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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LG전자에도 '사무직 노조'… 목소리 키우는 'MZ 화이트 칼라'

[머니S리포트 - MZ세대가 바꾸는 기업문화①] MZ세대 주축으로 사무직 권익 강화 요구 확대

이한듬 기자VIEW 7,6612021.04.1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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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기업문화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개인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MZ세대는 과거에 정립된 회사의 인사평가 체계와 연봉·복지·상여금 기준에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한다. 생산직의 단결력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미미했던 사무직에서도 MZ세대를 중심으로 권익 강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정당한 권리 찾기를 응원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지나친 개인주의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MZ세대가 일으키고 있는 기업의 변화를 따라가 봤다.
현대차·LG전자에도 '사무직 노조'… 목소리 키우는 'MZ 화이트 칼라'
최근 일부 대기업에서 20~30대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합성어로 1980년~2000년대 초 출생자를 가리킴)를 주축으로 한 ‘사무직 노동조합’ 설립이 이어지고 있다. 생산직 노조 중심으로 진행되던 교섭만으론 사무직의 입장과 처우를 제대로 대변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성과급·연봉·인사평가 체계의 공정성 문제에서 시작된 불만이 노동운동이나 투쟁과는 거리가 멀었던 MZ세대, 그것도 화이트칼라 집단의 권익 찾기 문제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현대차 등 대기업 사무직 노조 설립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최근 사무·연구직 직원들은 별도의 사무직 노조인 ‘HMG사무연구노조’(가칭)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가입의사를 알아보기 위해 개설된 네이버 밴드에는 현대차는 물론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현대오트론·현대로템·현대위아 등 계열사 직원 4000여명이 가입해 노조 설립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임시집행부는 노무사·노무법인 5곳을 선정해 노조 설립을 법리적으로 검토한 후 관할지역 고용노동청에 노동조합 설립 신고증을 제출할 방침이다. 고용노동부는 법적 하자가 없을 경우 신고서 제출 시점부터 3일 이내에 노조 설립 신고증을 교부하기 때문에 적어도 4월 안에는 현대차그룹 사무직 노조가 공식 출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호타이어에선 4월7일 사무직 노조가 출범했다. 금호타이어는 광주·곡성·평택에 생산라인을 두고 있으며 서울엔 중앙연구소가 있다. 총 임직원 5000여명 가운데 생산직 노동자는 3500여명, 사무직 노동자는 1500여명이다. 금호타이어 사무직 노조는 본격적으로 집행부를 구성하고 현재 조합원 가입신청을 받고 있다.

LG전자에서도 지난 3월 초 ‘사람중심 사무직 노조’가 설립됐다. LG전자의 사무·연구직 비중은 2만5000명으로 전체 직원 4만여명의 62.5%에 달한다. 현재까지 3500여명의 사무·연구직원이 노조에 가입했다.

주요 기업에서 사무직 노조가 잇따라 설립되는 이유는 기존 생산직 중심 교섭 체계로는 사무직의 입장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불만 때문이다. 그동안 기업 근로자의 대표는 생산직 노조였다. 생산현장 일선에서 겪는 잔업·야근·특근 및 처우 문제를 회사 측과 직접 교섭하며 임금·상여금·복지혜택 등을 조율해왔다.

이 과정에서 사무직의 근로 형태 등은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생산직에만 유리한 합의안을 이끌어낸 게 사무직 노조 출범의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최근 일부 대기업에서 20~30대 MZ세대를 주축으로 한 ‘사무직 노동조합’ 설립이 이어지고 있다./사진=김은옥 기자
최근 일부 대기업에서 20~30대 MZ세대를 주축으로 한 ‘사무직 노동조합’ 설립이 이어지고 있다./사진=김은옥 기자
생산직 중심 임단협에 불만 팽배
현대차는 지난해 역대 최고 수준의 매출액을 기록했지만 생산직 노조가 전년보다 후퇴한 수준의 기본급과 성과급에 합의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사무직 근로자들은 생산직 근로자들이 임단협 장기화 시 성과급을 받지 못하고 퇴직할 것을 우려해 협상에 소극적이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노사는 올해 교섭에서 임금을 동결하는 대신 생산·품질 경쟁력 향상을 위해 격려금 1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문제는 격려금을 생산직에게만 지급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사무직 차별 논란이 불거졌고 결국 생산직과는 별도로 사무직 노조를 설립하는 기폭제가 됐다는 설명이다.

금호타이어 사무직 노조 관계자는 “생산직 못지않게 회사 성장과 발전에 기여해 왔음에도 ‘화이트칼라’라는 이유만으로 불합리한 임금체계나 근로조건 개선 등에 대해 제대로 목소리 한 번 내지 못했다”며 “회사와 최소한의 소통창구조차 존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LG전자도 마찬가지다. 유준환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 노동조합 위원장은 “회사 전체 직원의 60% 이상이 사무·연구직임에도 기존까지는 생산직 노조를 중심으로 교섭이 이뤄져 사무직 입장을 전달할 창구가 사실상 전무했다”며 “사무직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기 위해 노조를 출범했고 앞으로 생산직 노조와는 별도로 사무직을 위한 교섭을 진행하려 최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교섭단위 분리 신청서를 제출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대기업 내 잇단 사무직 노조 설립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노동운동이나 투쟁과는 거리가 먼 MZ세대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 사무직 노조 설립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인원 대다수는 재직 기간 8년 미만 직원들이다. 현대차 사무직 노조 임시집행부가 가입 의사를 밝힌 직원 1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30대가 88%로 대다수를 차지했고 40대가 10%, 50대가 2%였다.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 표지석. / 사진=뉴시스 김병문 기자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 표지석. / 사진=뉴시스 김병문 기자


MZ세대 주축으로 노조 설립
LG전자 역시 현재까지 사무직 노조에 가입한 3500여명 가운데 과반이 20~30대다. 노조 설립을 주도한 유준환 위원장도 올해 31세의 4년 차 연구원이다. 유 위원장은 “대학시절 노동 운동은커녕 학생회 활동도 한 번 해본 적 없다”며 “직장을 다니면서 성과급에 대해 불만이 누적된 가운데 올해 초 화제가 됐던 다른 기업들의 성과급 이슈를 계기로 노조를 설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설립 과정에서 비슷한 또래의 회사 동료들 역시 나와 비슷한 불만을 가졌다는 것을 알았다”며 “사무직 노조 설립을 지지하는 의견도 예상보다 훨씬 많았기 때문에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정한 성과 측정과 보상을 원하는 젊은 MZ세대들이 자신의 업무성취도나 회사의 성과에 비해 제대로 된 대우를 못 받는다는 불만을 표출하는 것”이라며 “기업 입장에선 과거에 정해진 기준에 맞춰 일괄적으로 직원을 평가하고 연봉과 성과급 등을 결정하기보다는 개별 성과를 공정하게 측정하고 보상하는 성과 연계형 평가방법을 새롭게 만들어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직장의 개념이 과거와는 달라진 점도 MZ세대의 사무직 노조 설립에 힘을 싣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국내·외 경제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고임금·엘리트직으로 구분되던 화이트칼라의 지위도 약해지면서 심각한 고용불안을 겪고 있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스스로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합치고 있다는 시각이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 대기업 사무직은 관리자·경영진으로 승진하는 등 안정적인 미래가 보장됐지만 최근엔 지위에 급격한 변화가 생기면서 화이트칼라의 프롤레타리아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점점 불안정해지는 고용이나 처우를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MZ세대를 중심으로 사무직 노조 설립이 이어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성태윤 교수는 “사무직 노조의 설립 목적이 기득권 유지가 아니라 공정한 평가를 통해 권익을 강화하려는 것이라면 긍정적인 현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공정한 성과와 연계된 보상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기업 경영체계의 개선이 이뤄진다면 궁극적으로는 채산성을 높이는 효과도 낳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한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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