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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주목하는 SMR, 한국 경쟁력은?

[머니S리포트 - 기로에 선 탈원전 ②-1] 1개 수출시 3조 매출… 크기 줄면서 안전도 축소

권가림 기자VIEW 8,8952021.11.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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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탄소중립과 글로벌 에너지 대란 문제가 맞물리며 원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원전 없이는 에너지 위기도, 탄소중립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유럽 일부 국가는 원전으로의 유턴을 선언하고 중국과 미국 등도 원전 확대에 동참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국내에서 탈원전 기조를 유지하되 해외에서의 원전사업만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과연 한국의 원전 전략은 어디로 갈까.
다목적 일체형 소형 원자로 SMART.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다목적 일체형 소형 원자로 SMART.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기사 게재 순서
(1-1)불붙는 ‘원전 유턴’… 韓 ‘탈원전’ 수정될까

(1-2)“원전 없이는 탄소중립 불가능”

(2-1)세계가 주목하는 SMR, 한국 경쟁력은?

(2-2)‘탄소중립’ 한다는데… 17조 들인 신규 화력발전소 7기 어쩌나


세계 소형모듈원전(SMR) 시장이 2035년 본격 개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요국들은 기술개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한국은 SMR 개발에서 앞서가는 미국보다 3~5년 뒤에나 시장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탈원전 정책으로 상용화가 지지부진했던데다 국내 실증이 막혀있어서다. SMR 기술을 적극 육성하고 국내에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담보되지 않으면 세계 기술 패권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완전피동·충수로형 적용해 안전성↑
뉴스케일 SMR 플랜트 가상 조감도. /사진=뉴스케일
뉴스케일 SMR 플랜트 가상 조감도. /사진=뉴스케일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에 따르면 2035년 SMR 시장은 최대 6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영국·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일본·중국 등 18개국에서 76개 업체가 다양한 노형의 SMR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미국 뉴스케일파워는 지난해 SMR 설계 심사를 통과하면서 기술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은 2050년까지 전 세계 SMR 설치 규모를 최대 1000기로 예상하고 7년 동안 3조6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영국도 5년 동안 3000억원을 투입, 최대 16기의 SMR을 건설한다는 로드맵을 내놨다. 캐나다와 체코, 폴란드 등도 원전 도입을 늘리는 상황이다. 탄소중립을 위해선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원전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한국은 SMR의 핵심 기술을 이미 20여년 전부터 확보했다. 100%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중소형 원자로 ‘스마트’는 개념설계에 착수한 지 15년 만인 2012년 표준설계인가를 받았지만 정부의 탈원전 기조로 상용화에 이르지 못했다. 스마트는 증증기발생기, 가압기 등 원자로 1차 계통의 주요 기기들이 한 개의 원자로 압력용기 안에 설치된 일체형 원자로로 주목받았다. 


일체형 원자로는 대형 배관이 깨져 발생하는 대형냉각재 상실사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으로 불렸다. 대형원전의 건설 기간은 58개월이 걸렸던 반면 스마트는 48개월로 단축했다. 김용희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원자로 용기는 20㎝ 두께의 강철로 제작돼 대형원전 대비 최대 1000배 정도의 냉각재 상실사고 가능성을 줄였다”고 말했다.


SMR이 전 세계에서 주목을 받자 한국은 스마트에서 더 나아간 ‘혁신형 SMR’(i-SMR)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혁신형 SMR은 스마트와 같은 일체형 원자로지만 경제성과 안전성을 크게 향상시키는 목적을 가지고 개발하려는 SMR이다. 


혁신형 SMR 1개 수출 시 약 3조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SMR은 스마트 기술이 70% 들어가며 나머지는 새로운 기술이 적용될 전망이다. 혁신형 SMR은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을 중심으로 개념 및 기본설계가 진행되고 있다.


혁신형 SMR 출력은 1기당 170메가와트(㎿)로 미국 뉴스케일의 77㎿보다 2배 이상 높다. 기존 스마트(100㎿)에 비해서도 높다. 다른 국가의 SMR보다 출력을 키워 경제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세계가 주목하는 SMR, 한국 경쟁력은?
한국은 SMR의 안전성 확보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혁신형 SMR에는 완전피동안전계통 기술이 적용될 전망이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원전 형태인 경수로 원전은 정지 직후에도 운전 중 출력의 6~7%에 해당하는 열이 방출된다. 


이 붕괴열을 그대로 둘 경우 핵연료가 녹아내려 일본 후쿠시마원전 폭발과 같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완전피동안전계통 기술은 위급상황 시 비상전원 없이도 중력에 의해 냉각수가 공급돼 원자로를 안전정지 상태로 유지해준다.


완전피동안전계통 기술을 쓰려면 SMR은 일체형으로 제작돼야 한다. 영국 롤스로이스의 경우 일체형이 아닌 블록형을 택해 443㎿급의 SMR을 개발하고 있다. 블록형은 용기를 배관으로 연결하지 않고 직접 연결하는 방식을 말한다. 


대형원전에서 검증된 블록형을 SMR에 적용해 시장에 빨리 진출하겠다는 의도다. 한국이 선택한 일체형이 블록형보다 출력이 낮게 제작되는 만큼 안전성을 확보하는데 더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원자로 배치 측면에서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 한국이 개발한 스마트는 충수로형, 미국의 뉴스케일이 개발한 SMR은 침수로형이다. 침수형은 원자로 모듈을 수조에 잠기게 해 외부 충격에도 방사선 누출 위험을 대폭 줄인 게 특징이다. 


보수가 필요하거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직접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이에 한국은 유사 시에만 물이 채워지는 충수로형 적용을 고려하고 있다. 침수로형 적용 가능성도 열려있다.
경제성·유연성 확보는 과제
뉴스케일 SMR. /사진=뉴스케일
뉴스케일 SMR. /사진=뉴스케일
노심손상빈도(손상확률)도 낮췄다. 이태호 한국원자력연구원 SMART개발단 단장은 “대형원전의 노심손상확률이 10의 마이너스 5승분의 1이었다면 혁신형 SMR은 10의 마이너스9승분의1(10억년에 1회 발생)”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기존 아날로그 방식에서 벗어난 자율형 운전과 재장전기간 단축을 통해 효율화도 노리고 있다. 이태호 단장은 “SMR 모듈 12개를 묶어 원전 건설이 이뤄지는데 이를 한 제어실에서 관리한다”며 “시스템 단순화와 자율운전 기능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생에너지와 호환됐을 때 출력조절을 용이하게 하면서도 안전에 영향을 주지 않는 기술도 집중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은 SMR의 발전 단가를 대형원전 수준까지 떨어뜨리는 것도 목표로 세우고 있다. 스마트의 발전 단가는 키로와트시(kWh)당 6∼10센트로 대형 원전(kWh당 3~4센트)보다 비싼 대신 화력 발전보다 저렴하다. 한수원과 한원연은 혁신형 SMR의 발전 단가를 kWh당 10센트보다 낮출 계획을 갖고 있다.


국내 원전들은 매년 1년 6개월마다 핵연료를 재장전해야 하는데 이 기간을 24개월로 늘려 가동률도 높일 방침이다. 앞으로 관건은 경제성과 활용성 확보다. 다른 SMR보다 효율성을 높여 발전단가를 낮추는 동시에 수소 등 재생에너지와 연계한 수익모델을 창출해 초격차를 벌려야 한다는 것이다. 


임채영 한국원자력연구원 혁신원자력시스템연구소장은 “각국의 SMR 개발 수준은 대동소이하다”며 “안전성이 확보된 범위 내에서 얼마나 비용 효과적으로 만들고 원전 서플라인 체인을 튼튼하게 유지하느냐가 숙제”라고 분석했다.


다만 한수원과 한원연이 혁신형 SMR 개발을 마쳐도 실증과 상용화까진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SMR 상용화 기술을 개발해도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실증하고 수출용으로만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이 SMR 시장에서 앞질러 나갈 수 있었던 건 정부가 개발과 실증을 적극 지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영국,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탈탄소 기조로 미국 뉴스케일 SMR보다 3~5년 시장에 늦게 진입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뉴스케일이 시장을 장악할 우려가 크다.


전문가들은 국내 조기실증에 서둘러 나서 2030년대 145조원대 시장 개화가 예상되는 SMR 수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관측을 내놨다. 익명을 요구한 원자력업계 한 관계자는 “부지만 정해지면 건설 프로젝트로 만들어 국내에서 실증할 수 있다”며 “실제 시장에 진입하는 시기를 4년 정도 앞당길 수 있는 동시에 수출도 유리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앞으로 동유럽, 사우디아라비아 등 SMR 확대를 외치는 국가들은 더 늘어날 것”이라며 “원전이 제외된 탄소중립 계획을 재고해 안전성, 탄력적 운영, 분산전원 등의 장점이 있는 소형 원전 기술을 진일보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권가림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팀 권가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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