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기자수첩] 예대마진만 신경쓰는 은행들

박슬기 기자VIEW 2,2662021.09.05 06:30
0

글자크기

[기자수첩] 예대마진만 신경쓰는 은행들
“은행들이 올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역대 최대실적 기록을 써내려갔는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예·적금 금리의 인상 속도는 여전히 대출금리보다 더디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금리 전망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서울의 한 대학교수가 한 말이다. 한은이 2년9개월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지만 이미 대출금리를 올려놓은 은행들은 정작 예·적금 금리 인상에는 미온적이다.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만 벌어져 은행들이 잇속만 챙기고 있다는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나온다.

국내 은행들의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신규취급액 기준 지난해 7월말 연 0.80%까지 떨어졌다가 지난 7월말 간신히 연 0.91%로 오르며 0%대를 맴돌고 있다. 1년동안의 정기예금 평균금리 인상폭은 0.11%포인트에 그쳤다.

이는 대출금리와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국내은행의 가계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신규취급액 기준 지난 7월말 기준 연 3.89%로 지난해 7월말(연 2.92%)과 비교하면 1년만에 0.97%포인트 올랐다. 정기예금 인상폭의 약 9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지난해 7월말 연 2.45%에서 지난 7월말 연 2.81%까지 0.36%포인트 뛰어올라 이 역시 정기예금 인상폭의 3배 이상을 웃돈다.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가 더 가파르게 오르면서 은행권의 예대마진은 최대폭으로 확대됐다. 지난 7월말 기준 국내은행의 총 수신금리는 0.66%, 총 대출금리는 2.77%로 은행의 수익성과 관련된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2.11%포인트까지 확대됐다. 지난해 12월말까지만 해도 예대금리차가 2.05%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0.06%포인트 확대된 셈이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서민들의 이자부담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은행들은 예대마진을 키워 이자수익을 크게 챙기고 이에 따른 호실적으로 성과급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수신상품의 금리 인상 신호탄을 쏜 곳도 시중은행이 아닌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였다. 케이뱅크는 지난달 28일부터 ‘코드K 정기예금’ 금리를 0.2%포인트 인상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30일부터 예·적금 상품의 기본금리를 0.2~0.3%포인트 인상했다. 이어 NH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은 지난 1일부터 예·적금 금리를 각각 0.05~0.35%포인트, 0.1~0.3%포인트 올리기 시작했다. 지난 3일부터 예·적금 금리를 올린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의 금리 인상폭은 각각 0.15~0.40%포인트, 0.1~0.3%포인트였다.

은행들의 잇속 챙기기 행태는 이전부터 지속돼왔다. 금리 인하기에도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느리게 내리고 예금금리는 곧바로 인하한 전례가 있다. 예금보다 대출금리 인하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금리 조정을 하고 있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다.

최근 금융권에선 다시 리딩금융 경쟁이 치열하다. 리딩금융의 일차적 기준은 실적이다. 다만 실적만 우위에 있다고 리딩금융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리딩금융의 의미는 금융권에서 선도 구실을 하는 우량은행으로 외형상의 규모에 더해 혁신 금융상품 등 다른 은행보다 진일보한 은행을 말한다.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다른 은행들이 모범을 삼을 수 있도록 혁신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은행이란 의미도 담겨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때 이자챙기기에만 매몰돼 실적 상승에 열을 올리기보단 금융서비스의 질을 높이며 트렌드를 선도해나가는 것이 진정한 리딩금융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박슬기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박슬기 기자입니다.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관련기사 보기

오늘의 주요 뉴스에요

금융 한줄뉴스

상단으로 가기
하단 띠배너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