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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화이자와 제약바이오 ESG

지용준 기자VIEW 8,2172022.06.12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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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화이자와 제약바이오 E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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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기업들의 최근 화두 중 하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다. ESG는 재무적 성과 중심이던 기업 관점에서 벗어나 투자자 관점에서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기업의 비재무적 리스크를 점검하자는 취지에서 비롯했다. 지난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최고경영자가 전 세계 주요기업 최고경영자에게 "회사의 ESG 리스크 관리가 미흡할 경우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해 이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면서 ESG는 기업들의 주요 현안으로 부상했다.

한국 기업들도 ESG 도입에 나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30대 그룹이 밝힌 환경분야 ESG 투자 계획은 153조2000억원에 달했다. ESG 개념조차 모호한 상황에서 대부분의 기업들은 환경분야로 방향을 잡고 있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어떨까.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제약바이오기업 35개사를 대상으로 ESG 실천 현황 등을 조사한 결과 ESG를 도입한 기업은 34.3%였고 계획 중인 곳은 40.0%였다. 제약바이오기업 4곳 중 3곳이 ESG에 관심이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제약바이오업계는 ESG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그 배경으로 복잡한 평가기준, 전문인력과 비용 부족, 가이드라인의 부재 등을 꼽았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제약사가 제약바이오기업이 ESG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바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으로 잘 알려진 화이자다. 화이자는 지난 5월25일(현지시각) 세계경제포럼(WEF) 연자총회(다보스포럼)에서 '더 건강한 세상을 위한 협정'을 출범했다. 저소득 국가에 백신 등 특허보호 의약품을 비영리로 제공하는 게 골자다. 저소득 국가와 의료 사각지대에 존재하는 건강 불평등을 줄이고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앨버트 불라 화이자 회장은 "(의약품)공급은 환자를 돕는 첫 번째 단계일 뿐"이라며 "우리는 진단, 교육, 인프라, 보관 등 다양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세계 보건 지도자들과 협력하고 의료 불평등이 종식되고 모든 환자에게 의약품 및 백신이 전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이자는 앞으로 전염병, 특정 암, 희귀질환 및 염증성 질환을 치료하는 23개의 의약품과 백신을 제공한다. 향후 화이자가 출시하는 신약과 백신 제품들 역시 협정에 포함될 예정이다. 관련 협정에 참여하는 국가는 르완다, 가나, 말라위, 세네갈, 우간다 등 5개국이다. 화이자는 북한 등 45개국까지 대상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화이자의 의약품이 공급되면 저소득 국가에선 적어도 50만명 이상이 만성질환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화이자의 결정은 제약바이오가 나아가야 할 ESG를 제시했다는 평가다. 그동안 소득이나 지역 수준에 따른 건강 불평등은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 가운데 하나였다. ESG의 가치는 공감과 호흡에 있다. ESG를 고민하는 제약바이오기업은 화이자의 사례를 참조할 만하다. 건강권 측면에서 낮은 곳으로 시선을 돌릴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본업과는 무관한 다른 것을 찾는 것보다 현재 가장 잘할 수 있는 ESG에 집중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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