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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모호함이 콘셉트? 중대재해법, 이게 최선일까

이한듬 기자VIEW 2,7172022.01.10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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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모호함이 콘셉트? 중대재해법, 이게 최선일까
‘전담조직 구성원은 2인 이상이어야 하되 구체적인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총괄·관리하는 조직의 인원, 자격 등 구성 방법을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사업 또는 사업장 특성, 규모를 고려해 합리적 인원으로 구성된 조직을 둬야한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1월 배포한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에서 담긴 안전·보건관리 전담조직에 대한 설명이다. 전담조직 구성 요건이 모호하다는 경영계의 불만에 고용부는 명확한 규정이 없으니 ‘합리적 인원’으로 구성하라고 안내했다. 기업과 사업장마다 규모가 천차만별이고 업종별 특성 등이 다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것으로 보이지만, 기업이 알아서 판단하고 책임도 지라는 의미로 보인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법규정의 모호성으로 일선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전담조직 구성 외에도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의무, 안전·보건 관리 예산의 적정성 등 여러 규정이 여전히 모호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별다른 보완 없이 오는 27일부터 예정대로 법을 시행할 방침이다.

기업 대표이사 또는 오너가 해당 법으로 감옥에 가야 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 상황이기에 기업들은 살얼음판에 놓인 상황이라고 전한다. 자체적으로 전담조직과 인력을 확충하고 안전책임자의 권한을 강화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법 적용을 피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아무리 안전대책을 강구하더라도 사고 발생 이후 관할 당국이 “미흡하다”고 판단하면 사업주는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 취재 중 만난 기업 관계자는 “최대한 안전 대책 수립에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과연 이렇게 하는 게 맞는지 불안하다”며 “현재로선 1호 처벌 기업만 되지 말자는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이러한 상황이지만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말 확대 정책점검회의에서 “법령 제정 과정에서 기업들이 처벌을 우려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역할을 구체화해달라는 요구가 있었으나 정부는 국회 합의의 취지를 고려해 최선을 다했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이제 기업이 단 한 건의 인명사고라도 줄일 수 있도록 필요한 안전조치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실행할 때”라고 말했다. 사실상 기업에 모든 책임을 넘긴 것이다.

안 장관의 말처럼 인명사고는 한 건이라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게 맞다. 자연재해도 아닌 안전 불감증과 안일함으로 빚어지는 인재(人災)는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강력한 예방책을 세워야 하고, 정부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법안을 수정 없이 시행하면서 “정부는 최선을 다했다”고 손을 놔선 안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는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기업을 옥죄기 위한 수단이 되지 않길 바란다. 제대로 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보완 입법을 마련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법의 빈틈을 메워 혼란을 줄이는 것도 정부의 몫이다.

이한듬 기자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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