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실패한 아베노믹스'… 엔화 초약세 일본 경제 붕괴 위기

[머니S리포트-한·미 금리 역전시대… 스텝 꼬인 한국 경제②] 엔화 안전자산은 옛말… 금리 인상 못하는 이유는

박슬기 기자VIEW 21,7902022.05.09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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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통화긴축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주요 각국들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위해 금리 인상에 돌입하고 있지만 통화기축국인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는 전 세계 금융시장에 큰 파장을 미친다. 한국은 경제성장률 둔화 전망으로 베이비스텝만 지속할 것으로 예상돼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은 금리 역전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1000조엔에 이르는 국채로 금리 인상에 나서지 못하는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를 지속해 앞으로도 엔화 약세 압력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원/달러 환율은 1300원 선을 위협하고 있다.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주식을 팔고 떠나는 자본 유출 등이 우려되고 있다. 동시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면서 증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 급등은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매도를 유도해 주가 하락을 이끌고 다시 환율 상승을 부르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은 달러 투자의 높은 매력에 달러 상장지수펀드(ETF)에 몰리고 있다.
 미국의 빅스텝에도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를 고집해 엔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일본의 국채 잔액은 1000조엔을 넘어 섣불리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가는 재정 파탄이 날 수 있다는 우려는 엔저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에 아베노믹스는 엔저는 물론 일본 경제를 폭망에 이르게했다는 부정적 평가가 달린다. /사진=로이터
미국의 빅스텝에도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를 고집해 엔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일본의 국채 잔액은 1000조엔을 넘어 섣불리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가는 재정 파탄이 날 수 있다는 우려는 엔저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에 아베노믹스는 엔저는 물론 일본 경제를 폭망에 이르게했다는 부정적 평가가 달린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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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게재 순서

① 美는 빅스텝, 韓은 베이비스텝… 한국 성장률 '빨간불'

② 실패한 아베노믹스… 엔화 초약세 일본 경제 붕괴 위기

③ 천장 못찾는 환율 어디까지… 안갯속 하반기 증시

④ "오히려 좋아" 치솟는 환율에 개미는 달러 ETF로 몰렸다

⑤ 대출 환상에 빠진 부동산시장, 금리 인상에 '먹구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도 일본은 금융 완화를 고집하며 엔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엔화 가치 하락은 미국과 일본의 기준금리 격차에 기인한다. 미국은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리고 있지만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를 고수하며 전 세계 기조와 정반대로 가는 '나홀로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4월 28일엔 엔/달러 환율이 131엔까지 치솟아 20년 만에 130엔을 돌파했다. 세계에서 세번째로 거래량이 많은 엔화가 올들어 다른 통화대비 가장 크게 떨어지면서 아베노믹스는 실패를 넘어 일본 경제를 폭망에 이르도록 할 수 있는 정책이란 평가가 달린다.

"윤전기를 쌩쌩 돌려 일본은행에서 돈을 무제한으로 찍어내겠다"는 아베 전 총리의 발언에 따라 아베노믹스는 시중에 막대한 돈을 풀어 의도적으로 엔저를 유도하고 세계 시장에서 일본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올려 수출을 증대, 경제성장을 일구겠다는 구상이 깔려있다.

이에 일본은행은 2016년부터 기준금리를 마이너스(-)0.1%로 유지하고 있다. 아베노믹스 초기에는 엔화 약세로 인해 일본 기업의 수출은 늘어 기업의 이익이 확대되고 저금리 국채로 재정이 안정화되는 효과도 얻었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과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아베노믹스는 다른 국면을 맞게 됐다. 미국의 양적완화는 중단된 반면 일본의 돈풀기는 지속되면서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엔/달러 환율이 조만간 135달러를 넘어 엔저현상이 심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엔화 가치 급락을 막기 위해선 기준금리 인상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일본은 주저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국채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1000조엔(9738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256%에 이른다. 미국(133%)과 영국(108%)의 두 배 수준이다. 금리를 소폭 올려도 이자 부담이 폭증할 수 있어 재정이 파탄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실제 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일본은 국채로 인해 100조원에 가까운 이자를 물어야 한다.

특히 엔화 약세에 따른 수출 호조는 옛말이 됐다. 일본의 2021회계연도(2021년 4월~2022년 3월) 무역수지는 5조3749억엔으로 2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적자 폭은 2014회계연도(9조1277억엔) 이후 7년 만에 가장 컸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유, 석탄 등 에너지와 곡물 가격이 급등한 영향이다.

일본은 엔화가치 하락을 크게 받고 있지만 국채를 고려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여있는 셈이다. 미 연준이 이달 빅스텝에 이어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등 연내 5차례 금리를 추가 인상하면 엔화는 심각한 약세로 치달을 전망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본의 누적된 국가부채 문제가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문제화되지 않았다"며 "그동안 아베노믹스로 결국 경제의 구조적인 개혁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점이 치명적인 부담으로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으로 엔화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엔저로 수출이 늘어나는 효과가 과거에 비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 아베노믹스의 효용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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