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동산

[르포] "3000명 일자리 잃고 소송 이겨도 손해"… 둔촌주공 사태, 조합 자금도 바닥

노유선 기자VIEW 15,8462022.04.19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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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둔촌주공 재건축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이 공사를 중단했다. /사진=노유선 기자
지난 15일 둔촌주공 재건축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이 공사를 중단했다. /사진=노유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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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후 2시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둔촌주공 아파트 재건축 공사현장. 공사장 바리케이드 밖에는 ‘유치권 행사 중’ ‘사전 허가 없이 무단출입을 금합니다’ 등의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공사장 소음 대신 민주노총의 투쟁가가 울려퍼지는 사이로 ‘하루 아침에 해고통지를 받았다’는 내용의 현수막도 눈에 띄었다. 한 공사장 인부는 “공사 중단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3000명”이라고 토로했다.

공사비 약 6000억원의 증액 문제를 놓고 조합과 시공사가 충돌했던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가 결국 멈췄다. 지난 15일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은 예고한 대로 공사를 중단했다. 조합은 다음 날인 16일 정기총회를 열고 사건의 발단인 ‘공사 계약 변경 의결’을 취소하는 안건을 표결에 부쳐 참석자 4822명(서면 결의 포함) 가운데 4558명이 찬성표(찬성률 94.5%)를 냈다. 양측의 팽팽한 대립으로 파행은 장기화에 돌입했다.
지난 15일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가 중단되자 약 3000명의 인부들이 일자리를 잃게 됐다. /사진=노유선 기자
지난 15일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가 중단되자 약 3000명의 인부들이 일자리를 잃게 됐다. /사진=노유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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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재건축, 사상 최악의 대립
둔촌주공 재건축은 기존 5930가구 아파트를 철거하고 최고 35층, 85개동, 1만2032가구 규모의 신축 아파트 ‘올림픽파크 포레온’을 짓는 국내 재건축 사상 최대 규모 사업이다. 당초 입주 예정일은 내년 8월이었지만 설계도서 제공, 폴리염화 비닐(PVC) 창호 확정 등이 지연되면서 2023년 5월로 9개월 늦춰졌다.

이번 공사 중단으로 이마저도 미뤄질 전망이다. 인근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는 조합원 A씨는 “언제까지 전세살이를 해야 하는지 불안하다”며 “이주비 대출이자 납부도 부담스럽다”고 우려했다.

이날 정기총회가 열린 동북고 너머로 13층가량 지어진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가 보였다. 아파트 외벽에는 빨간 글씨로 ‘유치권 행사 중’이라고 쓰인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조합은 공사 중단이 10일 이상 이어지면 별도 총회를 열어 계약 해지를 단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조합이 시공단과의 계약을 해지할 경우 시공단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시공단이 유치권을 행사 중이므로 조합은 시공사를 바꾸기 위해 유치권을 해소하는 소송에만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16일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 정기총회가 열렸던 동북고등학교 너머로 13층가량 지어진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가 보였다./사진=노유선 기자
지난 16일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 정기총회가 열렸던 동북고등학교 너머로 13층가량 지어진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가 보였다./사진=노유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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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조합과 시공단의 갈등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임 조합 집행부는 그해 12월 관리처분계획 총회에서 공사비를 2조6708억원에서 3조2294억원으로 5586억원 증액하는 내용의 '공사계약 변경의 건'을 의결했다. 당초 1만1106가구로 추진되던 재건축 사업이 1만2032가구로 규모가 커진 데다가 상가 공사까지 포함하면서 공사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전임 조합장은 이듬해 6월 시공단과 이 같은 내용의 ‘공사비 증액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계약 체결 두 달 만에 전임 조합장은 해임됐다. 조합 관계자는 “공사비 증액 계약을 맺은 날 조합장 해임 안건을 올렸다”며 “공사비 증액 계약은 날치기나 다름 없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2019년 12월 관리처분 총회에서 의결이 이뤄질 때 한국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며 “절차가 적법하지 않은 계약은 무효”라고 강조했다. 계약서에 연대 보증인의 개인 서명이 없는 점도 계약 무효의 근거라고 조합은 주장했다.

시공단의 주장은 다르다. 주간사인 현대건설 관계자는 “당시 계약이 적법한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조합 집행부가 바뀌더라도 계약은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한국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은 법적 의무사항이 아니며 착공이 시작된 후 연대보증은 필요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해 말 코디네이터 3명을 파견해 10여차례 중재에 나섰지만 오히려 양측의 갈등은 골이 더 깊어져 소송전으로 비화했다.

비대위 결성, 조합 집행부 맹비난… “거짓 선동”
지난 16일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 위치한 동북고등학교에서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 정기총회가 열렸다./사진=노유선 기자
지난 16일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 위치한 동북고등학교에서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 정기총회가 열렸다./사진=노유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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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은 지난달 21일 서울동부지법에 공사비 증액 변경 계약을 무효로 해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조합 집행부와 입장을 달리 하는 비상대책위원회 격인 ‘둔촌주공 입주예정자 모임’의 C씨는 “조합이 소송에서 지게 되면 사업 지연금, 공사비 이자, 조합원 전·월세 임차 비용 등 수천억을 조합원이 감당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조합이 이기더라도 착공 이후 물가 상승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계약 내용도 무효가 되기 때문에 공사비가 더 비싸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6일 정기총회장에서는 참석자간 다툼도 있었다. 한 조합원은 ‘둔촌주공 입주예정자 모임’의 D씨가 들고 있는 피켓을 빼앗으려고 했다. 피켓에는 ‘거짓 선동과 분란만 조장하는 조합원 모임 카페 운영진’이라고 적혀 있었다. C씨는 “조합은 공사 중단은 절대 없을 거라면서 조합원들을 속여왔다”며 “현재 조합원들이 납부하는 이주비 이자도 일부 사업비로 쓰이고 있는데 이는 조합 집행부의 횡령이나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지난 16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장 외벽에는 '유치권 행사 중'이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사진=노유선 기자
지난 16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장 외벽에는 '유치권 행사 중'이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사진=노유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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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들에 따르면 올 초부터 이주비 대출 이자를 직접 납부하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시공단의 사업비 지원 중단으로 조합의 사업비 추가 조달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고 밝혔다. 이주비 대출 만기는 오는 7월. 하지만 공사 중단으로 대출 연장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출이 이뤄져도 금리가 올라갈 수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조합의 반대 때문에) 2년간 무료 공사를 진행해 왔다"며 "매몰비용(사업비·공사비)을 조합에 청구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시공단의 외상공사 총액은 약 1조7000억원, 사업비는 약 7000억원에 달한다. 공사장 인근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지금 당장 시공단이 원하는 건 매몰비용이 아니라 현 조합 집행부의 해임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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