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동산

전셋값 내려 한숨 돌리나 했더니… "월세만 올랐다"

[머니S리포트 - 세입자도 집주인도 '월세 시대'] ② 월세 폭등에 세입자 비명

김노향 기자VIEW 7,1392022.09.26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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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월세 수요가 늘고 있다. 집값 하락으로 인해 매매보다는 임대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는 게 기본적인 이유지만 궁극적으론 역대급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금리의 가파른 인상이 전세 대출마저 꺼리도록 하기 때문이다. 매매가와 전세가 사이에서 자기 돈 없이 집을 매입하는 과도한 '갭투자'로 인해 깡통전세 우려가 깊어지면서 월세 선호를 더욱 부추긴다. 이는 월세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전세 매물을 찾는 수요가 크게 줄면서 '갭투자' 집주인들은 속이 탄다. 반면 여유있는 집주인들은 월세를 더 올리고 있다. 급등한 금리만큼 월세를 올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란 분위기다. 현장에선 이제부터 시작이란 얘기가 나온다.
자금이 없어도 100% 대출을 받아 미분양 빌라를 사거나 세입자가 살고 있는 주택 등을 사라고 현혹하는 '무자본 갭투자' 광고가 기승을 부린다. 무자본 갭투자는 임대료 급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사진=뉴스1
자금이 없어도 100% 대출을 받아 미분양 빌라를 사거나 세입자가 살고 있는 주택 등을 사라고 현혹하는 '무자본 갭투자' 광고가 기승을 부린다. 무자본 갭투자는 임대료 급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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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게재 순서

(1) "이자 올랐으니 월세도 올릴게요"… 고금리 여파에 눈물의 월셋값 상승

(2) 전셋값 내려 한숨 돌리나 했더니… "월세만 올랐다"

(3) [르포] '전포자'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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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규제에도 꿈쩍 않던 집값이 치솟는 금리에 맥을 못추고 있다. 신규분양시장 역시 미계약 물량이 속출하고 있다. 임대차계약이 만료됐지만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보증사고도 늘고 있다. 걔 중엔 고의적으로 보증금 사고를 내는 사례도 상당하다. 가격은 낮지만 향후 시세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빌라와 오피스텔 등 소형 공동주택일수록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심각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이 때문에 자금이 없어도 100% 대출을 받아 미분양 빌라를 사거나 세입자가 살고 있는 주택 등을 사라고 현혹하는 '무자본 갭투자' 광고가 기승을 부린다. 무자본 갭투자는 임대료 급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기존 세입자가 재계약을 원할 시엔 임대료 상승률 5% 이하 규제가 적용되지만 신규 세입자와 계약하거나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 전·월세전환율 규제가 약해 임대료를 마구 올린다는 지적이다.

이자 감당 위해 임대료 폭등 악순환
전세 가격 상승과 높은 대출 이자로 인해 준전세(보증부월세)나 월세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들이 늘어나고 월 임대료 부담이 급증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 상도동 '래미안상도3차' 114㎡(전용면적)는 지난 8월11일 보증금 1억원 월세 250만원에 임대차계약이 이뤄졌다. 같은 면적의 다른 거래 사례를 보면 한 달 전인 7월9일에는 보증금 3억원 월세 200만원에 계약됐다.

전·월세전환율 2.5%(서울시 권고 기준)를 감안하면 사실상 비슷한 수준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는 2년 전에 비해선 월세가 60~70% 가량 오른 금액이다. 실제 같은 면적의 2020년 거래를 살펴보면 ▲보증금 3억원에 월세 120만원(7월 신고) ▲보증금 4억원에 월세 95만원(8월) 등으로 집주인은 2년 새 연간 1000만원에 가까운 월세를 더 챙기게 된 셈이다.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 집주인이 높은 수준으로 임대료를 올리는 게 현실"이라며 "최근에는 금리인상에 따라 대출이자가 늘어난 만큼 임대료를 올려 세입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려는 목적으로 보증금을 유지하고 월세만 올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임대료 폭등 현상은 주로 서민들이 찾는 빌라나 오피스텔 등에서 더욱 쉽게 나타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빌라담보대출을 받을 때 시세 대비 감정가가 높게 나오기가 어렵지만 분양대행사와 2금융권 알선을 통하거나 신용대출을 추가로 받아 100% 대출이 가능한 경우가 있었다"면서 "이렇게 무자본 갭투자를 하면 이자를 감당하기 위해 임대료를 터무니없이 올릴 수밖에 없게 된다"고 귀띔했다.

김영찬 디자인 기자
김영찬 디자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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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만 올랐다
주택경기 침체로 매매와 전세가격은 하락하는 대신 이처럼 월세가격만 오르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기준금리 상승으로 전세대출 금리가 급등해 목돈이 필요한 전셋값은 약세를 보인 반면 월세는 수요가 몰려 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8월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0.63% 내렸다. 한 달 전인 7월(-0.23%)보다 하락 폭이 세 배 가까이 커졌다. 6월에는 하락률이 -0.11%였다. 전셋값이 급상승하고 대출이자마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8월 전국 주택종합매매가격도 0.29% 떨어졌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9년 1월(-0.55%) 이후 13년 7개월 만에 최대 하락이다. 특히 아파트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 지난 8월 전국 아파트값은 0.51% 하락했다. 역시 2009년 1월(-0.68%) 이후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서울 아파트값은 0.45% 떨어져 9년 만의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인천과 경기 아파트값은 각각 0.96%, 0.71% 떨어졌다.

반면 월세는 올랐다. 부동산원의 전국 월세가격지수는 2019년 12월부터 2년 8개월째 올라 8월 102.8을 기록했다. 전월대비 0.15% 상승했다. 수도권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2019년 10월부터 계속 상승했다.

전세의 월세화 전환 현상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8월 확정일자가 신고된 서울 임대차계약 건수는 7만2072건으로 이중 월세 거래가 3만8883건(53.9%)을 차지했다. 서울 임대차계약에서 월세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세보다 많은 것은 올 2월부터 지속됐다.

김효선 NH농협은행 WM사업부 ALL100자문센터 부동산수석위원은 "저금리 상황에서는 월세보다 전세를 선호했는데 현재는 이자 부담이 가중돼 월세 수요가 늘고 있다"면서 "당분간 이 같은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깡통전세와 전세사기 사고가 늘어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없는 상황도 고려해 월세 선호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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