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치킨을 둘러싼 진짜 '치킨게임'… "끝까지 간다"

[커버스토리-브랜드만 717개… 대한민국은 '치킨공화국' ①] 업체 간 내부 전쟁에 마트 치킨과의 외부 경쟁까지

연희진 기자VIEW 10,1572022.09.1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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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간식은 단연 '치킨'이다. 국민 간식으로 불리지만 프랜차이즈 브랜드만 700개가 넘을 정도로 사실 '레드 오션'이다. 이런 가운데 그 속을 들여다보면 한치의 양보도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내·외부로 시끄러운 치킨업계의 속내와 눈물짓는 가맹점주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치킨업계 내·외부에서 치열한 경쟁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그래픽=김은옥 기자
치킨업계 내·외부에서 치열한 경쟁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그래픽=김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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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게재 순서

① 치킨을 둘러싼 진짜 '치킨게임'… "끝까지 간다"

② "치킨 한 마리 팔면 1000원 남아요"

③ '치킨 전쟁'… 빅3에 대적하는 신흥 강자들

'너 죽고 나 죽자'.

치킨업계에서 '치킨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치킨업계는 프랜차이즈에서도 유난히 경쟁이 치열하다. 대중적 관심을 받는 메뉴인데다 대체재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한국농촌연구원의 '2021 식품소비행태조사 기초분석보고서'에 따르면 배달 음식 메뉴 1위는 '치킨·강정·찜닭'으로 성인의 28.8%가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 기준으론 33.6%로 보쌈·족발(18.3%) 중화요리(17.2%) 등과 큰 차이를 보였다. 역시 대표적인 국민 간식답다.

치킨 창업은 진입 장벽이 낮고 창업 비용이 적어 많은 이들이 도전한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 등록된 치킨 브랜드만 717개로 사업체 수(3월 기준)는 3만1139개에 달한다. 치킨의 라이벌격인 피자·햄버거·샌드위치 등을 모두 합해도 2만개가 조금 넘는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치킨업계는 내·외부 모두 크고 작은 갈등을 빚으며 이목을 끌고 있다. 일각에선 유독 치킨만 이토록 시끄럽냐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예상보다 훨씬 복잡하다.

자존심 싸움 벌이는 bhc vs BBQ


서울 시내 bhc와 BBQ 매장 간판./사진=뉴시스
서울 시내 bhc와 BBQ 매장 간판./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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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hc와 BBQ는 치킨 프랜차이즈업계의 최대 라이벌이다. 수년간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는 두 업체는 과거 '한 지붕 두 가족'이었다. BBQ는 2013년 외국계 사모펀드인 CITI그룹 계열의 CVCI에 bhc를 1130억원에 매각했다. 1년 후 CVCI는 BBQ가 bhc의 매장 수를 부풀려 팔았다며 국제상공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법원에 제소했다. 2017년 2월 국제중재법원은 BBQ에 96억원 배상을 판정했고 이를 시작으로 두 업체간 감정의 골은 깊어지며 소송전이 본격화됐다.

BBQ는 bhc 매각 시 'bhc가 BBQ 계열사에 물류 용역과 식자재를 10년간 공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약을 맺었다. BBQ는 2017년 '영업비밀이 새어나갈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bhc와의 물류계약과 상품 공급 계약을 해지했다. 이에 대해 bhc는 계약해지에 따른 물류와 상품 공급 중단 피해를 내세워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6부는 bhc가 BBQ와 계열사 2곳을 상대로 제기한 물류용역대금 등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다만 재판부는 bhc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금액의 4%만을 인정, 사실상 BBQ의 판정승이란 평가가 나왔다.

박현종 bhc 회장이 직접 휘말린 소송도 있다. 박 회장은 2015년 7월 bhc 본사에서 불법으로 습득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BBQ 내부 전산망에 접속해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당시 진행 중이던 BBQ와의 국제중재소송과 관련한 대응을 위해 BBQ 내부 전산망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때 BBQ에서 해외사업을 담당하던 박 회장은 BBQ가 사모펀드에 bhc를 매각한 후 bhc에서 최고경영자를 맡고 있었다. 박 회장은 지난 6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두 업체는 이 외에도 여러 건의 송사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으론 두 회사가 자존심 싸움을 하며 수많은 돈과 시간을 쓰고 있다고 꼬집기도 한다. 하지만 두 업체는 손실에 따른 정당한 보상을 주장하며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마트 치킨과의 전쟁


대형마트의 저렴한 치킨과 프랜차이즈 전문점의 치킨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사진제공 홈플러스)
대형마트의 저렴한 치킨과 프랜차이즈 전문점의 치킨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사진제공 홈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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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에서 bhc와 BBQ가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는 동안 업계는 또 다른 국면을 맞이했다. 제2의 통큰치킨이 등장하며 10여년 만에 마트 치킨과의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바뀐 것은 여론이다.

롯데마트는 2010년 12월 9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내세운 통큰치킨을 출시했다. 당시 5000원이란 가격에 금세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었고 치킨 프랜차이즈업계는 크게 반발했다. 대형마트의 값싼 치킨에 대해 대기업이 자영업자의 사업 존립 기반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호소했다. 당시 정진석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롯데마트를 공개적으로 비판했고 소비자들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결국 롯데마트는 일주일만인 그해 12월 16일부로 판매를 중단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많은 소비자들이 마트 치킨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높은 물가와 프랜차이즈 본사의 영업이익률 때문이다. 지난해 치킨 3사의 별도기준 영업이익률은 ▲교촌 5.7% ▲bhc 32.2% ▲BBQ 16.8% 등이다. 최근 2년간 요식업계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8.5%다. 충분히 이익을 보고 있음에도 계속 가격을 올린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한 업계 관계자는 "식품업계도 프랜차이즈 영업이익률은 차이가 난다"며 "내부적인 업계 구조도 다르며 프랜차이즈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0~15% 수준"이라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대형마트가 가진 자본이나 인프라와 일반 치킨집의 인프라는 다르다"며 "인건비, 임대료, 가스비, 전기세 등을 모두 고려하면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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