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한국은 이미 강대국… 미국은 한국의 불만을 해결할 것"

[머니S리포트-특별대담② 테렌스 로리그 미국 해군참모대학 교수] "北, 핵포기 안한다… 대북정책 방점, 비핵화 아닌 억제로 옮겨야"

김태욱 기자VIEW 18,7062022.10.05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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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러시아 침공에 따른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불안정한 국제 정세는 '바이든 리스크'로 더욱 악화됐다.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사실상 현대차·기아의 모든 전기차를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했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바이든은 '바이오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을 발동하며 바이오와 에너지로 자국주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중국도 골칫거리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는 국회를 찾아 한국의 '칩4' 가입에 노골적으로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궁극적으론 '중국 배제'의 성격을 띤 미국 주도의 이들 조치로 한국엔 또 한번 타의적 선택에 따른 위기가 찾아왔다. 미국과 중국, 영국의 시각에서 한국이 가야 할 길을 짚어봤다.
머니S는 지난달 4일(이하 한국시각)과 지난 7일 요동치는 국제정세 속 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을 알아보기 위해  테렌스 로리그 미국 해군참모대학 교수와 비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은 머니S와 인터뷰 중인 로리그 교수(왼쪽)와 로리그 교수가 대학 연구실에서 서류를 살피는 모습. /사진=김태욱 기자(왼쪽), 로리그 교수 제공
머니S는 지난달 4일(이하 한국시각)과 지난 7일 요동치는 국제정세 속 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을 알아보기 위해 테렌스 로리그 미국 해군참모대학 교수와 비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은 머니S와 인터뷰 중인 로리그 교수(왼쪽)와 로리그 교수가 대학 연구실에서 서류를 살피는 모습. /사진=김태욱 기자(왼쪽), 로리그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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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게재 순서

①"美, 과거에도 지금도 북한에 '통큰 양보' 계획없다"

②"한국은 이미 강대국… 미국은 한국의 불만을 해결할 것"

③"美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불공정 무역'의 상징"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한국이 위치한 동북아도 예외는 아니다. 미·중 갈등은 지난 8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타이완 방문 직후 한층 격화됐다. 미·중 갈등의 불똥은 한국에도 튀었다. 중국 견제 성격이 짙은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인 '칩4'에 참여하는 한국은 중국의 압박에 직면했다. 겉으론 건재한 한·미동맹도 '바이든 리스크'에 따른 균열 조짐이 보인다. '바이든 리스크'를 대표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현대차·기아의 모든 전기차를 보조금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했다.

북한 역시 한반도 셈법을 복잡하게 한다. 북한은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인 '담대한 구상'을 '어리석음의 극치'로 폄하하며 호응하고 있지 않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테렌스 로리그 미국 해군참모대학 교수는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베트남 모델(공산주의 유지, 시장경제 도입)을 도입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그는 자신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다르다"고 평가했다.

지난 8월4일과 9월7일 두 차례에 걸쳐 비대면으로 만난 로리그 교수로부터 한반도 상황과 한·미동맹 등에 대해 들어봤다.

"쿼드(Quad), 안보 협력체 의미 퇴색"
테렌스 로리그 미국 해군참모대학 교수는 머니S와 인터뷰에서 쿼드(Quad)가 전통적인 의미의 안보 협력체와는 거리가 멀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에 참석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왼쪽)가 지난 1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하는 모습. /사진=로이터
테렌스 로리그 미국 해군참모대학 교수는 머니S와 인터뷰에서 쿼드(Quad)가 전통적인 의미의 안보 협력체와는 거리가 멀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에 참석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왼쪽)가 지난 1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하는 모습.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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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보를 논하기에 앞서 '한국 기업을 홀대했다'는 평가마저 나오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짚을 수밖에 없다.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을 고수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데.

▶한국 기업이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돼 안타깝다. 추측이지만 미국 내 경제와 외교 라인의 소통이 부족했던 탓 아닐까. 안타까운 점은 미국이 중간선거를 앞둬 한국의 문제 제기에 즉각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확실한 점은 미국이 한국의 이 같은 우려를 엄중히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 한국은 쿼드(Quad)에 참여하지 않지만 중국 견제 성격의 '칩4'에는 참여한다. 자국 우선주의 흐름 속에 한국이 반도체 수출의 60%를 차지하는 중국을 견제할 필요가 있는가.

▶한국의 칩4 참여는 크게 두 가지 점에서 중요하다. 먼저 칩4는 한국의 공급망 강화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한국 국익에 부합한다. 두 번째는 윤석열 정부의 대중 정책 설정에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한국은 칩4에 가입함으로써 중국에 '모범적인 타협선'을 제시할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선 한국 정부가 '칩4는 중국 견제와 무관하다'는 프레임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미국, 일본, 타이완 등과 차별화에 나서야 한다. 그러면 중국도 한국을 이해할 것이다. 중국은 한국 반도체를 대량 구매해야 한다는 점에서 과거 사드 사태와는 달리 선뜻 보복에 나서기 어렵다.

-미국이 칩4와는 달리 한국에 쿼드 가입을 권하지 않는 이유는.

▶한국의 쿼드 가입은 한·중 관계 악화로 이어질 것이다. 한국이 쿼드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가입국들과 충분히 협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굳이 가입할 필요가 없다. 실제로 최근 쿼드 가입에 대한 언급도 크게 줄어들지 않았나. 쿼드가 향후 워킹그룹 차원의 협력체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이유다. 워킹그룹 차원의 협의체가 되자 한국과 같은 쿼드 협력국들은 쿼드에 개별 의제별로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동남아 국가들도 참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의제는 백신과 해양 안보 등 다양하다. 다양한 의제는 쿼드가 더 이상 전통 안보 협의체가 아님을 의미한다. 쿼드 가입국인 인도의 최근 행보도 쿼드에 큰 제약을 걸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도 러시아산 원유를 대량 구매하는 등 독자 노선을 걷는 인도는 미국, 호주, 일본 등과 근원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상기시켜줬다. 이처럼 쿼드 공식 가입 여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앞으로도 쿼드는 현재의 4개국(미국·인도·일본·호주)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언급한 인도는 쿼드 가입국임에도 친러 행보를 걷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의 튀르키예도 중립을 표방한다. 한국도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일정 부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국의 대북 협의체인 한·미 워킹그룹이 문재인 정부 통일부와 이견을 보인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미 관계는 '후원자와 고객 관계'로 묘사됐다. 한국이 미국의 요구를 거절하기 힘들어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오늘날 양국 관계는 다르다.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다. 앞서 언급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오늘날 한국이 우려 혹은 불만을 제기하면 경청한다. 국내총생산(GDP) 외에도 한국의 국익이 더 이상 동북아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도 한국이 강대국임을 증명한다. 최근 미국과 이란의 핵협정(JCPOA) 복원 과정에서 거론되는 70억달러(약 9조7700억원) 동결자금도 한국의 은행들에 예치돼 있다. 이처럼 한국은 강대국이다.

"김정은, 조건부 외국자본 유입 거절 가능성 높아"
테렌스 로리그 미국 해군참모대학 교수는 머니S와 인터뷰에서 북한과 동구권은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김정은 북한 총비서(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9년 2월27일(현지시각)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회담 후 친교 만찬하는 모습. /사진=뉴스1(노동신문)
테렌스 로리그 미국 해군참모대학 교수는 머니S와 인터뷰에서 북한과 동구권은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김정은 북한 총비서(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9년 2월27일(현지시각)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회담 후 친교 만찬하는 모습. /사진=뉴스1(노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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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한반도 평화 셈법을 복잡하게 한다. 북한도 이란처럼 핵협정을 통해 비핵화에 나설 수 있나.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핵협정에 회의적인 이유다. 현재 북한은 대화에도 관심 없다. 앞으로 자신들의 핵 능력이 고도화된 이후 대화의 장으로 나올 가능성은 있다. 그럼에도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한국과 미국은 북한에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핵실험 모라토리엄(유예)을 요구해야 한다. 북한은 과거 냉전 시절의 군축 방식, 즉 검증을 필요로 하는 방식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외부인의 방북이 필수적이어서다. 모라토리엄은 현실적이란 이유 외에도 북핵의 고도화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핵실험을 하지 않으면 북핵도 고도화되지 않는다. 물론 정치적으론 핵무기확산금지조약 등의 이유로 북한의 비핵화를 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북 정책의 방점을 '비핵화'에서 '억제'로 차츰 옮겨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은 문재인 정부의 '베를린 선언'과 유사함에도 북한은 호응하지 않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지 않았더라도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체제보장에 대한 불신이 깊어졌을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신 안전을 보장받는다는 내용인 부다페스트 조약(1994년)은 이번 전쟁으로 의미를 잃었다. 이번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 이전에도 북한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핵·개방·3000' 구상도 사실상 무시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면 투자 등을 통해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을 10년 내 3000달러(약 400만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중요한 사실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도 있지만 '개방'할 마음도 없다는 점이다. 북한은 외국자본의 유입을 두려워한다. 북한은 조건 없는 자본의 유입은 환영하지만 '조건부 외국자본의 유입'은 외세에 종속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믿는다. 북한이 '돈주'로 불리는 신흥 중산층의 재산을 통제하는 이유다. 이처럼 북한은 인민의 이념 외에도 경제 분야를 철저히 통제한다. 동구권과 달리 무너지지 않는 이유다.

"김정은의 하노이행, 체제 공고화 상징"
테렌스 로리그 미국 해군참모대학 교수는 머니S와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총비서의 지난 2019년 베트남 하노이 방문이 '김정은 체제의 공공화'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지난 4월25일(한국시각) 북한이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을 맞아 진행한 열병식 모습. /사진=뉴스1(노동신문)
테렌스 로리그 미국 해군참모대학 교수는 머니S와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총비서의 지난 2019년 베트남 하노이 방문이 '김정은 체제의 공공화'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지난 4월25일(한국시각) 북한이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을 맞아 진행한 열병식 모습. /사진=뉴스1(노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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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김정은 총비서는 '보통 국가'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그가 언급한 보통 국가란 시장경제의 도입인지, 아니면 이란과 같은 저항(resistance) 경제를 의미하나.

▶저항 경제에 가깝다. 김정은 총비서는 중국과 교역으로 경제난을 돌파하겠다는 입장이다. 물론 이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쉽지 않다. 이런 점에서 제재가 중요하다. 제재로 국가를 탈바꿈하기는 어렵지만 각종 제약을 통해 제한을 두는 데는 효과적이다. 이번 대러 제재가 이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 북한의 '저항 경제' 혹은 '보통 국가' 모델의 핵심은 김 총비서가 시장의 상수와 변수를 모두 주도권을 갖고 통제한다는 것이다. 베트남의 시장경제 모델과는 차이가 크다. 다만 자신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달리 경제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다. 그에게 안보는 경제성장보다 후순위다.

-김 총비서는 어린 나이에 집권했다. 스위스에서 오랜 기간 유학한 그의 자리를 두고 권력다툼 징후는 없나.

▶김 총비서는 집권 초기 베이징 방문도 꺼릴 정도로 자리 뜨기를 싫어했다. 하지만 지난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기차를 타고 간 장면은 김 총비서의 권력이 공고함을 드러냈다. 실제로 북한 내 그의 자리를 감히 노리는 사람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노이에는 당시 백두혈통 김여정도 함께 가지 않았나. 내부 장악을 완벽히 끝낸 것으로 풀이된다.

*위 내용은 로리그 교수의 개인 의견으로 미 해군/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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