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동산

"아파트 팔아서 재벌됐는데"… 중견 주택업체들에 드리운 '전운'

[위기의 중견건설] (1) 원자재가격·금리 인상에 주택사업 뇌관… 건설 구조조정 초읽기

김노향 기자VIEW 10,4272022.06.2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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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건설업체의 급성장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수년째 이어진 글로벌 저금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내 건설업체들이 앞다퉈 주택사업에 목을 매는 동안 중견건설업체들은 무서운 속도로 몸집을 키웠다. 재계 상위 그룹 계열의 종합건설업체보다 매출은 적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영업이익률을 낼 수 있는 이유는 시행사업에 있었다. 막대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일으켜 주택사업을 하고 높은 분양수익을 통해 성장했지만 이 같은 사업 구조는 금리 인상 시기와 맞물려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미분양 통계로도 분양경기 하강 신호가 나타났다. 신용등급이 낮은 중견건설업체일수록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게 됐다.
건설자재 가격 폭등과 수급 불안으로 공사 수익성이 저하되며 일부 현장은 중단됐고 앞으로 이 같은 문제는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그래픽=김은옥 디자인 기자
건설자재 가격 폭등과 수급 불안으로 공사 수익성이 저하되며 일부 현장은 중단됐고 앞으로 이 같은 문제는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그래픽=김은옥 디자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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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게재 순서

(1) "아파트 팔아서 재벌됐는데"… 중견 주택업체들에 드리운 '전운'

(2) 고분양가 논란 대방건설, 영업이익 '23%' 시행사 부채율 '5만%'

(3) "돈만 벌면 된다"… 무덤뷰 아파트에 살라니





"수년째 인플레이션으로 인건비와 자재비가 부담되던 상황인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후 원자재가격이 폭등했고 중대재해 규제에 따른 리스크 비용도 증가했습니다. 금리 인상으로 분양경기마저 나빠질 전망이어서 당분간은 주택사업을 못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옵니다." (중견건설업체 임원)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를 포함한 인프라 투자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규제 완화 등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건설업체들의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건설자재 가격 폭등과 수급 불안으로 공사 수익성이 저하되며 일부 현장은 중단됐고 앞으로 이 같은 문제는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특히 아파트 분양사업에 절대적으로 의존해 오던 주택업체의 경우 지난 수년 간 분양경기 호황의 수혜를 톡톡히 누렸지만 수익성 침체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자금조달비용 부담 커질 듯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시평) 10~20위권 건설업체 가운데 지역 주택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들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0%대 안팎을 기록하며 상위 업체들보다 크게 높았다. 실제 ▲호반건설(13위) 16.7% ▲대방건설(15위) 19.5% ▲중흥토건(17위) 16.5% ▲계룡건설산업(18위) 9.1% 등으로 그룹 계열 대형사로 업계 선두인 ▲삼성물산(3.5%) ▲현대건설(4.2%) ▲GS건설(7.2%) 등보다 4~5배 가량 높았다.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중견건설업체의 경우엔 분양경기에 따라 수익성 격차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채비율이 높았던 벽산건설·남광토건·우림건설·쌍용건설·이수건설·금호산업 등 10개 이상 건설업체가 워크아웃(재무구조개선작업)을 밟고 일부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돌입했다.

중견건설업체의 매출 대비 분양수익 비중을 보면 호반건설(58.8%) 대방건설(93.0%) 중흥토건(73.6%) 계룡건설산업(12.5%) 등이다. 업계 1위인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전체 수주 가운데 주택사업 비중은 11.1%다. 현대건설과 GS건설의 주택사업 비중은 각각 48.6%, 56.0%이지만 두 회사의 자체 분양사업 비중은 4.8%, 8.7%로 낮다.

부동산개발업은 자기자본이나 대출을 이용해 토지를 매입하고 건물을 지은 후 분양해 수익을 얻는다. 이때 대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일으키기 때문에 금리 변화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 연준(Fed)이 연쇄적인 금리 인상을 시사하며 건설업체의 주요 자금조달수단인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금리도 한 달 만에 0.5%포인트 오르는 사례가 나타났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ABSTB 차환 금리가 한 달 만에 0.4~0.5%포인트 오른 2.7~2.8%대를 기록했다. ABSTB는 통상 만기가 3개월가량으로 짧아 조달 금리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건설업체의 PF 기업어음(ABCP)과 전자단기사채(ABSTB) 규모는 9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기업평가가 신용등급 'BBB-' 이상 24개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만기 시 차환 위험을 직접 부담하는 PF ABCP 등의 익스포저(위험) 규모는 총 9조4000억원이었다.

다만 조사 대상 건설업체의 지난해 9월 말 현금성자산은 총 24조7000억원으로 대응 가능한 수준이란 게 한기평의 분석이다. 신용등급이 낮거나 자금조달 규모가 큰 건설업체일수록 차환 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파트 팔아서 재벌됐는데"… 중견 주택업체들에 드리운 '전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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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사업 계속해야 하나"
철근, 콘크리트 등 자재가격 상승으로 건설 원가가 오르면서 공사 지연이 발생하거나, 올 1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이 시행됨에 따라 많은 건설업체가 리스크 담당 임원을 고용하는 등 각종 비용도 증가했다.

부동산정보플랫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5월 20일까지 서울에서 분양된 공동주택수는 총 3390가구로 연초 계획인 1만4447가구의 23.5%에 그쳤다. 원자재가격 상승 등 주택사업을 둘러싼 환경 조건이 나빠지며 이를 벗어나려는 건설업체의 움직임도 늘고 있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금리 인상 등 대외적인 환경 변화로 기업이 스스로 대응하기가 어렵다 보니 주택사업에만 의존해선 살아남을 수 없다는 분위기"라며 "리스크가 커진 주택사업 비중을 줄이고 에너지·데이터 등 비주택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변화하려는 움직임이 많다"고 전했다.

KB증권에 따르면 시평 기준 7대 건설기업인 삼성물산·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포함)·GS건설·포스코건설·대우건설·롯데건설·DL이앤씨의 국내 주택시장 점유율은 2020년 30%대에서 지난해 30% 미만으로 감소했다. 중견건설업체의 주요 거점인 지방 분양경기마저 침체한 상황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4월 지방 미분양 주택수는 2만4210건으로 지난해 4월보다 70% 증가했다. 전국에서 미분양 주택수와 증가율이 가장 큰 대구는 올들어 지난 5월까지 분양한 아파트 10곳 모두 미분양됐다.

분양 실적은 다시 건설업체의 유동성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PF 대출로 공사비를 충당한 후 분양수익이 들어오면 현금으로 정산받는 주택업체들은 분양 실적이 저조할 경우 돈을 받지 못해 유동성이 나빠지고 나아가 신규 수주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대한주택건설협회는 최근 국토교통부에 사업 리스크 완화를 위한 ▲개발부담금 50% 감면 ▲분양보증 수수료 50~70% 인하 ▲준공 후 등기 수수료 및 법인세 인하 ▲기본형건축비 수시 고시 및 표준형건축비 현실화 등을 건의했다. 개발부담금은 현재 개발이익의 최대 25%를 납부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은 1998~2001년 2차례에 걸쳐 개발부담금을 한시적으로 면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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