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청계광장] 한·중 외교 장관 회담이 남긴 것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국제지역연구센터장 외부기고가VIEW 4,5502022.08.17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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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한국외대 교수/국제지역연구센터장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국제지역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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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지난 9일 중국에서 양국 외교장관 회담이 열렸다. 이번 회담은 수교 30주년 맞는 한·중 관계를 돌아보고, 미래 발전을 위해 북핵 문제와 공급망 이슈 등 껄끄러운 현안을 논의한 양자 회담으로 양국 관계의 기점을 재정립하는 상징성을 지닌다.

중국은 윤석열 정부가 한·미 동맹 복원과 글로벌 전략 동맹으로의 확대를 천명하고, 미국 주도의 IPEF(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와 반도체 공급망 협력 대화인 '칩(CHIP)4' 예비회담 참여를 밝히자 직간접적인 불만과 우려를 표시하는 중이었다. 한국은 이러한 협의 참여가 특정국을 겨냥한 것이 결코 아니며, 한국의 국익과 원칙에 따른 것임을 강조하는 중이다.

이를 반영하듯 양국 외교 수장은 모두 발언에서 속내를 드러냈다. 왕이 외교부장은 미국을 염두에 두고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는 자주적인 양자 관계 수립과 내정 불간섭, 칩4를 의식한 공급망과 산업망 수호 및 다자주의 견지 등을 강조했다. 박진 장관은 한반도 최대현안인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 북한이 대화를 선택하도록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했고 중국과는 상호 존중에 기반한 화이부동(和而不同) 관계 설정을 강조하는 기 싸움을 펼치기도 했다.

한국 정부는 실질적 핵보유국이 된 북핵 문제의 처리와 해결이 가장 시급하다. 북핵 문제가 방향을 잡지 못하면 중국의 '사드 3불' 약속 요구에 시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에 가입하지 않으며 ▲한·미·일 삼각 군사 동맹화를 추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한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이는 약속이 아니며 본질이 북핵에 있으므로 비핵화 논의에서 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드의 출발점이 북핵에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이 국제규범을 무시하고 핵과 미사일을 고도화해 한국은 물론 국제 평화를 위협하는 가해자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또 하나의 핵심 문제는 반도체 공급망 문제다. 미국은 3월 반도체 생태계의 핵심인 한국·일본·대만을 규합하는 칩4를 제안했다. 중국은 이를 미국이 '기술 패권주의'를 구축해 중국을 옥죄는 견제정책으로 인식해 한국의 참여에 매우 부정적이다.

그러나 중국은 현재 반도체 산업의 협업 시스템은 미국의 원천기술과 장비, 일본의 소재를 바탕으로 한국과 대만이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구조임을 간과했다. 한국의 반도체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이 협업 시스템이 매우 중요하므로 한국의 참여는 불가피한 현실적 선택이다. 사실 중국의 한국 참여 반대는 사실상 한국의 산업정책과 경제주권에 대한 명백한 간섭이기도 하다.

이는 첨단 반도체를 한국에 의존하는 중국에게도 결코 좋은 일이 아닐 것이다. 중국은 미국·일본·대만보다는 협력 여지가 큰 한국의 칩4 참여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공급망 논의에 참여하는 한국과의 협력을 통한 완충 역할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이 더욱 유리할 수도 있으므로 무 조건적인 한국 참여 저지가 결코 능사가 될 수 없다. 중국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거대 담론과는 별로도 양자가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 한중 FTA 2단계 협의는 물론이고 한국의 반중 정서 고양과 중국의 애국주의 정치화, 사드 이후 계속되고 있는 한한령(限韓令) 문제 등 양국이 머리를 맞대면 진전을 볼 수 있는 많은 협력 분야가 있다. 일단 양자 문제부터 물꼬를 터보려는 양국의 진지한 현실 인식과 노력이 우선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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