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청계광장] 구심점 잃은 국제질서, 미·중 사이서 활로 찾기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국제지역연구센터장 외부기고가VIEW 5,4992022.07.19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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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한국외대 교수/국제지역연구센터장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국제지역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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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냉전을 방불하는 진영화 속에서 국제사회가 구심점을 잃고 사분오열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로 국제적 에너지난과 식량난이 가중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창궐 우려가 겹치면서 세계 경제가 심상치 않다. 미·중 갈등도 여전하다. 미국은 러시아를 압박하는 나토(NATO) 정상회담에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아·태국가를 참여시켜 대중 압박을 강화하고, 중국은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맞선다.

난맥상은 7월 8~9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G20 외교장관회의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11월 G20 정상회담의 전초전 성격인 이번 회의는 다자주의 강화와 식량·에너지 안보 대응이라는 의제로 진행됐으나 공동성명도 채택하지 못하고 폐막했다. 러시아의 라브로프 외교장관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서방국들과 대면하는 회의였지만 회의 도중에 회의장을 떠날 만큼 경색됐다. 동맹을 규합해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미국의 행보도 여의치 않았다.

그러나 국가별로 치열한 외교전이 전개됐다. 미·중 외교장관회의에서는 중국의 러시아 지원·인권 문제, 홍콩과 타이완 해협 문제 등 상호 입장차를 확인하는 설전이 전개됐고, 중·러 외교장관은 서방의 일방적 러시아 제재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은 미·일과 3국 외교장관 회담을 열고 북한 도발에 대한 대응과 긴밀한 공조를 약속했다.

특히 새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한·중 외교장관 회담도 열렸다. 새 정부는 한·미 동맹을 글로벌 포괄적 동맹으로 강화하고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의 역할 수행을 천명한 상태다. 나토 회의에서와 같이 한국은 이번 회의에서도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규범을 중시해 자유와 평화, 인권과 법치를 수호하기 위한 국제사회 협력과 공조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동맹 강화에 대한 중국의 우려가 증폭되는 상황에서 한국은 '상호존중'에 기반한 양국 관계를 강조,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 측의 '건설적인' 역할을 당부하고 나섰다. 이는 지난 정부가 북핵·북한 문제에서 지나친 중국 측 입장 고려로 양국 관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다는 인식에 기인한다. 중국은 압박보다는 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한중 관계 안정성을 강조했다. 한국에 대한 압박이 한·미·일 공조 강화와 미국 주도의 대중 압박 심화로 연결된다면 중국에 불리할 것이라는 전략적 계산 때문이다.

중국은 우회적이지만 분명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냉전적 사고'가 다시 살아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한국에게 지역 내에서 강대국 대결 및 집단정치 횡행에 동조하지 말라는 본심을 숨기지 않았다. 문제는 미국과 한국의 가치가 완전히 같을 수 없고, 중국의 이익과 한국의 이익도 다르다는 점이다. 한국은 분명한 원칙과 입장 정립을 통해 한·미동맹 강화가 한·중 관계 약화나 중국의 대한국 공세의 빌미가 되지 않도록 양자 간 소통 모멘텀 유지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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