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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명' CEO 처벌만은 피하라...리스크 대비 나선 기업들

[머니S리포트 - 카운트다운 돌입한 ‘중대재해처벌법’] ② 전담조직·책임자 인선 등 잇따라

이한듬 기자VIEW 5,2592022.01.10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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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이 오는 27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체계 책임과 처벌 규정을 대폭 강화함으로써 사업장 내 중대재해 등 인재(人災)를 막겠다는 목적이지만 일부 규정이 여전히 모호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경영계는 연일 보완입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정부는 “최선을 다했다”며 이제는 기업이 답할 차례라고 말한다. 중대재해법은 억울한 인명사고를 방지할 수 있을까.
지난 2020년 12월2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 중단을 위한 경제단체 입장 발표에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 머니투데이 DB
지난 2020년 12월2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 중단을 위한 경제단체 입장 발표에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 머니투데이 DB
▶기사 게재 순서

(1)“사업주도 처벌”… 경영계 반발 속 시행 임박한 ‘중대재해법’

(2)“CEO 처벌 피하라”… 리스크 대비 나선 기업들

(3)햄버거 먹고 식중독, 누가 책임지나요?

국내 주요 기업들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총력 대응에 나섰다. 오는 27일부터는 사업장 내에서 사망사고 등 인명피해가 발생할 경우 기업 오너나 최고경영자(CEO)까지 처벌될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각 기업들은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담조직과 직책을 신설하는 등 만전을 기하고 있다.

‘안전·보건’에 기업 역량 집결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들은 지난해 최고안전책임자(CSO) 등 안전 관련 담당임원 직책을 신설하고 전담조직을 구축했다. 중대재해법이 중대재해로 피해를 입은 사람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피해액의 5배 이내) 책임 외에도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까지 처벌 대상으로 규정한 만큼 선제적인 대응체계 마련으로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목적이다.

중대재해법은 안전·보건 확보가 미흡한 상태에서 사망자가 발생하거나 2명 이상의 부상자가 나올 경우 사업자나 경영책임자 등에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부상이나 질병이 발생하면 사업주에게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산재 사고가 많은 철강·건설업계 등이 발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대표이사 사장 직속으로 ‘안전환경본부’를 신설한 데 이어 연말 조직개편에서 ‘보건기획실’을 신설했다. 보건기획실은 작업장 내 위생 관리, 질병 및 감염병 방지, 유해인자 차단 등 구성원 건강 보호, 증진을 위한 조직이다. 중대재해법이 업무와 관련해 발생한 질병자가 발생한 경우에도 처벌을 명시한 만큼 안전사고 외에 건강까지 챙기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서울 시내 한 아파트건설 현장에서 건설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추상철 기자
서울 시내 한 아파트건설 현장에서 건설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추상철 기자
현대제철도 지난해 8월 사장 직속으로 사업부급 안전보건총괄 부서를 신설하고 상무급을 담당으로 선임했으며 동국제강도 지난해 6월부터 대표이사 직속 안전총괄조직을 운영하면서 전문인력 보강을 기존 60명에서 86명으로 늘렸다.

건설업계도 마찬가지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0월 300명 규모의 안전관리본부를 신설했고 황준하 안전관리본부장에게 CSO 역할을 맡겼다. GS건설은 대표이사 직속 CSO에 지속가능경영부문 대표였던 우무현 사장을 임명하고 안전보건 관련 최종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기로 했다. 산하에 안전보건팀, 안전점검팀, 안전혁신학교 등 3개팀도 편성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김규덕 부사장이 CSO를 맡아 안전보건 관련 업무를 총괄한다. 삼성물산 CSO는 독립적인 인사·예산·평가 권한을 가졌다. 이외에 롯데건설도 지난 연말 인사에서 안전보건부문을 대표 직속의 ‘안전보건경영실’로 격상했다.

사업주 처벌 피할 수 있을까
하지만 전담조직을 갖추고 CSO직을 신설한고 해서 사고 발생 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의 책임을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안전담당자가 선임돼 있다는 사실 만으로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사람의 의무가 면제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기업 오너 등이 중대재해법을 피하기 위해 CEO 자리에서 물러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있었던 김범석 쿠팡 창업자의 의장·사내이사 사임이다. 지난해 6월 17일 경기 이천에 있는 쿠팡 덕평 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한 날 김 창업주의 사임 소식이 전해졌다.

쿠팡은 김 창업주의 사임이 “뉴욕 증시 상장과 해외 진출을 계기로 글로벌 경영에 전념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법 적용을 피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쿠팡은 김 창업주의 사임은 2주 전에 결정된 것이라며 중대재해법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특명' CEO 처벌만은 피하라...리스크 대비 나선 기업들
정부는 만약 오너나 대주주가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더라도 실질적인 경영 주체를 따져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오너가 자리에서 물러나 대표이사에게 모든 권한과 결정권을 위임한 상황이라면 처벌 대상이 아니겠지만 표면적으로만 자리에서 물러난 뒤 실제로는 기업 경영에 영향력을 그대로 행사하고 있다면 오너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답변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애초에 규정이 모호하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할 경우 같은 사안을 두고 관할당국의 자의적인 판단이 나올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며 “기업이 아무리 전담조직 구축과 관리책임자의 권한을 강화하는 등 안전·보건 체계를 갖췄다고 하더라도 관할당국이 조치가 미흡했다고 판단하면 사업주가 처벌받을 수 있어 부담감이 크다”고 토로했다.

전승태 한국경영자총협회 산업안전팀장은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다양한 사례나 판례가 쌓이면 이를 기반으로 제도가 보완될 가능성은 있겠지만 이 경우 이미 처벌받은 기업들의 죄가 덜어지진 않을 것”이라며 “기업들 사이에 어떻게든 1호 처벌만큼은 피하자는 분위기가 짙다”고 전했다.

이한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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