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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폭주하는 제2금융 대출, 브레이크가 없다

변혜진 기자VIEW 3,4072021.04.12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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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폭주하는 제2금융 대출, 브레이크가 없다
가계 빚이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4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726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 부동산·주식 투자에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수요가 몰리면서 전체 빚이 1년 새 125조원 가까이 늘었다.


결국 금융당국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지난해 11월부터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 신용대출 증가액을 2조원대로 제한해 대출 조이기에 나선 것이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제2금융권 부채의 급증이다. 2020년 말 기준 저축은행·새마을금고·신용협동조합(신협) 등 제2금융권의 여신 잔액은 지난해 608조원을 넘어섰다. 그해 11월 60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불과 한 달 만에 8조원 늘었다.


특히 저축은행의 대출 규모 증가세가 가파르다. 저축은행 여신 잔액은 2020년 말 기준 77조6675억원으로 한해 전보다 19.4%(12조6171억원) 늘었다. 증가율도 전년 대비 곱절 수준이다. 제2금융권 대출에는 저신용자(비우량고객)와 취약계층이 많이 몰린다. 차주의 상환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부실 위험도 그만큼 높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제2금융권에 별다른 대출 규제를 하고 있지 않다. 지난 2월 열린 서민금융포럼에서 금융감독원 관계자가 저축은행 등에 리스크 관리 필요성을 지적하긴 했지만 본격적인 대출 규제는 아직 논의된 바 없다. 자칫 제2금융권 대출을 조였다가 저신용자의 자금줄을 끊을까 조심스러운 모양새다. 아직 서민금융 대출 규모가 전체 가계부채에서 작은 비중인 점도 반영됐다.


물론 제2금융권에선 아직까지 부실 대출 조짐은 없다. 오히려 저축은행 79곳의 건전성은 전년보다 개선됐다. 총여신 연체율은 3.3%로 전년보다 0.4%포인트 하락했다. 문제는 연체율 개선이 허수일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대출 만기 연장과 원금·이자 상환 유예 등의 조치로 실제 부실 대출 수준을 가늠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정부는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서민금융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가 운영하는 서민용 대출상품인 미소금융과 햇살론의 지원 요건을 완화해 ‘묻지마 대출’을 내주고 있다. 정기적인 소득이 없어도 최소한의 상환능력만 갖추면 대출해준다. 지난 3월까지로 예정돼있던 대출 만기 연장 등의 조치도 9월로 연장했다. 부실을 적극 관리해야 할 정부와 금융당국이 지나치게 안이한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부실은 이연되는 것일 뿐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것은 아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한꺼번에 터지면서 발생했다.


대출에는 변수도 많다. 저금리 기조 속에서도 인플레이션 압력은 커지고 있으며 금리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계대출에선 변동금리 비중이 큰 만큼 금리 상승 시 충격도 거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개인 대출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가계가 갚아야 할 대출이자가 12조원 가까이 늘어난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부실 대출에 대한 낙관론을 펼치기보다 적극 대비에 나설 때다. 지금이라도 제2금융권 차주별 대출 기준을 강화하거나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부실 관리체계를 가동해야 부실 폭탄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변혜진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변혜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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