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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는 ‘원전 유턴’… 韓 ‘탈원전’ 수정될까

[머니S리포트 - 기로에 선 탈원전 ①-1] 중국·유럽 등 원전 확대… 한국은 탈원전 지속

이한듬 기자VIEW 17,3882021.11.2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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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탄소중립과 글로벌 에너지 대란 문제가 맞물리며 원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원전 없이는 에너지 위기도, 탄소중립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유럽 일부 국가는 원전으로의 유턴을 선언하고 중국과 미국 등도 원전 확대에 동참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국내에서 탈원전 기조를 유지하되 해외에서의 원전사업만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과연 한국의 원전 전략은 어디로 갈까.
새울원자력본부 신고리 3·4호기 전경. / 사진=뉴스1
새울원자력본부 신고리 3·4호기 전경. /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1-1)불붙는 ‘원전 유턴’… 韓 ‘탈원전’ 수정될까

(1-2)“원전 없이는 탄소중립 불가능”

(2-1)세계가 주목하는 SMR, 한국 경쟁력은?

(2-2)‘탄소중립’ 한다는데… 17조 들인 신규 화력발전소 7기 어쩌나


주요국들이 원전 확대에 시동을 걸고 있다. 기후대응을 위한 탈(脫)탄소 전략에 따라 석탄 발전을 줄여야 하는 가운데 신재생에너지만으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 어려울 것이란 판단에서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글로벌 에너지 대란도 원전 확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한국은 탈원전 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이어서 업계의 우려가 커진다.

원전 늘리는 주요국들
현재 원전 확대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중국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앞으로 15년 동안 3700억~4400억달러(약 437조~520조원)의 비용을 들여 최소 150기의 원전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는 전 세계 국가들이 지난 35년간 지은 원전 수보다도 많은 수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중국이 가동 중인 원전은 총 50기로 미국(94기)과 프랑스(56기)에 이어 세계 3위다. 한국은 24기로 6위다. 원전 건설 계획이 예정대로 추진될 경우 중국은 2030년대 중반이면 미국을 크게 따돌리고 세계 최대 원전 발전국으로 올라서게 된다.

프랑스도 탈원전 기조를 벗어나 원전 확대로 방향을 틀었다. 당초 프랑스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점진적으로 원전 비중을 줄여나가기로 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2017년 취임때 원전 발전 비중을 당시 75%에서 2035년까지 50%로 낮추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이를 뒤집고 소형모듈형원자로(SMR) 개발에 2030년까지 10억유로(1조3600여억원)를 투자하고 원전 폐기물 처리 과정을 개선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대국민 연설에서 “에너지 가격을 합리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신규 원자로 도입이 필수적”이라며 원전 확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그래픽=김은옥 기자
미국은 지난 5월 원전 2기의 수명을 기존 60년에서 80년으로 추가 20년 연장한 데 이어 2234메가와트(㎿) 규모의 신규 원전 2기를 짓고 있다. 영국 역시 2050년까지 45조원을 들여 소형원전 16기를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일본도 원전 재개를 모색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최근 동일본대지진 이후 가동이 중단된 원자력발전소 재가동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주요국들이 원전으로 다시 눈을 돌리는 이유는 탄소중립에 안정적인 기저에너지원이 필요하다는 점과 최근 이상기후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및 전력공급 부족으로 에너지 대란이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유럽에서 이상기후에 따라 바람 세기가 약해지면서 풍력발전 비중이 지난해 9월 11.6%에서 올 9월 9.3%로 2.3%포인트 감소했다. 이로 인해 대체연료인 천연가스 가격이 올 1월 메가와트시(㎿h)당 17.89유로에서 10월 64.86유로로 3.6배 이상 급등했고 전기요금도 유럽 내 국가별로 2.4~3.4배가량 치솟으며 일부 공장 가동이 중단되거나 생산량이 감축되는 등 피해가 이어졌다. 중국 역시 석탄 부족으로 원료 가격이 치솟으면서 심각한 전력 공급난을 겪고 있다.

반면 한국 정부는 탈원전을 지속한다는 기조에 변함이 없다. 대신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크게 늘린다는 방침이다. 최근 탄소중립위원회가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보면 A안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70.8%로, B안은 60.9%로 각각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재생에너지, 실효성 있나
이에 대해 업계에선 신재생에너지 만으론 현재의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한다. ‘2050 탄소중립’의 중간 단계인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계획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비중은 2020년 6.6%에서 2030년 30.2%로 늘려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106기가와트(GW)의 태양광·풍력 설비가 추가로 필요하다.

이는 정부가 2017년 발표한 ‘재생에너지 3020’의 설정 목표인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20% 확대에 필요한 태양광·풍력설비(58GW)의 2배에 가깝다. 현재 풍력은 연간 200㎿ 내외, 태양광은 연간 4GW 정도가 보급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지나치게 높은 목표라는 게 관련업계 지적이다.

특히 신재생에너지는 날씨에 좌우된다는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태양이나 바람과 같은 일기상황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재생에너지는 발전량이 자기 멋대로 들쑥날쑥 거리는 ‘간헐성’이란 약점을 갖고 있다”며 “전기가 필요할 때는 발전을 멈추고 필요 없을 때는 오히려 발전을 넘치게 할 위험을 증가시켜 공급의 불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각종 보조설비와 장치를 통해 간헐성을 보완하더라도 불안정성을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고 그 비용도 계산조차 어려울 정도로 천문학적 수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그래픽=김은옥 기자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도 “한국은 북위 38도에 위치해 있고 사계절이 뚜렷해 날씨의 변동성이 큰 데다 일사량마저 부족한 환경”이라며 “태양광과 풍력만으로 필요한 전기량의 60~70%를 공급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한국도 원전을 기저에너지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중국·영국 등 주요국들이 신재생에너지 발전과 함께 원자력 및 석탄발전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에너지정책을 발표하고 있다”며 “한국도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에너지 공백을 방지하기 위해 원자력 발전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주헌 교수도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자력의 적정 비중을 유지해야 한다”며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원전으로 대체해 줄이면서 재생에너지 변동성을 대폭 감소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덕환 교수는 “해외 국가들이 원전을 확대하는데 한국만 반대로 가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선택”이라며 “안정성이 걱정된다면 국민의 불안감과 공포심을 부추겨 현실적으로 대체 가능한 발전수단을 폐기하는 것보다는 관리 기술과 제도, 책임을 강화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한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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