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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LG·SK ‘통큰 합의’ 결단해야

권가림 기자VIEW 2,2642021.03.30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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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LG·SK ‘통큰 합의’ 결단해야
“무릇 사람은 반드시 스스로 업신여긴 후에 남이 업신여기고 집안도 반드시 스스로 망친 후에 남이 망치고 나라도 반드시 스스로 공격한 뒤에 남이 공격한다.” 맹자의 말이다. 


현재 국내 배터리 시장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말인 것 같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와 특허침해를 두고 햇수로만 3년째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판결에 따라 한쪽엔 호재로 다른 한쪽엔 악재로 작용할 분쟁인 만큼 양사는 소송에 전사적 역량을 쏟고 있다. 상대의 신경을 건드리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LG는 폭스바겐의 ‘파워데이’를 며칠 앞두고 미국 내 투자와 SK 공장 인수 카드를 꺼냈다. ‘파워데이’에서 폭스바겐의 미래 전략이 나올 걸 알면서도 이를 들어보지도 않고 조 단위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을 보면 LG의 다급함도 느껴진다. SK는 이사회 의장을 미국에 보내고 미국 전 법무부장관을 현지 고문으로 들이는 등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발표 전 막판 뒤집기에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도 눈치를 보는 모양새다. 미국은 지적재산권 탈취 문제를 두고 중국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그런 미국이 SK 편을 들어주면 영업비밀 침해를 가려주는 꼴이 된다. SK의 수출 금지를 인정해 LG의 손을 들어주려니 투자와 일자리 등이 걸린다. SK가 미국에 배터리 2공장을 짓고 있어서다. 배터리 공급 부족을 겪는 미국으로선 자국 내 공장이 생기고 2600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볼 수 있다. 


두 기업 간 감정의 골은 깊어지고 서로를 코너로 몰아세우고 있다. 이해는 간다. 대기업 간 협의엔 수조원의 돈이 오간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판결을 인정하고 협상에 나서면 해당 기업의 이미지와 점유율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문제는 두 회사가 서로를 갉아먹는 데 집중한 사이 주요 고객이 중국으로 등을 돌린 점이다. 물론 예전에도 중국 1위 배터리사 CATL 등이 폭스바겐 배터리 내재화의 중심축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폭스바겐의 변심이 예정된 전략이었다고 해석하기에도 어려움이 있다. 


LG와 SK의 갈등으로 SK 미국 조지아 공장의 배터리 공급은 불안정하고 폭스바겐 입장에선 공급처 싸움에 등 터지기 전에 빨리 다른 안정적인 공급사를 확보하는 게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폭스바겐이 각형 배터리를 본격 생산하겠단 2023년은 SK가 ITC로부터 부여받은 2년간의 수입금지 유예 기간과 일치한다.


LG와 SK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소통하면서 양쪽의 불만을 최소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어떤 협상이든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는 없다. 법적 공방이 길어지면 그만큼 불확실성도 커진다. 벌써부터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과 특허권 예비결정이 더 연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두 회사의 협의를 위해 시간을 벌어준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양사는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야 한다.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불확실성은 경쟁력 약화를 의미한다. 폭스바겐 이외에도 독일 다임러 그룹이나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 등도 한국산 배터리 비중을 줄이고 중국 등으로 공급처 다변화에 나서는 추세다. 갈등을 계속 끌고 간다면 해외 경쟁사가 이를 악용해 30년 동안 쌓아온 한국의 배터리 입지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권가림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팀 권가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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