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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은행도 소비자도 뿔난 예대금리차 공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강한빛 기자VIEW 3,4372022.08.29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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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은행도 소비자도 뿔난 예대금리차 공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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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말대로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했건만 '이자 장사'하는 은행 타이틀만 얻게 된 꼴이네"

최근 기자가 작성한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와 '이자 장사'라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한 문장 안에 쓰인 건 지난 22일 예대금리차(대출금리에서 수신금리를 뺀 것) 공시가 시행되면서다.

예대금리차는 대출금리에서 수신금리를 뺀 값으로 수치가 클수록 수신금리는 낮고 대출금리가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즉 은행이 이자로 얼마나 배를 불렸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팍팍해진 서민경제와 달리 대출이 증가하면서 이자 수익이 늘어난 은행권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금융당국은 예대금리차 공시 도입으로 은행과 금융소비자 간의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고 은행의 건강한 '금리 경쟁'을 유도하고자 했다.

제도 시행 첫날 성적표를 받아든 은행들의 운명은 극명하게 나뉘었다. 예대금리차가 큰 은행들은 서민의 이자로 배를 불린 은행으로 낙인찍혔고 예대금리차가 적은 은행은 박수받았다. 특히 눈총을 받은 건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으로 이들의 이름 옆에는 곧바로 '이자 장사'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하지만 이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상대적으로 대출 금리가 높은 중·저신용자 등 취약계층을 위한 중금리대출을 확대한 탓에 평균 대출금리가 높아 보이는 착시현상이 일어났다는 설명이다.

토스뱅크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일리가 있다. 지난 7월말 기준 토스뱅크 대출 고객 중 중·저신용자 비율은 약 38%로 모든 은행 중 가장 높으며 6월말 공시 기준 타 인터넷전문은행과 비교해도 1.5배 이상 높은 상황이다. 각 은행의 영업 전략 등이 달라 예대금리가 상이하기 때문에 일방적 '줄 세우기'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자칫 중·저신용자의 대출문이 좁아질 수 있다는 비관적인 관측도 제기된다.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대출금리가 높은 중·저신용자 대출을 회피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예대금리차 공시가 은행 간 경쟁을 유도해 수신금리 상승을 이끌고 결국 코픽스와 대출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진다. 코픽스는 8개 은행의 주요 자금조달원 가중평균 금리를 의미하는데 수신금리가 오르면 코픽스도 같이 상승한다.

예대금리차 공시의 허점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금융위는 급하게 해명에 나선 상황이다. 일부 지방은행, 인터넷은행 등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높은 은행에서 평균 예대금리차가 높게 나타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 은행별 특성이 충분히 설명될 수 있도록 신용점수별 예대금리차, 평균 신용점수 등도 함께 공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금리 상승기 속 금리 인상 속도가 비교적 완만한 신잔액 코픽스 대출 활성화를 유도하겠단 구상도 내놨다. 신잔액 코픽스는 금리산정 시 요구불예금 등 저원가성 예금이 포함돼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고 변동폭이 작다는 특징이 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어떤 일이든 밖으로 보이는 것보다 그 안의 세부적인 알맹이가 더 중요하다. 예대금리차 공시를 둘러싼 여진은 결국 각 은행의 상황, 부작용 등을 면밀히 고려하지 못한 데 있다.

설익은 제도는 결국 금융 소비자의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서민을 위한다는 도입 취지와 투명한 금리 공시 체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위해선 금융당국의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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