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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원료의약품 자급률 16%… 갈 길 먼 제약주권

김윤섭 기자VIEW 7,0892022.08.23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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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원료의약품 자급률 16%… 갈 길 먼 제약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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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 혁명 시대를 맞아 미래 산업 중에서 제약바이오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은 큰 성장을 이뤘다. 지난해 역대 최다인 5개의 신약이 허가를 획득했다. 코로나19와 관련해선 미국과 영국에 이어 백신과 치료제를 모두 보유한 국가로 발돋움했다.

이 같은 위상 제고에도 제약주권 측면에서는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제약주권은 의약품 개발부터 공급까지 전 부분에 있어 대외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독립성을 갖는 것을 말한다.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건강권을 지키려면 주요 의약품을 직접 개발해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제약주권은 보건안보와도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최근 원료의약품(의약품 개발 원료) 수급이 원활치 않아 생산이 중단되거나 수입에 의존하는 백신의 공급이 중단되는 등 제약주권이 흔들리고 있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2016년 27.6%, 2017년 35.4%, 2018년 26.4%를 거쳐 2019년 16.2%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0년에는 36.5%로 30%대를 회복했다. 이는 셀트리온의 '램시마 원액' 생산 확대에 기인한 것으로 이를 제외하면 전년 수준(16%대)의 자급도를 유지한 셈이다.

원료의약품 자급률이 낮다는 것은 수입 비중이 높다는 의미다. 수입 비중의 증가는 결국 수급 불안정의 문제를 야기한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국내 제약사들이 해외 원료의약품의 수급이 불안정해 주요 의약품들의 생산을 중단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백신 부문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제출된 '국가예방접종사업 백신 자급 현황'에 따르면 국내 국가예방접종 대상 백신 자급률은 27.0%에 불과하다.

제약주권의 상실은 보건안보를 무너뜨릴 수 있다. 원료의약품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특성상 수입 품목의 가격 인상과 물량 변동은 보건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지난해 10월 GSK는 백신 9개 품목에 대한 한국 공급 중단을 통보했다. 이들 품목 중 대부분은 국가예방접종 백신이다. 한국MSD는 지난 6월 자궁경부암백신 가다실9의 가격을 8.9% 인상했다. 지난해 4월 가격을 15% 올린 지 1년 만이다. 가다실9는 3회 접종이 권고되는데 가격이 인상되면서 총 접종비용은 80만원에 이르게 됐다. 국내 시장에서 가다실9이 차치하는 비중은 80% 수준이다.

자국의 의약품 개발생산 역량은 사회안전망의 기본이다. 국제연합(UN)은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는지가 국민의 건강권을 위한 필수요소 중 하나라고 강조한 바 있다. 주권은 자주적 독립성이라는 의미와 함께 가장 중요한 권리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주권이 흔들리면 국가의 가장 중요한 권리가 흔들린다는 말이다. 제약주권의 확보는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다. 정부와 민간이 당장에라도 머리를 맞대고 제약주권에 대한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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