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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美 빅스텝에 尹 추경까지… 이창용 후보자 묘책 찾을까

강한빛 기자VIEW 2,6992022.04.17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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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美 빅스텝에 尹 추경까지… 이창용 후보자 묘책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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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전 한국은행 총재의 뒤를 이을 인물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이 지명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 후보자를 차기 한은 총재로 지명하면서 ‘적임자’라고 표현했고 이 전 총재는 별도로 조언을 해줄 필요가 없는 ‘출중한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이 후보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 29세의 나이로 미국 로체스터대 경제학과 조교수로 임명됐다. 2014년엔 한국인으론 최초로 IMF 아시아·태평양 담당국장에 임명됐는데 이 자리는 IMF에서 총재와 부총재에 이은 서열 3위의 직급이다. 그가 걸어온 길과 명망 덕에 이 후보자의 이름 앞엔 ‘천재 경제학자’라는 호칭이 함께한다.

이 후보자는 “기준금리를 통해 가계부채 문제가 연착륙하도록 이끌겠다”고 밝힌 만큼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년 만에 4%를 돌파해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둔 한은에겐 금리 인상 명분이 생겼고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5월에 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금리 인상 압박도 고조됐다. 연준 내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꼽히는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 지명자가 내달 양적긴축 가능성을 시사한 점도 한은에겐 부담이다.

한은은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올려 금리 격차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 문제를 관리해왔다. 다행히 한은이 지난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을 올려 격차를 벌려놓은 상태지만 문제는 앞으로다. 미국이 오는 5월 빅스텝을 밟으면 금리 격차가 줄거나 역전돼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유출이 가시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준의 움직임에 대응하면서 오는 5월 출범하는 새 정부와 조율해야 하는 점도 이 후보자에겐 과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약속한 5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이 실시될 경우 시중에 유동성이 투입돼 물가상승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윤석열 당선인 정부 기조가 ‘대출규제 완화’ 쪽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자칫 한은의 정책 방향과 엇박자가 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결국 금리 인상 속도가 관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같은 우려에 이창용 후보자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주는 영향을 살피면서 정부와 ‘공조’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데이터(경제지표)가 어떻게 나오냐에 따라 어떤 경우엔 매파(통화긴축 선호), 어떤 경우엔 비둘기파가 될 것 같다”며 “어떻게 정책 조합을 잘 이루고 정부와 조율을 잘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주열 전 한은 총재는 지난달 이임사를 통해 “성장을 지키면서도 금융안정과 함께 물가를 잡을 수 있는 묘책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전 총재의 진단은 이창용 후보자의 과제인 셈이다. 경기성장과 물가안정이라는 과제를 안고 시작하는 만큼 차기 한은 총재의 어깨가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실타래처럼 엉킨 대내외 여건 속에서 이창용 후보자의 묘책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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