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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탄소중립, 과속보다 실속이 우선

이한듬 기자VIEW 2,0422021.11.08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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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탄소중립, 과속보다 실속이 우선
“탄소중립 수립 일정에만 쫓겨 충분한 의견수렴과 분석 없이 일방적으로 목표를 발표한 게 아니냐.”

최근 정부의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최종 확정되자 재계에서 터져 나온 불만이다. NDC 목표치가 기존 26.3%에서 40%로 대폭 상향되고 화력발전을 중단하는 등의 현재의 국가 산업구조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산업계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재계는 탄소중립 계획이 기업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실현 가능한 목표치를 설정해야 한다고 요청해왔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반영하지 않은 채 계획을 그대로 밀어붙였다. 정부가 설정한 한국의 연평균 온실가스 감축률은 4.71%로 미국(2.81%)이나 일본(3.56%)보다도 높다.

정부도 이 같은 목표치가 과도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환경부 등은 “짧은 기간 가파르게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하는 매우 도전적 과제”라고 수차례 언급했다. 하지만 탄소중립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기에 반드시 해야만 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탄소중립 이행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전환비용에 대한 추계와 구체적인 기업지원 방안은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는 탄소포집·이용·저장기술(CCUS)의 활용, 흡수원 확대 등을 도입하겠다고 말했지만 이 역시 상용화에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혁신 기술을 개발한다면 주체는 누구인지, 정부와 기업의 비용부담은 어떻게 되는지 어느 하나 명확하게 나온 것은 없다. 주요국이 추진하는 2050 탄소중립에만 맞추려다 보니 과도한 목표만 앞세운 게 아니냐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작 해외 주요 국가는 계획을 조정하거나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다. 최근 열린 ‘제26회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COP26)’에서 G20(주요 20개국)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로 제한하는 데 의견을 모았지만 구체적인 탄소중립 시점엔 견해차를 드러냈다.

중국과 러시아는 10년 늦은 2060년을, 인도는 이보다 더 늦은 2070년을 목표 달성 시점으로 제시했다. 특히 인도는 부자 국가들이 지구온난화에 역사적인 책임이 있다며 선진국이 더 큰 책임을 져야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화석연료 수출로 막대한 이익을 거둬온 사우디아라비아와 호주도 2050 탄소중립 이행에 불만을 보이고 있다. 국가별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국의 경제와 산업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면 석탄발전 가동을 과감한 발전계획 전환이 필요한데 여기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은 각국 정부와 기업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도 탄소중립을 서두르기보단 득실을 따져 전략의 내실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정책의 일방통행과 졸속 추진은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 탄소중립의 주체인 기업과 산업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 과속보다는 실속을 염두에 둔 탄소중립 정책이 이행돼야 한다.

이한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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