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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해운업 하기 참 어렵다

권가림 기자VIEW 3,4772021.10.07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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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해운업 하기 참 어렵다
해운업계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조만간 국회에서 만나 운임담합의 합법 여부를 놓고 논쟁을 펼친다. 양측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못하고 국회의원 사이에서도 찬반이 갈리자 결국 국감장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앞서 공정위는 HMM·SM상선·팬오션 등 국내선사 12곳과 외국선사 11곳에 한국~동남아항로 운임담합을 통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국내선사가 부과할 과징금은 5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해운업계는 담합을 인정하는 해운법을 앞세워 과징금 카드에 날을 세우고 있다. 해운법은 1978년 신설되고 공정거래법은 1980년 제정됐다. 하지만 ‘해운법에 기반한 공동행위에 대해선 공정거래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안이 포함되지 않으면서 뒤늦게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졌다. 


공정위가 해운산업을 더 가까이 관찰하고 판단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든다. 해외에선 해운담합을 암묵적으로 인정해주고 있다. 무제한 경쟁에 노출되면 하염없이 운임이 하락하거나 뛸 수밖에 없다. 체력이 약한 중소선사는 휘청이게 된다. 


실제 덴마크 머스크와 스위스 MSC가 2010년부터 주도한 치킨게임의 여파로 전 세계 톱10 기업이었던 프랑스 CMA CGM, 한국 한진해운 등이 경영위기를 맞은 바 있다. 한국만 해운담합을 불법으로 보면 국내 선사들의 경쟁력 후퇴는 불 보듯 뻔하다.


공정위의 과징금 대상이 된 동남아 노선은 중소 선사들의 비중이 크다. 동남아항로는 전 세계 물동량의 30%를 차지한다. 국내 중소 선사들의 점유율은 약 33%지만 대형 해외 선사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며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동남아 항로를 오가는 선사들은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공정위의 과징금을 버티지 못한 채 파산할 곳이 많을 것”이라며 고개를 젓고 있다. 일부 선사는 울분을 토하고 있다. “유럽 선사에 치이고 중국 선사에 치여가며 적자를 낼 땐 쳐다보지도 않더니 최근 물동량이 조금 늘어나니 앞뒤 없이 무작정 과징금을 들이댄다”는 호소다. HMM은 산업은행의 지원으로 회복됐지만 자력으로 살아남은 중소 선사들이 어려워지면 한국 해운산업의 경쟁력은 다시 후퇴할 수밖에 없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을 배제할 경우 화주 피해가 클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공정위 편을 든 일부 국회의원은 공동행위가 필요하다면 최저임금처럼 화주·선주·공익위원이 모여 가격을 결정해 화주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적어도 한국에서 선주가 ‘갑’이었던 적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해운 운임이 곤두박질쳐 10여년 동안 해운업계가 위기에 처했을 때 화주들은 국내선사가 아닌 해외선사의 손을 잡았다. 화주들은 국내선사와 연간 계약을 체결해놔도 낮은 운임을 제안하는 해외선사가 있으면 계약을 파기해버렸다. 선주들은 향후 계약을 위해서라도 운임을 인상하기 어렵다. 


9월28일 ‘해운 담합’에 해운법을 적용하는 내용의 해운법 개정안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개정한 규정을 법 개정 이전에 한 행위에 대해 소급 적용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전체회의와 법사위, 본회의 등 입법 절차가 남아 있는 상황이어서 개정안이 최종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이에 앞서 공정위가 전원회의를 열고 과징금 부과 결정을 내릴 우려도 있다. 공정위는 과징금 부과를 철회해야 한다. 


일본 공정위는 2008년 해운담합에 문제를 제기했으나 지금까지 이 사안에 대해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국제 거래를 하는 국가 기간산업에 함부로 잣대를 들이대다 자국을 찾는 해외선사가 줄어들뿐더러 해외에서 거꾸로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심사숙고해야 할 사안이다. 해운 운임담합은 국내 라면가격 담합 정도로 볼 게 아니다.


권가림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팀 권가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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