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자수첩] 사상누각 위기 한국 태양광, 기초 경쟁력 살려야

이한듬 기자VIEW 6,8512022.07.18 06:00
0

글자크기

[기자수첩] 사상누각 위기 한국 태양광, 기초 경쟁력 살려야
AD
웅진에너지가 파산을 앞뒀다. 2006년 미국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 썬파워코퍼레이션과의 합작투자로 태양광 잉곳·웨이퍼 사업에 뛰어든 지 16년 만이다. 지속적인 업황 침체와 비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저가 제품의 공세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무너진 것이다.

한국 태양광 산업의 미래는 더욱 암담해지는 분위기다. 국내 유일의 잉곳·웨이퍼 업체인 웅진에너지의 몰락으로 국내 태양광 산업 밸류체인의 기초 경쟁력이 부실해졌기 때문이다. 태양광 제조 밸류체인은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태양전지(셀)-태양광 모듈(패널)-발전'으로 이어진다. 잉곳·웨이퍼는 태양전지를 구성하는 필수 부자재로 자체적인 제조 경쟁력을 잃어버리면 외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전 세계 태양광 시장은 현재 중국이 장악했다. 독일 베른로이터 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폴리실리콘 시장에서 63%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잉곳과 웨이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95%, 97%에 달한다. 사실상 필수 소재와 부자재 시장의 대부분을 중국이 독점한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태양전지와 모듈 역시 중국이 전 세계의 79%, 71%를 장악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도 중국산 제품의 영향력이 높다. 국내에서 보급된 중국산 모듈 점유율은 2019년 21.6%에서 2020년 35.8%로 증가했고 태양전지는 2020년 중국산 점유율이 70%에 육박했다.

그동안 국내 태양광 업계에서는 웅진에너지가 몰락할 경우 한국 태양광 생태계 밸류체인이 연쇄적으로 무너질 우려가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회생 지원을 촉구해왔다. 하지만 업계의 호소는 결국 통하지 않았다. 기초 소재인 폴리실리콘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국내 업체 가운데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업체는 OCI가 유일하다.

한국은 과거 3위권 폴리실리콘 생산국이었지만 제조여건 악화로 대다수 기업이 사업을 중단하며 국내 공장 대부분이 가동을 멈춘 상황이다. 반면 중국은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내년엔 글로벌 시장에 중국산 폴리실리콘 비중이 80%를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으로 한국은 태양광 폴리실리콘과 잉곳, 웨이퍼를 전적으로 중국 의존할 수밖에 없어 결국 중국이 원하는 대로 끌려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중국은 그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자국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원자재나 소재, 부품 등을 전략적으로 무기화하려는 모습을 보여 왔다. 향후 한국과의 외교·통상적인 마찰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태양광 재료를 볼모삼아 압박을 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태양광은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 재생에너지이다. 소재와 부자재 등 업스트림 분야의 기초 경쟁력을 도외시 한 채 태양광 발전 규모만 늘리면 결국은 중국기업의 배만 불리는 꼴이다.

중국기업들은 자국 정부의 보조금과 한국 대비 30~40% 수준의 저렴한 전기요금을 바탕으로 태양광 산업의 기초 경쟁력을 강화해 왔다. 한국 역시 미래 에너지 안보를 확립한다는 장기적인 안목과 비전 아래 태양광 기초 소재 분야 경쟁력을 키우는 데 과감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한국 태양광 산업 생태계가 기초 경쟁력이 부실한 사상누각이 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탄탄한 기반 다지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상단으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