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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28GHz 5G, ‘진짜 5G’라는 계륵

팽동현 기자VIEW 3,7942021.07.12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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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28GHz 5G, ‘진짜 5G’라는 계륵
한·중·일 3국이 즐겨 읽어온 삼국지는 현대에 이르러 게임으로도 재탄생돼 그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고사성어 계륵(鷄肋)도 삼국지에서 유래했다. 삼국 정립을 굳히는 계기가 된 한중공방전에서 조조가 한중지역에 대한 생각을 무심코 표현한 말이다. ‘버리자니 아깝지만 발라먹을 살은 별로 없는 닭 갈빗대’ 같다는 뜻이다.


요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SK텔레콤·KT·LG유플러스 이동통신 3사에게 계륵은 5G 28㎓(기가헤르츠) 대역인 것 같다. 4G LTE보다 20배 빠른 ‘진짜 5G’를 바라는 여론의 등쌀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2019년 5G 세계최초 상용화를 축하하는 행사에서 대통령도 “속도는 4G보다 20배”라고 언급하게 만들었으니 이들로선 할 말이 없긴 하다.

LTE의 이론상 최고속도인 1Gbps(초당 기가비트)보다 20배 빠른 것은 28㎓ 대역 기준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쓰는 5G 서비스는 3.5㎓ 대역 기반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조사에 따르면 실제 속도는 지난해 하반기 기준 0.6~0.8Gbps로 LTE의 약 4~5배 정도다. ‘가짜 5G’라는 말은 누명이지만 5G 서비스 품질에 불만이 쌓여온 소비자에겐 좋은 빌미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5G 서비스에는 서브식스(6㎓ 이하) 주파수가 쓰이는 추세다. 28㎓와 같은 밀리미터파(초고주파)가 외면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더 안 터지기 때문이다. 전파 특성상 장애물을 피하거나 통과하는 성질이 약해 커버리지(도달범위)가 3.5㎓ 대역에 비해서도 10~15%에 불과하다. 28㎓ 대역 서비스를 적극 추진했던 미국 최대 이통사 버라이즌도 올해 들어 서브식스 주파수 확보에 455억달러(약 51조5000억원)를 썼다.

당초 기대와 달리 5G 28㎓ 대역 대국민 전국망 서비스는 사실상 불가 판정이 내려진 지 오래다. 한동안은 B2B(기업 간 거래)나 중계기 같은 제한적 용도로만 활용하면서 기술 발전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말 많았던 인선 과정 끝에 취임한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도 이 방향으로 28㎓ 활성화를 추진하는 모습이다.

임 장관은 이통3사 CEO(최고경영자)와 간담회를 갖고 지하철과 코엑스·야구장 등 대형 시설 위주로 각종 시범사업을 펼친다. 비(非) 통신사도 5G망 B2B 서비스 구축·제공이 가능한 ‘5G 특화망’ 사업에서는 함께 공급되는 4.7㎓ 대비 10분의1 수준으로 주파수 값을 책정하는 등 인센티브를 부여할 방침이다.

다만 이통3사와 합의했던 28㎓ 대역 구축 계획은 그대로 추진한다는 점에서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2018년 28㎓ 주파수 경매 당시 이통3사는 약 2000억원씩을 내고 올해까지 각 1만5000대 기지국을 구축하기로 했다. 현재까지 이통3사가 구축한 28㎓ 기지국 수는 총 100개가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분기 실적 공시를 통해 28㎓ 주파수 이용권도 회계상 손상 처리했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내년 이행점검 뒤 다시 살피겠다는 입장이다.

물론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통3사 책임도 적지 않다. 하지만 안 되는 걸 되게 하라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따지고 보면 세계최초라는 업적을 남기고자 당시 과기정통부를 이끌었던 이들이 상용화를 서둘렀을 때부터 잠재됐던 문제니 누구를 탓하랴. 지금의 과기정통부는 이통3사와 함께 이 ‘계륵’을 놓고 이도 저도 못하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다.

조조는 한중에서 후퇴해 후일을 도모했다. 과기정통부도 현실적인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실제 소비자 만족도와 직결되는 전국적인 실내 커버리지 확보 등에 더 힘써주길 바란다. 이제 ‘진짜·가짜 5G’ 그림자에선 벗어날 때가 됐다.

팽동현 기자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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