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동산

[르포] '전포자'를 아시나요

[머니S리포트 - 세입자도 집주인도 '월세 시대'] ③ 전세 대신 월세 선택… "대출이자 감당 못해"

신유진 기자VIEW 4,3802022.09.26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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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월세 수요가 늘고 있다. 집값 하락으로 인해 매매보다는 임대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는 게 기본적인 이유지만 궁극적으론 역대급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금리의 가파른 인상이 전세 대출마저 꺼리도록 하기 때문이다. 매매가와 전세가 사이에서 자기 돈 없이 집을 매입하는 과도한 '갭투자'로 인해 깡통전세 우려가 깊어지면서 월세 선호를 더욱 부추긴다. 이는 월세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전세 매물을 찾는 수요가 크게 줄면서 '갭투자' 집주인들은 속이 탄다. 반면 여유있는 집주인들은 월세를 더 올리고 있다. 급등한 금리만큼 월세를 올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란 분위기다. 현장에선 이제부터 시작이란 얘기가 나온다.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있는 아파트. 대형 건설업체 브랜드에서 시공한 아파트들이 모여있다.  /사진=신유진 기자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있는 아파트. 대형 건설업체 브랜드에서 시공한 아파트들이 모여있다. /사진=신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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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게재 순서

(1) "이자 올랐으니 월세도 올릴게요"… 고금리 여파에 눈물의 월셋값 상승

(2) 전셋값 내려 한숨 돌리나 했더니… "월세만 올랐다"

(3) [르포] '전포자'를 아시나요





잇단 금리 인상으로 전세대출 이자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최근 전세사기까지 기승을 부리자 전세 대신 월세를 선택하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다. 전세를 포기한 세입자들은 월세를 찾고 있고 전세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집주인도 애가 타는 상황이다.

실제 시장 분위기는 어떨까. 지난 9월16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강촌 한양 ▲호수마을단지 ▲강촌라이프 등 대단지가 밀집된 만큼 상가마다 여러 개의 공인중개사사무소가 위치해 있었다. 사무실 창문엔 전세와 월세, 매매 등 수없이 많은 매물 전단이 붙어있었다.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가 줄었다기보다 월세가 늘었다고 보는 게 맞다"면서 "다만 금리가 너무 오른 탓에 대출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워 세입자들이 전세 대신 월세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주상복합 오피스텔 등은 전세 대신 월세를 택하는 경우가 더 많고 아파트는 아직 전세 수요가 더 많다"고 덧붙였다.

"대출이자 감당 어려워"
지난 16일에 촬영한 일산동구에 위치한 강촌 한양아파트. 대부분 이 근방에 있는 아파트들은 재건축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신유진 기자
지난 16일에 촬영한 일산동구에 위치한 강촌 한양아파트. 대부분 이 근방에 있는 아파트들은 재건축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신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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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요즘 전세사기에 대한 불안으로 세입자들이 전세를 꺼리기도 한다"면서 "다만 대부분의 전세사기는 아파트보다 빌라에서 발생하고 있어 전세 인기가 높다. 높은 전세금과 금리 탓에 아파트 전세를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는 있다"고 말했다.

일산에서 아파트 전세를 찾고 있는 예비 신혼부부 김모씨는 "금리가 4~5%대인데 대출이자를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전세만이 아니라 월세 매물까지 같이 알아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같은 날 서울 마포구 공덕동. ▲공덕 더샵 ▲공덕 SK리더스뷰 ▲롯데캐슬 프레지던트 ▲공덕 파크자이 등 대형건설업체 브랜드 아파트들이 모여있다. 주상복합아파트가 많아 단지 내 상가에는 식당과 카페, 각종 여가시설들이 즐비했다.

공덕동 단지 상가에 위치한 C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전세를 찾는 세입자가 이전보다는 확실히 줄었다"며 "당분간 고가 매물이 쌓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집주인들도 세입자를 구하기 어렵다보니 전세 급매를 내놓고 있지만 대출이자 부담이 큰 상황이어서 세입자를 찾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공덕동 인근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도 "매물이 쌓이는데 나가지 않다 보니 집주인들도 답답한 상황"이라며 "전셋값을 내려도 세입자를 못 구해 월세로 돌린 집주인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월세를 찾는 이들이 많아 집주인들이 월세를 올리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전세계약이 만료된 이모씨는 "재계약을 할 예정인데 전세 대신 월세로 전환하길 희망하고 있어 집주인과 조율이 되지 않을 경우 다른 월셋집을 알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세의 월세화' 기회 틈타 월세 상승
마포구 공덕동 주상복합 아파트인 '공덕SK리더스뷰'. 공덕역 인근에 주상복합 아파트들이 즐비하다. /사진=신유진 기자
마포구 공덕동 주상복합 아파트인 '공덕SK리더스뷰'. 공덕역 인근에 주상복합 아파트들이 즐비하다. /사진=신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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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분위기는 통계로도 확인되고 있다. 지난 9월 2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전국 주택종합(아파트·연립·단독주택 포함) 월세통합 가격지수는 102.8을 기록했다. 이는 전월보다 0.15% 오른 것으로 2019년 12월(97.8)부터 2년 8개월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주택 유형별로는 아파트의 월세통합 가격지수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월세 가격은 날로 상승하고 반대로 매매가격과 전셋값은 내려가는 추세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월세를 찾는 세입자들이 많아지면서 월셋값이 상승세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수도권 아파트 전·월세전환율은 4%대에 육박했다. 전·월세전환율은 전세금을 월세 계약으로 전환했을 때 적용하는 비율이다. KB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의 전·월세전환율은 7월 대비 모두 상승했다. 수도권 아파트 전·월세전환율은 3.85%를 기록했다. 서울은 3.23%로 4%대인 인천(4.58%) 경기(4.03%)보다 낮다.

이처럼 전·월세전환율이 상승한 이유는 세입자들의 월세 선호 현상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연말까지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당분간 전·월세전환율은 계속 오를 전망이다. 전문가들도 월세 선호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목돈 마련이 어려운 세입자들은 월세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며 "기준금리 인상이 계속된다면 월세 선호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세입자 입장에서 깡통전세에 대한 두려움이 있고 월세는 계약기간 동안 고정된 금액이기 때문에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오히려 전세대출 이자가 변동금리 영향을 받아 가파르게 인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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