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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아 덤벼라”… 넘볼 수 없는 ‘K-스낵’

[커버스토리- 中 짝퉁에 반격 나선 K-푸드③] ‘베끼기 천국’ 중국도 인정한 한국의 맛

손민정 기자VIEW 5,2022021.09.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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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말 기준 중국에서 상표 도용 피해를 당한 한국기업은 2753곳. 이미 국내·외에서 선보인 한국 브랜드를 도둑질하듯 자국에서 상표로 우선 등록, 중국 진출에 나서는 한국기업들로부터 막대한 돈을 뜯어내거나 사업을 망치는 중국업자들이 판쳐왔다. 오랜 기간 중국 당국은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모른 채 뒷짐만 졌다. 오히려 자국의 짝퉁업자가 먼저 상표를 등록했다며 출원권을 인정해 주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 같은 중국 내 불공정 관행은 2019년 현지 상표법이 개정되면서 변화의 시기를 맞았다. 중국은 상표법 중 ‘악의적인 목적을 갖고 타인의 상표를 대량으로 등록하는 경우 사용을 목적으로 하는 상표라고 보기 어렵다’는 내용을 담은 44조를 개정했다. 정상적인 영업 목적없이 상표를 등록한 경우 부정 경쟁이자 악의적 행동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SPC그룹의 ‘파리바게뜨’와 코리안 디저트 카페 ‘설빙’이 오랜 법적 다툼 끝에 이길 수 있었던 것도 결국 이 조항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말 그대로 ‘K-푸드’ 반격의 신호탄이 된 셈이다. 오리온 ‘초코파이’나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처럼 탄탄한 기술력과 확실한 제품 인지도를 앞세운 K-푸드 기업들도 유사 제품 대응에 더욱 힘을 얻게 됐다. 그렇지만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한국의 영세기업들이 중국 내 상표권 도용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여전히 난제가 많다. 승소 사례 역시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골치아픈 대륙의 상표권 문제, K-푸드 기업들은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사진=일러스트레이트 임종철
사진=일러스트레이트 임종철
2011년 모스크바 인민우호대학을 방문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전 대통령은 오리온 초코파이 상자를 앞에 두고 차를 마셨다. 


이 모습은 당시 영국 로이터가 보도한 ‘차 마시는 메드베데프 대통령’이란 사진 기사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이 한 장의 사진으로 초코파이는 당시 러시아 전역에 소개됐다. 동시에 차와 케이크를 함께 즐기는 러시아 식문화와 시너지를 더하며 당시 엄청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초코파이 기세는 주력 수출국인 중국에서도 대단하다. 


중국 내 초코파이 제품명은 좋은 친구라는 뜻의 ‘하오리요우(좋은친구)파이’다. 중국인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는 초코파이는 현지 파이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오리온은 1993년 베이징사무소를 개설하면서 대륙으로의 첫 발을 내디뎠다. 1997년엔 베이징 인근 허베이성 랑팡에 현지 생산기지를 구축해 중국 공략을 본격화했다.


이후 2002년 상하이공장을 완공했고 2010년에는 광저우에 현지 생산시설을 추가로 세우면서 중국 남부에 대한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했다. 이에 힘입어 2013년엔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중국시장에서 매출 1조원 시대를 여는 등 놀랄만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중국 현지에 판매되는 하오리요우파이(초코파이)/사진제공=오리온
중국 현지에 판매되는 하오리요우파이(초코파이)/사진제공=오리온
짝퉁 경쟁까지 치열한 중국시장에서 초코파이가 독보적인 인기를 누리는 비결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맛에 있다.


초코파이는 수분 함유량이 높은 마시멜로와 비스킷, 초콜릿이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진 제품이다.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제품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오리온의 독자적인 기술로 탄생한 초코파이는 일반 비스킷과 달리 특수한 배합과 제조 과정을 거친다. 


이는 초코파이 출시 직후부터 모양과 포장 디자인을 베낀 제품들이 쏟아졌지만 여전히 오리온 초코파이의 독주를 막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인(仁) 마케팅’도 한몫을 톡톡히 해냈다. 한국인에게 ‘정’(情)이 각별한 것처럼 중국인들이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시하는 가치가 바로 ‘인’(仁)이란 점에 착안, 2008년 말부터 하오리여우파이 포장지에 이 글자를 삽입해 승부수를 띄운 것도 적중했다.


오리온은 초코파이에 이어 ▲꼬북칩(랑리거랑) ▲고래밥(하오뚜어위) ▲오!감자(야!투도우) 등을 연속 선보이며 중국시장에서 대표 제과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2019년 중국 종합 브랜드 가치 경영대상’(TBV, China Total Brand Value Management Grand Awards)에서 3년 연속 1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중국 브랜드 파워지수·고객 추천 지수·고객 만족지수 등에서 연속으로 1위를 차지하며 중국 내 브랜드 평가 4관왕을 달성하기도 했다.


중국 현지에서 판매되는 제과 제품들/사진제공=오리온
중국 현지에서 판매되는 제과 제품들/사진제공=오리온
이영균 오리온 상무는 “차별화된 제품력과 오랜 기간 쌓아온 소비자 신뢰를 바탕으로 중국 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며 “빠르게 변화하는 현지 소비자 취향에 맞춰 경쟁력 있는 제품들을 지속해서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뒤늦게 중국시장에 내놓은 참붕어빵도 인기다. 중국어로 물고기를 뜻하는 ‘魚(위)’와 풍요를 의미하는 ‘余(위)’의 발음이 동일해 물고기가 재물을 상징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이유로 참붕어빵은 중국 관광객의 가족과 지인을 위한 귀국 선물로 인기가 높았다. 중국 진출 전부터 참붕어빵은 징둥닷컴 등 중국 온라인 쇼핑몰 내 한국 제품 직구 카테고리에서도 늘 판매 순위 상위권을 차지해왔을 정도다.


이에 오리온은 중국시장에서 참붕어빵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2019년 말부터는 ‘샤오위누어누어(小)’라는 이름으로 현지 생산을 시작했으며 출시 이후 올 3월까지 150억원 이상 판매됐다.


‘뉴트리션바·물·바나나맛 우유’까지 
대륙 사로잡은 프리미엄 K-스낵(Snack)


오리온은 중국시장에서 순항하는 초코파이 기세를 타고 뉴트리션바와 생수 판매에도 뛰어들었다. 


지난해 7월 닥터유 브랜드를 런칭하고 ‘닥터유 단백질바’(닥터유 단백견과바)와 ‘닥터유 에너지바’(닥터유 에너지견과바)의 중국 법인 현지 생산·판매를 시작했다. 


중국 정부가 건강한 중국을 만들기 위해 발표한 정부 정책 ‘건강 중국 행동(2019-2030)’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닥터유 제품은 출시 4개월 만에 누적 매출액 10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앞서 2020년 6월엔 상하이, 베이징, 광저우 등 2030세대 직장인들이 모여있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오리온 제주용암천’(하오리요우 롱옌취엔)의 현지 판매를 시작했다. 


현지 음료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빠르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젊은 층이 주로 찾는 편의점과 징둥닷컴 입점을 통해 온·오프라인 판매 채널을 동시에 공략하고 있다. 오리온은 중국 소비자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과 구매력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지 생수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현지에서 판매되는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사진제공=빙그레
중국 현지에서 판매되는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사진제공=빙그레
빙그레의 바나나맛 우유도 중국 내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으로 차별화되며 높은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경쟁사의 저가 공세에도 오히려 법인 설립 후 현지 유통 직영을 강화하는 등 유통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2020년에는 순매출 160억원을 달성했다. 


이 같은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의 핵심 경쟁력 역시 고유한 맛과 품질이다. 바나나맛 우유 고유의 모양으로 대변되는 항아리 패키지를 브랜드력으로 전면에 내세운 것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조용국 빙그레 부장은 “2010년 중국에 수출을 시작한 이래 지속적으로 현지 매출액이 성장하고 있다”며 “법인 설립을 계기로 현지 마케팅과 영업력 강화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지속적으로 높여 온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바나나맛 우유의 중국 진출이 처음부터 순조롭기만했던 것은 아니다. 2010년 바나나맛 우유의 수출 초기엔 사각 팩의 멸균 제품만 수출을 진행했었다. 


하지만 2015년 10월쯤 멸균제품과 거의 유사한 현지 제품에 대해 중국 행정기관이 단속을 시행하면서 해당 제품의 유통이 중단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빙그레는 위기를 기회로 삼고 중국 현지에서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 마케팅을 강화했다. 특히 중국 내에서 바나나맛 우유 오리지널 제품의 판매 채널을 확대하고 다양한 마케팅 활동과 동시에 유사 제품에 적시 대응하는 등 저명 상표로 인정받는 노력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이처럼 빙그레는 평소 브랜드, 상표권 등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명성 확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2014년 현지 법인 설립을 계기로 2015년부터는 항아리 모양의 오리지널 바나나맛 우유를 현지로 수출하고 있으며 법인 설립 이후엔 중국 내 현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모방 제품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올 초에도 오리지널 바나나맛 우유와 유사한 제품의 중국 내 유통을 확인하고 해당 업체에 경고장을 발송, 유사 제품 유통을 중단하겠다는 확약서까지 받았다. 하지만 최근 확약 위반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있어 현재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물증이 확보되는 대로 추가 법적 대응을 진행할 예정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대륙의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중국은 다양한 민족과 소비계층이 함께 존재하기 때문에 식품도 지역별로 기호나 성향이 모두 다르다”며 “남녀노소로 특정 소비자를 공략하지 않고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마케팅 시너지를 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시장 공략을 위해선 제품력과 동반되는 높은 기술력, 현지 문화를 흡수해 반영하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 등의 치열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민정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부 유통팀 손민정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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