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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빅데이터 범람하지만… 분석은 눈앞의 작은 것부터”

[피플] 전용준 리비젼컨설팅 대표

팽동현 기자VIEW 6,4662021.07.22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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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준 리비젼컨설팅 대표. /사진=장동규 기자
전용준 리비젼컨설팅 대표. /사진=장동규 기자
어떤 분야든 경지에 오른 이들에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전문적인 내용이라도 받아들이는 이의 눈높이에서 핵심만 알기 쉽게 전달한다. 물론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기에 모두가 그렇다고 치부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 높은 이해도와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상대방에 맞춰 대응하기에 불필요한 수식어나 장황한 사족은 찾아보기 힘들다.


20여년 동안 데이터 분석 컨설팅과 교육을 수행해온 전용준 리비젼컨설팅 대표가 그런 사람이다. 삼성·LG·SK 등에서 주요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정부 3.0과 경기도 빅데이터 프로젝트 자문을 맡는 등 관련 업계에서는 ‘전 박사’로 통한다. 그럼에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의 급류가 휘몰아치던 지난 10년 동안 내내 자신을 “그냥 데이터 분석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어차피 그런 단어들은 또 새로운 게 나오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발 빠르게 접한 머신러닝
전 대표는 이 길로 들어선 계기에 대해서도 “지도 교수가 맡던 분야”라며 소탈하게 털어놓는다. 실제 기업 데이터 분석을 시작한 것은 아주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석사과정을 끝마칠 무렵인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부터 머신러닝(기계학습)을 기업 현장에 적용해보면서 한발 빠르게 데이터 분석 실무 경험을 쌓았다.

“고객이 콜센터에 전화해 보이는 대로 증상을 말하면 그것만으로 고장 난 부위와 사후서비스(AS) 세부사항을 알아내는 것을 목표한 프로젝트였습니다. 1990년대 중반 기술 수준과 업무환경으로는 풀기 어려웠죠. 하지만 그 과정에서 업무 프로세스의 빈틈을 파악해 데이터 기반으로 체계화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곳에서 이런 시도가 이어져 지금에 이르렀겠죠.”

이후 전 대표는 사무기기 전문업체 제록스의 국내 IT서비스기업(구 코리아제록스정보시스템)에서 근무하며 당시 대세에 따라 CRM(고객관계관리) 분야에 집중했다. 모교에서 AI 기술의 경영 분야 응용을 연구해 박사 학위도 취득했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가 닥치며 다니던 회사가 문을 닫았다. 이에 몇몇 다른 기업을 거쳐 2003년 미국 워싱턴대학교에 방문학자(Visiting Scholar) 자격으로 연수를 떠났다.

홀로 서서 데이터 분석의 길을 걷다
전 대표는 데이터 분석 분야의 초창기였던 국내보다는 본고장인 미국에서 IT컨설턴트로 자리 잡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순조롭게 정착할 것 같았던 미국 생활도 집안 사정으로 접을 수밖에 없게 됐다. 2005년 귀국한 그가 홀로서기 한 곳이 지금의 리비젼컨설팅이다. 머신러닝 기반 예측모델을 핵심 역량으로 삼아 유통사와 카드사부터 제조·금융·공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객 데이터 분석을 수행하며 국내 관련 시장 개척에 힘을 보탰다.

“소비 패턴을 보면 고객의 이사 여부를 알아내 주소 확인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이사 한두 달 전에는 이사비용 때문에 돈을 적게 씁니다. 이사 직후에는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듯 가구나 자동차를 구매하고요. 옷은 몇 달 뒤에 삽니다. 계절이 바뀌면 이사할 때 버린 옷을 대체할 게 필요하니까요.”

전 대표는 리비젼컨설팅을 통해 데이터 분석뿐 아니라 관련 분야 교육사업도 꾸준히 추진해왔다. 자체 아카데미를 열어 머신러닝은 물론 고객 전략과 HR(인사) 분석 분야 실전 데이터 분석 방법을 다루는 방법을 강의해왔다. 특히 해외 사례를 소개하면서 실패의 교훈을 전파해 국내 기업이 시행착오를 줄이도록 하는 데 힘써왔다.


전용준 리비젼컨설팅 대표. /사진=장동규 기자
전용준 리비젼컨설팅 대표. /사진=장동규 기자
국내 데이터 분야 성장했지만… 아직 빚어지는 혼선
전 대표가 국내 데이터 분야의 분기점으로 꼽는 해는 2014년이다. 빅데이터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데이터 분석이 산업 전반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수년이 흘렀음에도 적잖은 기업이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 대표는 경영진과 교육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데이터 활용이 잘 안 되는 기업의 경영진은 두 부류로 나뉩니다. 한쪽은 기술이 다 해결해줄 거라 기대하며 먼 목표를 세웁니다. 다른 쪽은 실제 업무엔 별 도움 안 되는 유행 정도로 여깁니다. 둘 다 위험합니다. 현실적으로 뭘 할 수 있는가를 이해한 뒤 적절하게 투자하고 활용해야 합니다. 이렇게 중간에 서야 하는데 그런 곳이 많지 않죠.”

전 대표는 지난 수년 동안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데이터 분야 교육과정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한다. 전문성과 필요성을 고려해 충분한 환경을 갖추지 않은 채 정책 목표에 맞춰 숫자 채우기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업무 프로젝트 수행으로 바쁜 사람들이 강사로 투입될 만큼 강사료가 책정되지 않으니 강의 수준이 올라가지 않죠. 무엇보다 그런 입문 수준의 교육을 받고서 실제 이 분야에 종사할 수 있는지가 문제입니다. 현장에서는 석사 이상 학위나 전문적인 실무경력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많은 이들에게 비현실적인 희망만 심어주고 시간만 허비할 게 아니라 소수라도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전 대표가 빅데이터의 시대 속에서도 수년 동안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것은 ‘스몰데이터’ 분석이다. 사방에 데이터가 넘쳐나는 것 같아도 정작 비즈니스와 관련된 쓸만한 데이터를 구하기는 쉽지 않다. 데이터가 충분하더라도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그 과정과 결과를 읽어내는 것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그는 눈앞에 놓인 작은 데이터부터 제대로 쓸 수 있어야 빅데이터와 AI 등 기술 활용도 의미를 갖는다고 주장한다.

“딥러닝이 유행하지만 정작 기업에서 이것으로 어떤 문제를 풀지 헤매는 경우를 종종 접합니다. 별로 필요 없는 부분에 최첨단 기술을 적용하는 어이없는 상황도 흔합니다. 이런 일을 피하려면 업무 이해도를 바탕으로 탐색적인 분석과 가볍고 직관적인 머신러닝을 선제적으로 수행해야 합니다.”

요즘 전 대표는 소프트웨어(SW) 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인적 용역 서비스로서 컨설팅 업무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기회가 닿는 대로 데이터 분석 과정·결과를 패키지화해 SW에 담을 계획이다. 복잡한 기술이 쓰이지 않아도 실제 의사결정에 쓸모 있는 모델을 만들어 방향을 제시하겠다는 포부다.

전 대표는 “20년 넘도록 같은 일을 하고 있지만 만족할 만큼 공력을 쌓지 않은 것 같아서 아직 해보고 싶은 게 많다”면서도 “기회가 되는대로 경험을 물려주는 데도 시간을 투자하려 한다. 간접경험을 활용한다면 후배들이 더 빠르게 큰일을 해낼 것”이라며 미소 지었다.


팽동현 기자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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