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동산

김헌동 “반값에 100년 사는 ‘공공주택’ 공급… ‘임대’ 이름 안 쓰겠다”

[CEO 초대석]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

대담=김노향 부장·정리=노유선 기자VIEW 4,4192022.02.28 07:25
0

글자크기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67·사진)이 취임 100일째를 맞는 지난 2월 23일 머니S와 인터뷰를 갖고 정책 성과와 향후 계획에 대해 밝혔다. /사진=장동규 기자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67·사진)이 취임 100일째를 맞는 지난 2월 23일 머니S와 인터뷰를 갖고 정책 성과와 향후 계획에 대해 밝혔다. /사진=장동규 기자
AD
문화 콘텐츠 수출과 주요 7개국(G7) 회의 성과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지만 대내적으로는 주거불안 문제가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서울은 부동산 빈부격차로 인해 자본 계급화가 심화되며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정부·정치권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시민단체 출신으로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에 발탁돼 취임 4개월차를 맞는 김헌동 사장(67·사진)은 지난해 11월 15일 취임식에서 주택가격 안정화를 위한 분양원가 공개, 토지임대부주택 추진, 공공주택 품질 제고, 택지 확보 등을 공약했다. 김 사장은 이후에 빠른 속도로 공약을 이행해나가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취임 한 달 만인 지난해 12월 김 사장은 강동구 고덕강일4단지 분양원가를 공개했다.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었다. 곧이어 지난 1월 오금 1·2단지와 항동 2·3단지, 2월 세곡2지구 4개 단지를 대상으로 분양원가를 공개했다. 김 사장의 목표는 서울 시민의 주거 안정에서 더 나아가 한국의 뿌리깊은 집값 문제 해결과 건축물 선진화 등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그는 “궁극적으로 해외 유명 건축물처럼 100년, 200년을 넘어서 사용할 수 있는 ‘명품 주택’을 공급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2월 23일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한 SH공사 사장실에서 김 사장의 서울 주택사업 로드맵을 들어봤다. 이날은 김 사장이 취임한지 정확히 100일째 되는 날이었다. 
포기란 없다… 17년 만에 빛 본 공약
김 사장은 1997년부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 시민운동가로 활동했다. 부동산 분야 전문가로 2019년부터 SH공사 사장 취임 직전까지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을 맡았다. 그가 2020년에 저술한 ‘김헌동의 부동산 대폭로, 누가 집값을 끌어올렸나(정권, 관료, 재벌에게 날리는 경고장)’는 대한민국의 집값 상승 문제에 대한 원인 분석과 날카로운 지적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지금껏 빛을 보지 못했던 그의 공약들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경기 판교신도시 개발 때 김 사장은 반값 아파트 도입을 주장했다. 대형 건설업체에 몸담은 경험이 있는 그는 건설업체들이 분양가 자율화로 폭리를 취한다는 지적에 따라 분양원가를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자신의 주장이 외면받을 때도 꿋꿋이 한결같은 목소리를 냈고 저서를 통해 반값 아파트 추진과 분양원가 공개를 또 한번 역설했다.

이 같은 노력은 SH공사 사장으로 취임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김 사장은 취임 후 가장 먼저 분양원가 공개를 실행했다. 그는 “공기업이 짓는 아파트 건축비는 3.3㎡당 600만~700만원으로 지역이 어디든 비슷하다”며 “분양원가는 원가대비 품질 수준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더 좋은 주택을 건설하려면 설계와 감리 비용을 더 지급해야 한다”며 “서울시와 SH공사는 기본형 건축비를 넘어 ‘서울형 건축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형 건축비에 대해 김 사장은 “SH공사가 지은 아파트는 민간보다 질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다”며 “지금보다 건축비를 높여서, 즉 서울형 건축비로 보다 좋은 자재를 사용하고 선진화된 건축기술을 적용해 주택 품질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물만 분양하는 아파트에 서울형 건축비를 적용하면 민간보다 좋은 품질의 아파트를 반값(85㎡ 기준 강남 5억원·기타 3억원)에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헌동 사장이 지난 2월 23일 머니S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장동규 기자
김헌동 사장이 지난 2월 23일 머니S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장동규 기자
AD
진단만 하던 의사, 수술대 앞에 서다
서울은 6년 전인 2016년 천만인구가 깨졌고 지난해엔 40만명이 경기·인천으로 이주했다는 통계가 발표됐다. 재택근무 증가와 집값 문제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며 공공주택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김 사장은 서울의 인구 감소 문제에 대해 “사람들이 서울을 떠나는 이유는 높은 집값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건물만 분양하는(토지임대부) 주택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임대’라는 용어가 어감상 ‘차별’을 내포하고 있다”며 “임대주택을 공공주택으로, 토지임대부를 ‘건물만 분양’으로 표현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 사장은 SH공사가 올 1월 기존 후분양제(공정률 60~80%)를 확대해 공정률 90% 시점에 입주자를 모집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며 “후분양을 해도 건물이 무너질 수는 있겠지만 건축 과정에서 부실이 생겨도 분양 받은 사람이 없어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19년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후분양제(공정률 60%) 계획을 발표했지만 현재 사전청약제도를 만들어 거꾸로 선분양의 선선분양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사장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비롯한 공기업들에 대해 아쉬움도 토로했다. 그는 “분양원가는 SH공사 주인인 서울 시민에게 마땅히 알려야 하는 사항”이라면서 “LH도 분양원가 공개에 동참한다면 주택시장 전반에 분양원가 공개가 당연시되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의 다음 계획은 ‘재산 공개’다. SH공사의 장부상 자산가치와 실제 자산가치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SH공사 재산은 매우 저평가 돼 있어 재평가를 받게 되면 부채비율이 낮아지고 채권발행 금액이 커져 자금 동원력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SH공사는 3월 초 장기전세주택을 시작으로 재산 공개를 시작할 방침이다.

20여년 동안 시민운동가로 활동했던 김 사장은 행정 경험이 없다. 시민운동가로서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제시했다면 이제는 정책을 직접 실행해나갈 때다. 그는 “국민이 집 걱정 안 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20여년간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고민과 연구가 현재 SH공사 사장직 도전에 밑거름이 됐다는 설명이다. 김 사장은 “덕분에 정책 생산과 실행을 자신있게 할 수 있다”며 “‘공기업 사장 역할을 과연 잘할까’라고 우려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을 안다. 잘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헌동 사장 주요 경력▲1981년 쌍용건설 ▲1999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책사업감시단장 ▲2004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아파트값거품빼기본부장 ▲2016년 정동영 국회의원실 보좌관 ▲2019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




상단으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