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동산

[르포] "상가나 주택 있나요"… 벌써부터 문의 쇄도하는 삼청동, 매물 거두는 집주인들

청와대 이전에 상권회복 노리는 북촌에도 수요자 발길 이어져… "개발 쉽지 않다" 회의적 시각도

노유선 기자VIEW 14,7152022.04.0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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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삼청동 일대는 2010년대 중후반부터 상권이 위축되기 시작했다. /사진=노유선 기자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일대는 2010년대 중후반부터 상권이 위축되기 시작했다. /사진=노유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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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삼청공원에 이르는 약 800m 길이의 삼청동 카페거리엔 '임대문의'라는 현수막들이 걸려있었다.



2000년대 후반만해도 이 지역엔 독특한 카페와 이색적인 맛집들이 방문객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2010년대 중후반에는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 상승으로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상권이 급격하게 위축됐다. 삼청동을 둘러싼 송현동, 안국동, 소격동 등도 상황은 비슷하다.



경복궁 우측에 자리한 이들 지역은 '북촌1종지구'로 불린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20일 청와대 집무실 이전을 공식화하면서 북촌1종지구는 재기를 꿈꾸고 있다. 청와대 이전으로 각종 규제가 완화되면 지역 개발이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안국동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만약 뒷산(북악산)까지 개방되면 등산객들이 늘어나면서 상권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청와대 경호 때문에 통제됐던 차로가 뚫려서 접근성도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청동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B대표는 "청와대 집무실 이전 발표가 고작 열흘 남짓 됐지만 매물 문의가 5~6배 가량 늘었다"며 "이에 맞춰 매물을 거둬들이는 건물주들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물 문의는 상가 위주"라며 "주택의 경우 거주보다는 상가로 용도변경하려는 목적이 대부분"이라고 귀띔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3월 20일 용산으로의 청와대 집무실 이전을 공식화했다./사진=노유선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3월 20일 용산으로의 청와대 집무실 이전을 공식화했다./사진=노유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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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 답이 있다


북촌1종지구는 공원·문화시설들의 연결성이 부족하다는 평을 받는다. 국립현대미술관(소격동) 공예박물관(안국동) 삼청공원(삼청동) 등 공원·문화시설들이 제각각 흩어져 있어서다. 하지만 청와대 공원화(세종로)와 함께 이건희 기증관(가칭·송현동)이 설립되고 국군서울지구병원 부지(삼청동)가 지하 2층 주차장으로 개발되면 관광명소들이 하나의 길로 조화롭게 연결된다.



서울시는 송현동을 광화문~북촌∼인사동을 잇는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른바 '송현 지름길'(이하 송현길)을 통해 세 곳을 연결(광화문~송현길~북촌~송현길~인사동), 문화·예술·관광벨트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송현동 부지(3만6642㎡)는 공원으로 활용된다.



삼청동 C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명소들이 하나의 길로 연결되면 접근성이 좋아지고 소비가 늘어나는 등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다"며 "명소와 명소 사이에 카페나 식당, 갤러리 등이 자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시는 올 상반기 중 송현길 조성을 완료해 하반기부터 송현동 부지 일부를 개방할 방침이다. 공원조성 공사는 2025년부터 2~3년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장 관계자는 "제설작업 잔재물 처리가 진행 중으로 담장 철거공사에는 아직 착수하지 않았다"며 "부지에 들어가는 모든 문도 닫혀있어 부지를 보려면 높은 건물에서 내려다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송현동(좌)과 안국동(우)은 율곡로 3길을 기점으로 갈라진다./사진=노유선 기자
서울 종로구 송현동(좌)과 안국동(우)은 율곡로 3길을 기점으로 갈라진다./사진=노유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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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제한 등 규제 완화가 선결조건

문화·예술·관광벨트를 따라 상권이 발달하려면 북촌1종지구를 둘러싼 각종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 청와대와 경복궁 주변 일대는 1종 일반주거지역인데다 한옥보존구역, 자연경관지구, 문화재보호구역 등으로 묶여 개발이 어렵다. 특히 고도제한구역으로 지정되면 높이 15~20m(5층 수준)가 넘는 건물을 지을 수 없다.



자연경관지구는 산지, 구릉지 등 자연경관을 보호하기 위해 지정된 곳으로 단란주점, 공연장, 관람장 등이 들어올 수 없다. 인왕산 인근이 이에 해당된다. 한옥보전구역은 한옥건축만 가능하도록 지정된 곳과 한옥마을 경관을 위해 고도제한을 받는 지역을 포함한다. 북촌, 서촌, 인사동 등이 대표적이다. 문화재보호구역은 경복궁과 한양도성을 중심으로 지정돼 있다. 문화재 500m 이내에 건축물을 설치하려면 앞서 문화재청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북촌1종지구 구역별 고도제한 안내. 북촌은 자연경관지구, 한옥보전구역, 문화재보호구역 등으로 묶여 고도제한을 받고 있다./자료=명성공인중개사사무소(서울 종로구 삼청동)
북촌1종지구 구역별 고도제한 안내. 북촌은 자연경관지구, 한옥보전구역, 문화재보호구역 등으로 묶여 고도제한을 받고 있다./자료=명성공인중개사사무소(서울 종로구 삼청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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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집무실 이전 소식에 주민들은 규제 완화를 기대하고 있다. 규제가 완화되면 지역 개발이 활발해져 집값도 상승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다. 윤 당선인의 발언도 주민들의 기대감에 한몫했다. 앞서 윤 당선인은 "(청와대 주변에서) 평창동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제한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제한이) 많이 풀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종로구청 도시개발과 관계자는 "청와대 주변은 문화재보호, 자연경관 등 복합적인 이유로 개발이 제한돼 있다"며 "청와대가 이전한다고 해서 규제의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통인동 D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도 "규제가 전부 없어지긴 힘들어서 지역 개발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북촌1종지역은 1종 주거지역인데다 경호문제, 한옥보전 등 여러 이슈 때문에 전략적으로 지역을 개발하지 못했다"며 "청와대 이전에 따라 건물 고도, 용적률, 건폐율 등을 얼마나 완화해줄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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