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셧다운제로 터진 울분… “게임이 진짜 그렇게 나빠요?”

[머니S리포트-中 갑질 지친 게임사, 새 시장 찾는다③下] 게임업계, 체계적 지원과 부정적 인식 개선 ‘오매불망’

팽동현 기자VIEW 6,9172021.07.12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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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아즈텍과 마야 왕국을 점령하며 약탈에 열을 올리던 스페인 정복자들은 어마어마한 금은보화가 숨겨진 섬 ‘엘도라도’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전설 속 엘도라도는 모든 이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보석을 착용하고 황금판 위에 서 있는 ‘황금땅’으로 묘사됐다. 21세기 중국은 현대판 엘도라도다. 14억 인구를 기반으로 한 내수시장은 업계에 ‘기회의 땅’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중국에서의 성공이란 꿈은 ‘판호’라는 만리장성 앞에서 좌절됐다. 벽은 너무 높고 들어가는 과정에서 부상도 잇따랐다. 전설 속 엘도라도에 의존하던 국내 게임업계가 새로운 전략 짜기에 나섰다.
2014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회의실에서 게임중독법 법안심사소위원회 공청회가 진행되는 모습. /사진=뉴스1 DB
2014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회의실에서 게임중독법 법안심사소위원회 공청회가 진행되는 모습. /사진=뉴스1 DB
<커버스토리-中 갑질 지친 게임사, 새 시장 찾는다③上에서 이어지는 기사입니다>

변변한 진흥제도도 없던 게임업계에 규제 이슈가 몰아쳤던 시기는 2010년대 중반이다. 19대 국회 당시 새누리당 소속이었던 신의진 전 의원은 게임을 알코올·도박·마약과 함께 중독물질로 규정하는 ‘게임중독법’을, 당시 같은 당 소속이었던 손인춘 전 의원은 게임사 연 매출 1%를 게임중독치유기금으로 징수하자는 ‘1% 징수법’을 각각 발의했다. 모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사장되긴 했지만 게임업계에는 긴장감이 팽배했다.


마인크래프트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셧다운제 폐지로?
그에 앞서 적용돼 여전히 살아남아 엉뚱한 방향으로 한국을 알린 규제도 있다. 바로 ‘셧다운제’다. 0시부터 오전6시까지 만 16세 미만 청소년이 주인인 계정의 게임 접속을 금지하는 제도다. 여성가족부 중심으로 이뤄진 청소년보호법 개정으로 2011년 11월부터 시행됐다. 청소년 기본권 침해 문제로 헌법재판소까지 갔으나 2014년 합헌 판결이 나면서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셧다운제 폐지 목소리가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글로벌 인기 게임이자 메타버스의 원형으로도 평가받는 ‘마인크래프트’ 때문이다. 2014년 ‘마인크래프트’ 개발사 ‘모장’을 인수한 MS는 원활한 관리와 보안 문제 해결을 위해 올해 초부터 양사 사용자 계정 간 통합을 추진해 왔다. 이 과정에서 게임의 최초 PC 버전인 ‘자바 에디션’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국 플레이어의 경우 만 19세 이상이어야 한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했다. 기존 국내 분류 등급은 ‘12세 이용가’다.

MS가 이런 공지를 낸 배경에 셧다운제가 있다.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시간대 플레이를 제한하는 ‘한국용 서버’를 따로 구축·관리하는 부담을 덜기 위해 이용 가능 연령을 높인 것이다. 초등학생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끄는 게임이 졸지에 성인용 게임이 되면서 해외 네티즌마저 셧다운제를 비꼬는 지경에 이르렀다.

논란이 커지자 MS 측은 “연내 해결방안을 마련해 공유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당초 셧다운제와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던 여성가족부도 여론을 의식한 듯 “셧다운제를 게임 이용 환경에 맞춰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 레고로 불리는 마인크래프트가 셧다운제 영향으로 한국에서만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이 됐다. /사진=온라인 캡처
온라인 레고로 불리는 마인크래프트가 셧다운제 영향으로 한국에서만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이 됐다. /사진=온라인 캡처
그동안 셧다운제는 그 실효성을 지적받으면서 개선·폐지 움직임도 계속돼왔다. PC게임만 규제 대상인 데다 가상사설망(VPN)을 통한 우회 접속이나 인터넷 접속 없이 혼자 즐기는 게임에는 무용지물이다. 실제 정책 효과도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국회 4차산업특별위원회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셧다운제로 늘어난 청소년의 수면 시간은 겨우 1분30초다.

국내 게임업계 종사자도 철폐 대상 1호로 셧다운제를 지목한다. 최근 들어 강훈식 의원(더불어민주당·충남 아산을)·허은아 의원(국민의힘·비례)·전용기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권인숙(더불어민주당·비례) 등이 셧다운제 폐지를 골자로 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잇달아 대표 발의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셧다운제 폐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김영진 청강대 게임학과 교수는 “플랫폼이 다변화하고 유저 층의 인식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 사회에서 여전히 과거에 머물고 있는 정책은 게임산업 발전을 정체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문화 활력을 감소시키고 디지털 세대의 도전을 가로막는다”며 “오랜 논란 속에 이어져 온 셧다운제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판호 문제 해결부터 부정적 인식 개선까지 “일해라 문체부”
국내 게임업계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부분유료화와 결합한 확률형 아이템 사업 모델과 그에 최적화된 모바일 MMORPG(다중역할수행게임) 장르에 치우친 구조는 지속적으로 지적받았다. 비슷비슷한 콘텐츠로 획일화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글로벌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올해 들어 여러 게임사 사옥 앞에서 확률형 아이템 문제 등을 지적하는 유저들의 트럭시위가 이어졌다. /사진=뉴스1 DB
올해 들어 여러 게임사 사옥 앞에서 확률형 아이템 문제 등을 지적하는 유저들의 트럭시위가 이어졌다. /사진=뉴스1 DB
무엇보다 확률형 아이템 이슈에서 볼 수 있듯 게임사에 대한 이용자의 신뢰에 금이 갔다는 게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일각에선 반대로 현재 환경이 국내 게임 이용자가 원하는 익숙한 형태에 맞춰진 결과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국내 게임산업의 편중 현상의 원인을 국내 게임 이용자 문화 탓으로 돌리는 시도는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이런 편중은 오히려 한국의 게임 이용문화와 게임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국내 게임산업계는 어려운 현실만을 탓할 게 아니라 변화하는 기술과 사회문화 환경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플랫폼과 장르를 탐구하는 체질을 키우고 참신한 기획과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발굴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임업계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국내 게임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시장 양극화와 콘텐츠 편중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상업성에 치우친 현 시장 환경 속에서 다음 세대를 놀라게 할 콘텐츠 개발은 어렵다”면서 “독립·소규모 개발사를 더욱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하며 실질적인 해외 진출 지원책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3월22일 한국게임산업협회를 방문한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게임업계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는 모습. /사진=뉴스1 DB
지난 3월22일 한국게임산업협회를 방문한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게임업계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는 모습. /사진=뉴스1 DB
게임업계는 이런 시장 생태계 문제 관련해 주무부처인 문체부가 적절한 지원책으로 마중물 부어주길 기대한다. 이는 중국 판호(게임 서비스 허가권) 이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2019년 기준으로 한국 게임 수출에서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40%로 가장 높다. 하지만 한한령으로 중국 수출길이 막힌 이후엔 가뭄에 콩 나듯 허가가 나온다. 당면한 판호 문제 해결부터 장차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해외 공략 시장을 다변화하는 데까지 문체부가 더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른 게임사 관계자는 “문체부가 판호 문제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문제다. 수출 확대 지원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확실한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며 “판호 관련해 중국 측에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게임업계가 가장 바라는 것은 근본적인 인식 개선이다. 게임은 이제 하나의 종합 콘텐츠 산업으로 자리잡았다. 게임 탓에 학업을 방해받을 수도 있지만 게임 덕에 일탈을 방지할 수도 있다. 어떤 콘텐츠나 취미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이야기다. 현시점에서 요구되는 것은 양질의 콘텐츠 발굴·육성이다. 정치권도 젊은 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그때그때 잠깐의 관심을 보일 게 아니라 장기적·실질적 산업 지원책을 놓고 함께 고민할 때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국내 중소 게임 창작 생태계는 이제 막 싹을 틔우는 단계여서 중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중소게임사와 전국 대학 게임학과의 산·학협력 클러스터 구축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전국 게임 관련 학과와 학생들에게도 무분별한 쏠림 없는 체계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게임산업의 수출기여도나 파급 효과를 고려하면 현재 문체부의 게임 주무부서가 과급인 것은 맞지 않다. 최소한 국 이상으로 승격하고 담당 공무원도 순환직이 아니라 전문가 영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간간이 운영되는 게임 관련 국회 포럼에서도 게임인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쌍방향포럼’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팽동현 기자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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