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동산

[신도시 ‘무용론’] 주택공급 오아시스 아닌 소금물이었나

[머니S리포트①] 집값 못 잡고 세금만 펑펑… 도시 확장의 부작용

강수지 기자VIEW 4,6282021.03.2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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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핵심정책이자 최대 화두였던 집값 안정 과제가 정권 말 공공기관 직원의 투기사태로 얼룩진 채 오명만 남기게 됐다. 이번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는 단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수준에서 넘어갈 게 아니라 신도시 사업 자체의 대대적인 수술이 요구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누구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해야 할 공공기관 직원이 부정한 방법으로 사익을 취하려 했다는 것에 국민은 분노하며 허탈해하고 있다. 정부는 LH 조직개편을 통해 여론을 잠재우려 하지만 이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제3기 신도시 철회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열흘 만에 참여 인원이 10만명에 육박한 이 글을 통해 청원인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야 하나. LH 주도의 3기신도시 지정 철회해 달라”고 질타했다. /사진=뉴스1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제3기 신도시 철회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열흘 만에 참여 인원이 10만명에 육박한 이 글을 통해 청원인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야 하나. LH 주도의 3기신도시 지정 철회해 달라”고 질타했다. /사진=뉴스1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과 가족, 지인들이 정부의 3기신도시 지정 이전에 개발 정보를 취득하고 100억원대 투기를 한 혐의가 드러나면서 촉발된 ‘LH 사태’는 빙산의 일각이란 게 대다수의 시각이다. 1989년 1기신도시를 시작으로 30년 넘게 집값 문제와 공급난이 불거질 때마다 나온 정부 주도의 대규모 택지개발 방식은 실효성과 공정성 논란을 넘어 ‘신도시 무용론’에 불을 붙였다.






단골 카드 ‘신도시 개발’… 30년 넘은 고리타분한 방식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제3기 신도시 철회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열흘 만에 참여 인원이 10만명에 육박한 이 글을 통해 청원인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야 하나. LH 주도의 3기신도시 지정 철회해 달라”고 질타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2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이번 LH 사태 이후 3기신도시 추가 지정 철회에 대해 ‘적절하다’는 응답이 57.9%(매우 적절 43.4%, 어느 정도 적절 14.5%)로 나타났다. ‘부적절하다’는 응답은 34.0%(전혀 적절하지 않음 18.3%, 별로 적절하지 않음 15.7%)에 그쳤다.


신도시 개발 전 공무원이나 관련 직원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투기에 가담했다가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2기신도시 개발 당시에도 현 사태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1989년 노태우정부가 일산·분당 등 1기신도시 개발계획을 발표한 당시 공직자뿐 아니라 준공무원급인 한국토지개발공사(LH의 전신) 직원을 포함해 모두 1만3000여명이 투기 혐의로 적발됐다. 당시 공무원 131명과 공사 직원 987명이 구속됐다. 2003년 노무현정부가 판교·김포 등 2기신도시 계획을 발표했을 때도 관련자 9700명을 적발하고 300명을 구속했다. 이 중엔 공무원 27명이 포함돼 있었다. 30년 넘게 반복되는 신도시 개발의 비리에도 소 잃고 외양간 못 고친 격이다.






신도시 개발의 딜레마… 집값 안정됐나?




과거엔 대규모 신도시 건설 방식이 통했다는 의견도 있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지 못했고 일자리가 집중된 서울과 거리가 가까운 경기권을 대중교통으로 연결하며 주택수요를 흡수하는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속되는 인구감소와 주택보급률 100% 초과를 비롯해 주택이 더 이상 주거수단이 아닌 재화로서의 가치가 높아지며 신도시 무용론은 이미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게 됐다. 2000년대 2기신도시는 IT 밸리를 기반으로 성장한 판교를 제외하곤 대체로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받았고 문재인정부 들어 추진한 3기신도시도 정책 설계 단계부터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임재만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신도시와 같은 공공개발 방식은 정부가 개인 소유의 땅을 싸게 사서 다시 개인에게 비싸게 파는 것인데 시세 상승으로 인한 로또 분양 논란이나 부정청약 부작용 등만 키웠을 뿐 정작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는 지난 2일 LH 직원들의 시흥·광명 등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을 폭로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는 지난 2일 LH 직원들의 시흥·광명 등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을 폭로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신도시가 집값 올렸다”




첫 삽도 뜨지 못한 3기신도시가 결국 집값 안정에 도움이 안 될 것이란 예측과 지적도 상당하다. 오히려 집값을 올린 주범이란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LH가 낮은 가격에 토지를 매입해 높은 가격에 아파트를 분양하도록 유도하며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이 정부 자료를 토대로 추정한 판교신도시의 개발비를 포함한 적정 조성원가는 3.3㎡당 529만원. 평균 용적률 160%와 적정건축비 3.3㎡당 400만원을 더하면 3.3㎡당 700만원대에 분양이 가능했다. 하지만 분양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해 3.3㎡당 1300만~1700만원대에 분양됐고 6조원 이상의 추가이익이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전국 공공주택지구 주민과 토지주로 구성된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이하 공전협)는 3기신도시 백지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전협은 신도시뿐 아니라 전국 공공주택지구의 수용·보상에 응하지 않을 것을 밝히며 즉각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정부는 LH 조직개편 등의 꼬리 자르기만 궁리할 뿐 3기신도시 정책 강행 의사를 꺾지 않고 있어 전문가들은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강수지 기자

머니투데이 미디어그룹 머니S, 산업2팀 건설·부동산 담당 강수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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