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아 사장형, 연봉이 왜 이래?”… 할 말 하는 MZ세대

[머니S리포트-MZ세대가 바꾸는 기업문화②] 무조건적인 복종보단 ‘당위’가 중요

권가림 기자VIEW 10,4972021.04.19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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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기업문화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개인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MZ세대는 과거에 정립된 회사의 인사평가 체계와 연봉·복지·상여금 기준에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한다. 생산직의 단결력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미미했던 사무직에서도 MZ세대를 중심으로 권익 강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정당한 권리 찾기를 응원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지나친 개인주의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MZ세대가 일으키고 있는 기업의 변화를 따라가 봤다.
서울 지하철 광화문역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 지하철 광화문역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뉴스1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합성어로 1980년~2000년대 초 출생자를 가리킴)는 최근 기업들 사이에서 가장 논쟁적인 주제다. 외환위기를 보며 삶의 불안정을 경험했고 교육 민주화 시기 개인 권리를 자각했다. 


가장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도 졸업 후엔 청년실업의 벽에 부딪혔다. 최고 스펙이란 평가를 받으면서도 끊임없이 노력을 요구받는다. 경쟁 속에서 살아온 이들은 공정한 평가와 보상을 원한다.


이런 MZ세대들이 사회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거나 자리를 잡으면서 보상 기준에 대한 불만으로 회사를 공개 비판하는 일이 잦아졌다. 각 기업 젊은 구성원들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인 블라인드나 각종 커뮤니티 및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소통창구에서 서로의 처우와 인사평가 방식 등이 공정하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회사에 관련 기준을 밝힐 것을 과감히 요구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소통 창구가 생기면서 불합리한 점을 공론화하거나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움직임이 최근 몇 년 새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불필요한 충성보다 내가 더 소중해”
“아 사장형, 연봉이 왜 이래?”… 할 말 하는 MZ세대
최근 기업들의 잇따른 연봉 인상도 MZ세대들의 반발에서 시작됐다. SK하이닉스 직원들은 삼성전자의 지난해 성과급이 자신들의 두 배를 넘자 이석희 사장에게 공개 이메일로 성과급 산정방식 공개를 요구했다. 단순히 더 달라는 게 아니라 “내가 왜 이것밖에 못 받는지” 설명하란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를 통해 현대자동차·삼성전자·LG전자 등 다른 대기업들로 급속히 퍼져나갔다. 여기에 게임·정보기술(IT) 업계의 ‘연봉 인상 도미노’가 기름을 부었다. 현대중공업 등 다른 기업들에서도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연봉 인상 등을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엔 사장이나 임원들을 쳐다보지 못하는 경직된 문화였다”며 “최근엔 기업들이 직급을 없애면서 MZ세대들이 자신의 위치에 구애받지 않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무조건적 복종보단 당위를 찾는 경우가 많다”며 “사내 게시판에 실명으로 보상 기준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이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들은 부랴부랴 급여 인상을 약속하기에 나섰다. LG전자는 올 연봉 인상률을 역대급인 9%로 했고 삼성전자도 2013년 이후 최대치인 7.5% 인상을 단행했다. 최태원 SK하이닉스 회장은 연봉 반납을 선언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직원들과의 미팅에서 노력이 정당하게 보상받도록 체계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평소에도 인사 고과, 성과급에 대한 기준과 피드백이 없어 사원·대리급 불만이 많았다”며 “개개인이 회사 측에 요청하면 반응이 없으니 젊은 구성원들이 뭉쳐서 목소리를 낸 것”이라고 말했다.


릴레이 연봉인상, 재정부담 우려도


기업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MZ세대들의 회사에 대한 인식도 이번 연봉·성과급 도미노 인상에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불합리한 조직에서 강요하는 불필요한 충성만큼 괴로운 건 없다는 게 MZ세대의 인식이다. 이에 원칙과 실리에 어긋난다고 여기면 취업과 동시에 퇴직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청년들이 입사하자마자 이직이나 창업을 준비하는 소위 ‘퇴준생’이나 출근하자마자 퇴직해 사라지는 ‘고스팅족’이란 신조어도 생겨나고 있다.


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경제 성장기엔 회사에 충성을 보이고 양보하면 언젠가 회사로부터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요즘엔 기업과 경제 상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크다 보니 평생직장이란 말은 사전에 없다”며 “내가 받는 평가에 대해 바로바로 반응하고 당장의 보상을 요구하면서 애사심도 자연스레 줄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억눌린 사회를 경험했던 386세대와 달리 MZ세대는 준수해야 할 사회규범이 없었다”며 “시대가 급격히 변하다 보니 존중해야 할 권위도 가치도 없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직원들을 달래기 위해 성과급 제도 손질에 나서고 있지만 향후 재정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내놓는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업과 제조업은 매출을 내는 구조가 다르고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타격도 제각각이어서 기업별 급여·성과급 상승률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매출이 늘었다고 성과급을 올릴 수 있는 게 아니라 기업의 전반적인 재정 상황과 투자비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회사 입장에서도 고민이 많았지만 연봉을 인상해야 할 사회적 분위기가 급격히 형성되면서 결국 인상을 확정했다”고 덧붙였다.


기업들이 보상 기준을 공개하기도 어렵다. 모든 직원들이 만족할 성과급 산식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 데다 회사 경영 상황을 드러내는 셈이 돼 공개 여부는 회사의 권한이란 입장이다. 하지만 올해 논란을 계기로 소통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익명성이 보장되는 창구가 있는 한 MZ세대들의 문제 제기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그동안 인사평가는 통보에 그쳤다면 직원들이 원할 경우 면담하고 피드백을 주려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임원들에 대한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며 “인사팀도 최근 논란을 인지하고 직원들의 요청을 묵살하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권가림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팀 권가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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