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동산

주인이 주인 노릇 하겠다니… "건설협회 경영간섭 선넘었다"

[머니S리포트 - 건설협회 VS 공제조합, 조합원 이사장제 놓고 으르렁] ② 방만 경영은 핑계, 속내는?

김노향 기자VIEW 28,9842022.09.05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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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종합건설업체들을 각각 회원사와 조합원으로 두고 있는 대한건설협회와 건설공제조합 간 갈등이 최고조다. 주도권 싸움이다. 건설협회는 그동안 협회장의 당연직 운영위원을 앞세워 사실상 공제조합의 경영에 간섭해 왔다. 과거 추대를 통해 공제조합 운영위원장이 된 건설협회장은 심지어 공제조합의 운영비용 사용처에도 개입했다. 통상 주무관청인 국토교통부 고위직이나 정부로부터 낙점받아 낙하산으로 내려온 공제조합 이사장 역시 이 같은 건설협회장의 경영 간섭에 제대로 반발하지 못한 채 허수아비 노릇을 했다. 하지만 변화가 생겼다. 소위 '박덕흠 골프장 투자' 사건을 계기로 국토부는 지난해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을 고쳐 건설협회장의 공제조합 당연직 운영위원을 금지시켰다. 건설협회가 공제조합을 장악하지 못하게 된 것. 현 김상수 건설협회장이 꺼내든 카드는 '조합원 이사장제'다. '공제조합의 방만 경영을 막는다'는 명분을 내세워 조합원인 건설업체가 이사장을 맡도록 한다는 의도다.




◆기사 게재 순서

(1) 공제조합 운영위원 겸직 막히자 '이사장직' 노리는 건설협회?

(2) 주인이 주인 노릇 하겠다니… "건설협회 경영간섭 선넘었다"





국토교통부는 건설보증기관인 공제조합의 경영 자율과 독립성을 이유로 '건설산업기본법'(이하 '건산법') 시행령을 개정, 건설협회장의 당연직 운영위원직을 배제했다. 하지만 건설협회장의 공제조합에 대한 경영 간섭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그래픽=김영찬 디자인 기자
국토교통부는 건설보증기관인 공제조합의 경영 자율과 독립성을 이유로 '건설산업기본법'(이하 '건산법') 시행령을 개정, 건설협회장의 당연직 운영위원직을 배제했다. 하지만 건설협회장의 공제조합에 대한 경영 간섭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그래픽=김영찬 디자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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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7000여 종합건설업체의 법정단체인 대한건설협회(이하 '건설협회') 회장은 대부분의 회원사가 출자한 건설공제조합(이하 '공제조합')의 당연직 운영위원으로 활동해 왔다. 지난해 국토교통부는 건설보증기관인 공제조합의 경영 자율과 독립성을 이유로 '건설산업기본법'(이하 '건산법') 시행령을 개정, 건설협회장의 당연직 운영위원직을 배제했다.

건설협회장이 공제조합을 좌지우지했던 관행에 제동을 건 셈이다. 하지만 건설협회장의 공제조합에 대한 경영 간섭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부임 3년 차로 임기 1년 반을 남겨둔 김상수 건설협회장은 연내 공제조합 개혁을 완수하겠다고 언급, 두 건설단체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최근 논란에 기름을 부은 건 공제조합의 '조합원 이사장제'다. 그동안 정치권과 정부 낙하산 인사로 채워졌던 공제조합 이사장직은 올해 처음 외부 공모를 실시해 우리금융그룹을 거쳐 경남은행장을 지낸 금융권 출신 박영빈씨가 맡고 있다. 김 회장이 추진하는 조합원 이사장제는 앞으로 이사장 후보 자격을 건설회사 대표인 조합원으로만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조합원 이사장제' 추진한 속내는?
김 회장은 지난 6월 21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2022회계연도 제1회 임시총회에 참석해 "건설공제조합 개혁을 임기 중에 완수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김 회장 임기는 2024년 2월까지다.

이 같은 발언을 두고 당사자인 공제조합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그동안 건설협회장이 공제조합의 당연직 운영위원을 맡아 인사·예산에 대한 의결권을 가졌으나 이른바 '박덕흠 골프장 투자 사건'을 계기로 협회장의 조합 당연직 운영위원이 배제됐다. 이제는 각자 '다른 몸'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노조는 권한이 없는 건설협회장이 공제조합 운영에 관여하는 것은 경영 간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건설협회 관계자는 "조합원 이사장제는 공제조합이 당사자이고 관련 법령이 개정돼야 하는 만큼 국토부가 추진해야 하는 사안"이라면서도 "김 회장의 발언은 공제조합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조합원의 의지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조합원 이사장제는 현재 건산법 개정안으로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건설협회와 공제조합은 경영 독립성 면에선 분리됐지만 자본 출자 기업이 대체로 중복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두 단체 모두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 본사를 두고 있어 '한 지붕 두 가족'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올 초 실시한 공제조합 이사장 외부 공모에서 금융권 출신인 박영빈 이사장이 발탁된 것을 두고 경남 건설업체 회장인 김 회장의 측근 인사라는 논란이 있었다"며 "앞으로 조합원 이사장제가 시행되면 측근 인사 프레임을 벗어나기가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건설협회 "공제조합은 조합원이 주인"
건설협회가 조합원 이사장제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이유는 공제조합의 방만경영과 의사결정기구의 비효율적 구조다. 우선 공제조합의 주인인 조합원보다는 비조합원인 직원들이 임금을 마구 올리는 등의 방만경영을 펼치며 도덕적해이 논란에 빠져 있다는 게 건설협회 측 주장이다. 공제조합 의사결정기구 역시 운영위원회와 이사회로 운영돼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건설협회나 공제조합 모두 건설업체의 권익 향상이란 공동의 가치를 추구하는데 주인이 아닌 직원들이 조합원의 이익이 아닌 조합 자체의 이익만을 위해 의사결정을 할 위험이 있다"면서 "이것이 조합 방만경영의 원인이고 조합 주인인 조합원이 대표를 하는 것은 당연한 논리"라고 말했다.

하지만 건설업계 내에선 조합원 이사장제가 협회의 경영 간섭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란 주장도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농협 등 조합원이 대표인 다른 업계 조합을 봐도 반드시 조합원 이사장제가 투명 경영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내부 감시와 시스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건설공제조합지부는 지난해 1월 정부에 건산법 시행령 개정을 촉구하는 문서를 전달하며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10인이 박덕흠 사태를 부인한 채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개정을 무력화하기 위해 조합원 이사장제를 법제화하는 건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노조는 "조합의 방만운영과 지배구조 논란이 협회 운영진과 정치권의 부정부패로 촉발된 것임에도 본말이 전도된 주장을 하고 있다"며 "공제조합은 금융기관으로서 조합원사가 고객이자 주주 형태를 띠는 구조이지만 이해관계인의 경영 개입 위험이 있고 독립성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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