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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산업 반전 노리던 일본, 규모도 기술도 경쟁 상대 아니다

[머니S리포트-적수 없는 ‘K-조선’③] 잇단 좌초 사고로 신뢰 저하… 구조조정 등 별다른 효과 없어

이한듬 기자VIEW 5,5642021.01.18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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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시장에서 ‘K-조선’의 위상이 커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유례없는 경기침체 속에서도 최고의 실력으로 중무장한 한국 조선사가 잇따라 대규모 수주 랠리를 이어가며 부활의 뱃고동을 울리고 있다. 한때 한국과 경쟁하던 중국과 일본은 더 이상 적수가 아니다. 잇단 건조 지연·좌초 사고 등으로 기술력과 품질 논란을 자초하며 국제무대에서의 경쟁력을 스스로 잃어가고 있다. 지난해 3년 연속 세계 수주 1위에 이어 신축년 또다시 왕좌 수성에 나선 한국 조선의 발걸음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지난해 7월 일본 유니버설조선공사가 건조한 쇼센미쓰이 소속 화물선 와카시오호가 모리셔스 인근 해안에서 좌초돼 기름이 유출, 해양생태계와 현지 주민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 사진=로이터
지난해 7월 일본 유니버설조선공사가 건조한 쇼센미쓰이 소속 화물선 와카시오호가 모리셔스 인근 해안에서 좌초돼 기름이 유출, 해양생태계와 현지 주민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 사진=로이터
#.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천국의 섬’으로 불린 아프리카 인도양의 섬나라 모리셔스가 현재 검은 오염 물질에 신음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해안에 접근하던 일본 해운사 ‘쇼센미쓰이’ 소속 화물선 ‘와카시오’호가 산호초에 부딪혀 좌초하면서 1000톤 이상의 원유를 쏟아낸 탓이다. 모리셔스가 자랑하던 블루 라군은 기름에 뒤덮였고 돌고래가 떼죽음을 당하는 등 해양생태계가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해면에 부유하던 기름은 겨우 회수했지만 30km에 이르는 해안가에 표착된 기름은 여전히 제거되지 않았다. 두 동강 난 선박은 지난달 말 철거 작업에 들어가 올 상반기에나 완전한 철거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 사고는 선박이 인터넷 신호를 찾기 위해 무리하게 해안에 접근하다 발생했다. 하지만 배가 두 동강 날 정도로 파손됐다는 점에서 선박의 품질이나 설계 기술에도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선박을 제작한 곳은 2002년 일본 ‘히타치’와 ‘NKK’가 합병해 만든 ‘유니버설조선공사’다.

일본 조선사가 건조한 선박이 좌초한 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 6월 인도양을 지나던 일본 해운사 ‘MOL’ 소속 ‘컴포트’호가 예멘에서 약 370km 떨어진 해상에서 갑자기 중앙부에서 시작된 균열로 항해불능에 빠졌고 결국 두 동강 나 좌초했다.

이 선박을 만든 회사는 일본의 ‘미쓰비시중공업’이다. 사고 이후 미쓰비시중공업이 건조한 다른 6척의 자매 선박에 대해 안전검사가 이뤄졌는데 무려 5척에서 결함이 발견됐다. 이를 계기로 일본 선박의 국제적 위상은 크게 추락했다.





조선업 선도국가에서 바닥으로 추락







일본은 1950년대부터 1970년대 초까지 세계 조선산업을 선도했다. 직전까지는 유럽이 장악했던 조선업의 주도권을 아시아로 옮겨오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1970년 후반 석유파동 여파로 위기를 겪으면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 사이 한국이 일본보다 저렴한 원가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키워나가자 일본은 결국 1988년 5000GT 이상 건조 조선소 22개 그룹 44개사를 8개 그룹 26개사로 재편하는 2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은 설계와 연구개발(R&D) 인력을 대거 퇴출하고 대학의 조선업 및 해양 관련 학과도 폐지했는데 이는 일본의 조선업 경쟁력을 바닥으로 추락시키는 패착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선박 설계 분야의 후계자 배출이 사라진 일본 조선업은 현재 매우 심각한 기술인력 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며 “일본 조선업은 한국보다 더 낮은 인건비 구조를 갖고 있음에도 합병을 통해 스스로의 경쟁력을 높이지도 않고 한국 조선업을 위협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7월 일본 유니버설조선공사가 건조한 쇼센미쓰이 소속 화물선 와카시오호가 모리셔스 인근 해안에서 좌초됐다. / 사진=로이터
지난해 7월 일본 유니버설조선공사가 건조한 쇼센미쓰이 소속 화물선 와카시오호가 모리셔스 인근 해안에서 좌초됐다. / 사진=로이터
일본이 조선업 부흥 위해 선택한 것은 경쟁사 간 협력이다. 2012년 유니버설조선과 ‘IHI조선’이 합병해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가 탄생했고 ‘이마바리조선’과 미쓰비시중공업이 컨테이너선 기술제휴 협정을 맺는 등 협력이 이뤄졌다. 자국 기업 간 동맹으로 한국과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 반전을 시도하려는 전략이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설계와 개발인력 등 기술인력을 오래전에 퇴출시킨 후 최소한의 인력만 보유하고 있는 일본 조선사로서는 개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며 “소수의 보유인력을 합쳐 보다 큰 조직으로 운영함으로써 개발성과를 얻으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경쟁사 협력하지만 효과는 미미







하지만 이 같은 시도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의 국가별 수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선박 발주량 1924만CGT(표준선환산톤수) 가운데 일본의 수주는 137만CGT로 점유율이 7%에 그쳤다. 이는 1위인 한국(819만CGT·42.6%)의 수주량 대비 5분의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2위인 중국(793만CGT·41.2%)과도 격차가 크다. 박무현 연구원은 “새롭게 달라지는 선박 기술에 일본 조선소가 적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일본 상위 조선사는 자국 선사에게 주문받는 중형 벌크선 분야에 집중돼 한국 조선업의 경쟁 상대가 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조선업 부흥 시도는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 지난해 JMU는 일부 상선 건조사업 종료를 선언했고 미쓰비시중공업도 LNG 운반선 건조에서 손을 떼고 여객선 분야에만 집중하겠다고 발표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의 경우 한국의 LNG선을 따라잡기 위해 증기터빈의 성능을 20% 개선시킨 UST를 개발했지만 여전히 기술력이나 품질 면에서 뒤처지기 때문에 결국 사업 철수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의 반전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일본 1위 조선사인 이마바리조선과 2위인 JMU는 이달 1일 각각 지분 51%, 49%씩을 출자해 선박을 공동으로 제작·판매하는 합작법인 ‘니혼 십야드’를 출범했다. 한국과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또다시 공동전선을 구축한 셈이다.

하지만 현지 언론조차 양사의 협력이 한국과의 경쟁에서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진 못할 것이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7일 양사의 합작법인 설립 소식을 전하면서 “일본의 상위 2개 회사가 한국·중국과 경쟁하기 위해 손을 잡고 있지만 격차가 쉽게 해소될 가능성은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이한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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