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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집값 상승폭 주춤했다고 ‘안정 국면’인가

강수지 기자VIEW 2,9042021.11.22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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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집값 상승폭 주춤했다고 ‘안정 국면’인가
집값이 너무 올라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지난 10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처음으로 12억원을 넘어섰다. 6개월 만에 평균 1억원, 약 1년 만에 2억원이 올라버렸다. 그럼에도 정부는 주택시장이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10월 27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집값 상승 추세가 주춤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음날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도 “긍정적인 지표들이 나타나고 있어 주택시장이 안정화 초기 국면에 들어서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표만을 놓고 보자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0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서 지난달 전국 주택종합(아파트·단독·연립주택) 매매가격은 0.88% 상승해 전월(0.92%)대비 상승폭이 축소됐다. 수도권 상승률은 ▲지난 8월 1.29% ▲9월 1.24% ▲10월 1.13% 등으로 주춤하는 모양새다. 서울만 놓고 봐도 9월 0.72%에서 10월 0.71%로 상승폭이 줄었다. 재건축 기대감이 있는 지역에서 여전히 높은 상승률을 나타내고 있지만 당국의 대출규제 영향으로 매수심리가 한풀 꺾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상승은 했으나 상승폭이 주춤하고 있는 것이다. 집값이 하락한 것은 아니다. KB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동향 통계를 보면 2017년 5월 6억708만원이던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4년 5개월 만에 두 배 이상인 6억931만원이 올랐다. 수도권 5분위(상위 20%) 아파트값은 평균 15억307만원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공개되기 시작한 이래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4년 5개월 동안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100% 이상 올라버린 아파트값이 한 달 동안 0.71% 올랐다고 주택시장이 안정 국면에 들어섰다는 것은 비약이다.


노형욱 장관은 10월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에서 “결과적으로 집값이 올랐기 때문에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항상 송구스럽다”면서도 “변명 삼아 말하자면 집값 상승은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집값 상승의 원인에 대한 질의가 나오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과잉 유동성 문제가 가장 큰 것 같다”고 답했다.


노 장관의 말처럼 집값 상승은 전 세계적인 이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지난 8월 전 세계 집값이 코로나19 사태로 최근 20년 동안 가장 높은 수준으로 폭등하면서 금융시장 안정성을 위협하는 잠재적 리스크로 떠올랐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보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통계를 분석해 “올해 1분기 OECD의 집값 상승률(명목 주택가격지수)이 지난 30년 동안 가장 빠른 속도인 연간 9.4%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사태로 소비자의 여유 자금이 늘어난 데다 각국의 통화·재정 완화 정책까지 겹치면서 주택시장 부양세가 나타났다”며 “한국과 영국, 뉴질랜드, 캐나다, 터키 등 일부 국가에서 강한 상승세가 이어져 ‘주택 광풍’ 조짐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2017년 4.69% ▲2018년 8.03% ▲2019년 1.11% ▲2020년 3.01% 등으로 비단 2020년 초 발발한 코로나19 사태만이 집값 고공행진을 부추겼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주택시장이 안정 국면에 접어든 것이 아니라 높은 집값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 아닌가.


강수지 기자

머니투데이 미디어그룹 머니S, 산업2팀 건설·부동산 담당 강수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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