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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무용론’] 공기업이 꼭 돈 벌어야 하나

[머니S리포트③] LH 분리 아닌 ‘국토부’를 해체해라?

김노향 기자VIEW 3,8212021.03.22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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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핵심정책이자 최대 화두였던 집값 안정 과제가 정권 말 공공기관 직원의 투기사태로 얼룩진 채 오명만 남기게 됐다. 이번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는 단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수준에서 넘어갈 게 아니라 신도시 사업 자체의 대대적인 수술이 요구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누구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해야 할 공공기관 직원이 부정한 방법으로 사익을 취하려 했다는 것에 국민은 분노하며 허탈해하고 있다. 정부는 LH 조직개편을 통해 여론을 잠재우려 하지만 이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LH의 당초 설립 목적과 기능을 고려할 때 지나친 수익사업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래픽=김은옥 디자인 기자
LH의 당초 설립 목적과 기능을 고려할 때 지나친 수익사업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래픽=김은옥 디자인 기자
2008년 출범한 이명박정부는 ‘공기업 경영 효율화와 선진화 정책’을 명분으로 내세워 한국토지공사(토공)와 대한주택공사(주공)의 통합을 추진했고 이듬해인 2009년 10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탄생했다. 이후 토지·도시개발과 주택공급 업무를 수행해 온 이 통합 공공기관은 12년 만에 최대 위기에 놓였다. 토지(Land)와 주택(Housing)의 약자인 동시에 인간중심(Life & Human)과 국민행복(Love & Happiness)을 내세운 상징이 무색할 정도로 직원의 투기행위가 이어졌고 급기야 ‘게이트’ 급 사태로 번졌다.

이번 LH 사태에 국민적 분노가 걷잡을 수 없게 커진 이유는 문재인정부의 최대 현안인 집값 문제를 해결해야 할 주거정책 수행 공공기관이 중산층과 서민에게 심각한 박탈감을 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상대적으로 우수한 복지혜택을 누려온 공공기관 직원이 정부의 주거정책 뒤에 숨어 앞다퉈 부당한 이득을 취하려고 했다. 심지어 5년 차 미만 젊은 직원마저도 국민 세금이나 다름없는 업무 출장비를 사적으로 부정 사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권에 대한 신뢰는 무너졌다.

단순히 조직개편이나 분리만으론 이번 사태의 구조적 병폐까지 뿌리 뽑을 수 없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지적이다. LH의 컨트롤타워인 국토교통부에 대해서도 책임론은 물론 해체작업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사방에서 나온다.





LH 탄생 왜?




통합 전 토공과 주공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받아온 것은 기능 중복이었다.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이어진 끝에 통합 논의 15년 만에 두 기관은 합쳐졌다. 토공은 1975년 설립된 토지금고에서 시작돼 ▲신도시 건설 ▲경제자유구역 조성 ▲남북경제협력사업 ▲산업·물류단지 조성 ▲국토정보화사업 ▲국유지 관리업무 등을 수행했다. 주공은 1960년대 정부가 건설업체의 폭리를 막고 양질의 값싼 주택을 공급한다는 취지로 세운 대한주택개발공사가 뿌리다. 공공분양을 비롯해 공공·영구·국민임대를 공급하고 택지개발과 도시정비사업을 수행했다.

1970년대 집값 폭등과 주택난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당시 정부는 택지개발과 신도시 조성 및 주택건설사업을 확대했다. 그러자 1990년대 이르러 수십개 사업분야에서 두 공사 간 업무영역이 중복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것이 통합 논의의 시초였다.

통합 이후 2010년 3월 기준 LH의 자산총액은 130조3000억원으로 삼성에 이어 재계 2위를 기록했다. 자본금은 30조원으로 정부가 전액 출자한다. 현재 ▲직원 수 9500명 ▲자산규모 184조원 ▲부채 9조원 안팎의 공룡 공기업이 됐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본부 통제 불능




2009년 이명박 정부가 단행한 통합 이후 LH에는 지나치게 많은 정보와 권한이 집중돼 상호 감시나 내부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는 지적이 지속됐다. 전국적으로 신도시 사업만 90여개가 진행되는 가운데 각 지역본부를 관리·감독하는 컨트롤타워 기능도 없다는 지적도 뒤늦게 일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3월11일 LH 투기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국민의 신뢰가 회복 불능할 정도로 추락했고 (LH를) 해체 수준으로 환골탈태할 수 있는 혁신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LH를 다시 예전처럼 분리하는 방안에 힘이 실리고 있지만 이 역시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과거 저축은행이나 파생상품 부실사태 당시에도 거대 권력기관인 금융감독원의 관리·감독 부재와 업계 유착을 약화시키기 위한 분리가 요구됐다. 하지만 이는 조직을 더 비대하게 만들고 상위기관인 정부부처의 인사권 등만 더욱 강화시킨다는 논리에 결국 실행되지 못했다.

신도시 조성부터 도시 정비·재생 및 지역균형사업 등 주택정책 전반을 LH가 독점하고 있지만 사실상 이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상위기관인 국토부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고의 원인은 지역본부나 개별 직원의 일탈 및 이에 대한 관리·감독의 소홀에서 찾을 수 있다. LH 자체는 국토부의 운영권·인사권에 의해 움직이는 조직이어서 쪼갠다고 해도 당위성만 남을 뿐 현실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2009년 LH 통합 당시엔 조직·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업무 효율과 생산성을 높인다는 명분이 있었던 반면 분리 방안은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국토부 분리 방안이 다시 고개를 든다. 김진애 의원(열린민주당·비례)은 이번 LH 사태 후 국토부의 주택정책 기능을 분리해 ‘주택청’을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돈 버는 LH’의 구조적 문제




주택 분양과 임대를 민간에 맡기고 공공은 공공임대만 담당토록 하면 준공무원 신분인 공기업 직원의 투기 유인을 막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각 지자체의 권한을 강화해 중앙정부의 권한을 축소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이번 LH 사태를 계기로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조직개편은 막대한 행정 비용과 시간만 소요될 뿐 정치권이나 각종 이권 다툼에 휘말릴 수 있는 만큼 보다 현실적인 내부통제시스템과 관련 법률의 강화로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이 실효성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방 공무원이나 공기업 및 민간이라도 LH보다 깨끗하다는 보장이 없고 투기 문제는 조직 해체로 해결할 일이 아니다. 강력한 규제와 처벌이 요구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LH의 당초 설립 목적과 기능을 고려할 때 지나친 수익사업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LH는 통합 3년 만인 2012년 정부에 배당을 시작해 2015년 이후엔 해마다 수천억원대의 정부 배당을 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공공부채 등을 이유로 LH에 수익사업을 강요하는 것은 사실상 출자금에 대한 배당 때문”이라며 “공기업은 필연적으로 부채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 돈을 버는 LH가 아니라 적자를 감당해 공공임대 기능에 집중하는 LH로 거듭나야 근본적 문제 해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노향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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