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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누가 주사위에 죄를 물었던가

강소현 기자VIEW 1,3002021.04.06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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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누가 주사위에 죄를 물었던가
최근 게임업계를 둘러싼 확률형 아이템 논란으로 확률 게임 자체가 문제시되는 것은 아쉬움이 있다. 논란과는 별개로 확률이 오랜 세월 게임 내에서 감초 같은 역할을 해온 사실을 부정할 수 없어서다.


확률형 아이템을 둘러싼 게임업계와 유저 간 갈등은 넥슨의 PC게임 ‘메이플스토리’를 통해 공론화됐다. 넥슨이 2월18일 자사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환생의 불꽃’ 업데이트 관련 공지글이 시발점이었다. 해당 글엔 무기에 추가 성능을 부여하는 아이템인 ‘환생의 불꽃’에 모든 종류의 성능이 동일한 확률로 부여되도록 수정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이는 이전까지 확률 조작이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돼 유저의 분노를 키웠다. 특히 이를 계기로 특정 항목을 뽑을 확률이 상황에 따라 변한다는 심증은 확증으로 굳어졌다.


이번 사태로 게임업계도 난감한 입장이다. 유저를 달래기 위해 이미 존재하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정보를 공개하며 시간을 벌면서도 이를 대체할 사업모델(BM)을 찾기 어려워서다. 사실상 자신들이 설계한 뫼비우스의 띠에 갇힌 형국이다.


이 탓에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 불거진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업계에선 여전히 ‘확률형 아이템’이라는 단어가 언급될 만한 여지를 남기지 않기 위해 쉬쉬하고 있다. 최근 만난 한 게임사 관계자는 “어떤 이벤트도 진행하기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푸념했다.


그렇다면 유저가 원하는 것이 확률형 아이템을 완전히 배제한 새로운 BM의 게임일까. 확률형 아이템의 단순 제외는 오히려 유저의 만족도를 낮출 것으로 여겨진다. 논란과 별개로 확률 게임은 인류의 오랜 오락거리였기 때문이다.


“쌍륙을 가져와 오른손을 갑(甲) 왼손을 을(乙)로 삼아 교대로 주사위를 던지며 혼자 쌍륙을 두었다.” 연암 박지원 선생이 글을 쓰다가 문장이 막히면 홀로 ‘쌍륙놀이’(주사위를 굴려 나온 숫자만큼 말을 움직이는 게임)를 즐겼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현대까지도 보드게임 ‘모노폴리’ ‘부루마블’ 등 전적으로 확률에 의존한 게임들은 대중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나아가 확률은 게임의 집중도를 높이는 요소로도 자리잡았다. 몬스터를 공격할 때 뜨는 ‘Miss’(빗나감)나 ‘Perfect’(적중) ‘Critical’(추가피해)부터 더 좋은 능력의 캐릭터를 얻기 위한 ‘뽑기’까지 게임 속 확률의 예측불가함이 주는 긴장감과 당첨됐을 때의 희열을 인류는 오래도록 즐겨왔다. 이렇듯 일련의 확률형 아이템 사태로 확률 게임만이 주던 재미까지 외면하긴 어렵다.


최근 국회에선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관련 규제를 담은 법안이 줄줄이 발의됐다. 확률형 아이템 관련 정보 공개를 강제하는 등 전면 규제하겠다는 의지다. 다만 단순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 공개가 업계에 이끌어낼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희박한 확률이란 것을 모르고 아이템을 구매했던 것은 아니어서다.


게임업계가 이번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선 확률형 아이템이 과도한 과금 유도 장치가 아닌 게임의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한 원래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최근 ‘착한 게임’으로 주목받는 데브시스터즈의 모바일 캐릭터 수집형 RPG ‘쿠키런: 킹덤’이 대표적 예다. ‘쿠키런: 킹덤’은 뽑기를 통해 다양한 쿠키를 수집하는 재미 요소를 갖추면서도 충분한 재화 지급으로 과금 요소를 줄였다고 평가받는다.


올 초부터 시련을 겪은 게임업계가 확률형 아이템의 취지를 회복하고 새로운 경쟁력을 찾아 재도약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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