010년에 비해 256만명, 110% 증가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30년과 2040년 노령연금 수급자가 각각 726만명, 1104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건사회연구원은 국민연금이 2056년 모두 소진될 것으로 전망했다. 70년 뒤인 2092년에는 누적 적자가 2경26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즉 1990년생부터는 국민연금 혜택이 없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인구감소 문제는 국가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전문가들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인구 100명당 부양 인구 전망./그래픽=강지호 기자
인구 100명당 부양 인구 전망./그래픽=강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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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연령인구 연령 조정 등 포괄적 대책 필요한 시점"
일각에서는 인구감소로 인한 부양 부담을 낮추기 위해 생산연령인구 기준을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생산연령인구를 기존 64세에서 69세로 조정할 경우 2070년 노년부양비(생산연령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하는 고령인구)는 100.6에서 74.4로 감소한다.

생산연령인구를 확보하기 위한 정년 연장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생산연령인구가 새로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기존 노동력 활용을 연장하자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인구정책 방안으로 정년 연장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인구감소가 현실화했지만 정부의 대책은 요원하다. 기획재정부 중심의 인구위기대응 태스크포스(TF)가 만들어졌으나 지난 6월 첫 회의 이후 관련 대응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예산 투입에도 출산율 하락이 심화하고 있는 만큼 출산 비용 지원, 양육수당 등 복지 정책 중심에서 주거, 일자리, 노후 등 사회·경제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오은영 정신의학과 박사는 지난 7월15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제28회 미래서울 아침특강에서 "단지 출산율을 높일까에 대한 고민은 협소한 의미의 정책에 그칠 수밖에 없어 큰 관점에서 정책을 수립하는 단계가 필요하다"며 "결혼에 대한 지원, 일과 가족의 양립 지원, 남성의 보살핌 노동 참여도 확대 등 다양한 범위에서 정책이 다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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