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동산

[신도시 ‘무용론’] 구도심 고밀개발 방식 대안 될 수 있나

[머니S리포트②] 원주민 재정착, 용적률 공공기여 방안 구체화 필요

강수지 기자VIEW 3,1492021.03.22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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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핵심정책이자 최대 화두였던 집값 안정 과제가 정권 말 공공기관 직원의 투기사태로 얼룩진 채 오명만 남기게 됐다. 이번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는 단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수준에서 넘어갈 게 아니라 신도시 사업 자체의 대대적인 수술이 요구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누구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해야 할 공공기관 직원이 부정한 방법으로 사익을 취하려 했다는 것에 국민은 분노하며 허탈해하고 있다. 정부는 LH 조직개편을 통해 여론을 잠재우려 하지만 이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2월4일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 브리핑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는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뉴스1
2월4일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 브리핑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는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뉴스1
정부가 잊을 만하면 신도시 카드를 꺼내드는 이유로 정치적 목적을 거론하는 지적도 있다. 신도시 개발은 아파트 공급뿐 아니라 세금을 투입해 학교·병원·관공서 등 각종 인프라 건설을 수반하고 무엇보다 철도·도로사업이 필수적으로 따라온다. 신도시 개발 지역을 넘어 인근 땅값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민이 얻을 수 있는 경제효과가 엄청나기 때문에 정치인의 단골공약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1·2기신도시의 부작용과 폐해를 보며 새로운 방식의 주택공급정책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서울 구도심을 재개발·재건축하되 밀도를 유지하고 공공기여를 늘림으로써 국토를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도심 개발 방안 어떻게?




정부는 2·4 공급대책에서 구도심 공공개발 방식을 새로운 방안으로 내놓았다. 구도심 개발은 그동안 신도시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으로 언급돼왔다. 현재 서울에는 서대문·성북·도봉 등 저층 주거지 밀집지역이 다수 있다. 문제는 고밀 개발로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 비율)을 높일 경우 기존 토지주의 이익이 상승해 투기와 집값 상승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정부와 서울시는 지난해 8·4 부동산대책에서 공공주도 방식의 재개발·재건축 방안과 함께 상향조정된 용적률만큼 공공임대주택으로 환수하고 토지주에겐 분양분 감소에 따라 줄어든 이익을 대신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면제를 통해 세금 부담을 줄여준다는 복안을 내놓았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1종 일반주거지역이나 낙후된 준공업지역의 용적률을 상향해 고밀 개발을 하고 중산층이 살만한 품질 좋은 아파트를 ‘소셜믹스’(분양+임대) 형태로 만들어 공공기여하는 것이 현 주거문제를 풀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장기간에 걸쳐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임대주택의 특성상 민간 건설업체가 참여를 꺼릴 수밖에 없다”며 “재정을 투입해 LH 등 공공이 참여하는 방식이 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집값 상승을 겪은 미국 뉴욕이나 일본 도쿄 등 세계 주요 대도시도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해 도심 개발의 밀도를 높이는 방식을 채택했다. 뉴욕 중심부의 용적률은 1800% 이상이며 구도심 주거지는 500% 이상이다.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에 재개발로 조성되는 ‘허드슨 야드’는 인센티브를 통한 용적률이 최대 3300%에 달한다.


서울시도 이 같은 고밀 개발 요구를 받아들이고 주택 증가분 절반을 기부채납하면 최고 용적률 500%와 용도지역을 상향조정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제시했지만 업계는 여전히 미약하다는 불만이다.


정부가 3년 동안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의 경우 역세권 개발사업에 한해 용적률 최대 700%를 허용하기로 했다. 저층 준공업지역은 스타트업 육성 공간과 연구개발(R&D) 센터 및 청년 기숙 등이 어우러진 ‘주거·산업 융합지구’로 개발하기로 했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노원구 백사마을. /사진=뉴스1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노원구 백사마을. /사진=뉴스1






공공개발도 집값 불안




공공주도 방식의 개발은 토지주와 주민 등 여러 이해 관계자의 이익이 얽혀 있어 갈등 조정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실제 정부가 공공 재개발을 추진하는 서울역 동자동 쪽방촌은 토지주의 반대와 세입자 등 주민의 개발 촉구 요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공공개발사업으로 도심에서 쫓겨날 위기에 놓인 원주민·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토지 소유자에게 신축아파트 우선 분양권을 부여해 재정착을 유도하고 추가 부담해야 하는 분담금을 자산으로 현물 선납 후 정산하는 방식(양도소득세 비과세)도 도입했다. 개발비용 부담 능력이 없는 실거주자에게는 공공 자가주택을 공급하고 다가구·다세대 전세금 반환 부담이 높은 집주인에게는 대출 등 맞춤형 지원도 제공한다.


서울시가 제시한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모델은 토지임대부·환매조건부 주택을 결합한 형태로 볼 수 있다. 분양가의 20~40%만 내고 소유권 일부만 취득한 후 나머지 지분은 20~30년 동안 상환하는 방식이다. 토지지분은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만 빌리는 개념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10년 후 전매가 가능하지만 정부와 지분을 공유해 시세차익을 낮추는 장치를 뒀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주택공급의 해답을 공공개발로 찾을 수 있다는 기대도 있지만 정부 주도형보다 지원형태로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며 “적극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민·관 협업 형태가 되면 업체 입장에서도 안정성 측면의 메리트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공공개발이라도 땅값 상승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장하긴 어렵다”며 “품질이 떨어지는 주거지를 개선한다는 차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강수지 기자

머니투데이 미디어그룹 머니S, 산업2팀 건설·부동산 담당 강수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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